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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양육 커녕 기초수급비 가로챈 친부에 재산관리권 상실 결정

류희준 기자

입력 : 2024.05.21 10:22|수정 : 2024.05.21 10:22


80대 노부모에게 4남매 양육을 떠넘기고 자녀의 기초생활수급비까지 가로챈 친부에 대해 법원이 친권 일부 상실을 결정했습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의정부지법은 미성년 손자녀 4명을 양육하고 있는 A 씨가 자신의 아들이자 손자녀들의 친부인 B 씨를 상대로 제기한 친권 상실 등 청구 사건에서 B 씨의 친권 중 법률행위 대리권과 재산관리권을 상실한다고 결정했습니다.

B 씨는 결혼생활 중 5남매를 낳아 양육하던 중 부인이 병으로 사망하자 재혼했습니다.

이후 계모가 5남매에 폭언을 하는 등 학대를 했지만, B 씨는 이를 방관했습니다.

5남매는 조부모인 A 씨 부부에게 도움을 요청, A 씨 부부는 아이들 가운데 미성년인 4남매의 양육을 맡았습니다.

소액의 국민연금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A 씨 부부는 초·중·고교에 다니는 미성년 손자녀 4명이 기초 생활수급자로 지정돼 매달 현금 160만 원과 쌀 40kg을 지원받아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미성년 손자녀 4명 중 맏이인 C 양은 지난해 8월 기초수급비가 송금되는 자신의 은행 계좌가 폐쇄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은행에 확인한 결과 B 씨가 친권자이자 법정대리인의 권한을 이용해 C 양의 은행 계좌를 폐쇄한 뒤 자신의 계좌를 개설해 기초수급비를 빼돌린 것이 드러났습니다.

이에 A 씨 부부는 지방자치단체에 지원금 중단을 요청하고 공단을 찾아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공단은 B 씨의 미성년 자녀에 대한 친권행사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법원에 친권상실을 청구했습니다.

또 미성년 후견인으로 고령인 A 씨 부부보다는 아이들의 고모를 선임해달라고 청구했습니다.

B 씨는 재판과정에서 계모의 학대 행위를 부인하고 수급비 160만 원에 대해서는 A 씨가 임의로 사용할까 봐 인출해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B 씨가 기초수급비를 빼돌린 계좌와 연계된 체크카드가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사용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법원은 B 씨의 친권 중 법률행위 대리권과 재산관리권의 상실을 선고하고 미성년 자녀의 고모를 후견인으로 선임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A 씨의 소송을 대리한 공단 소속 공익법무관은 친부모의 친권은 보호되어야 하지만, 자녀의 보호와 성장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경우 친권을 제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사진=대한법률구조공단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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