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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민들이 점점 나이를 드시니 아파트 관리비로 감당하기 쉽지 않죠. 받는 분한테는 식권 금액이 많지 않을 수 있지만 그게 모이면 얘기가 다르니까요."
서울 동대문구 한 아파트 단지의 입주민단체 관계자 곽 모 씨는 18일 취재진과의 전화 통화에서 매년 열린 경로잔치가 올해는 취소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이 아파트는 매년 '가정의 달'인 5월 입주민 중 고령층을 대상으로 1만∼1만 5천 원 상당의 식권을 지급하는 행사를 해왔지만, 올해는 관리비 부담 등을 이유로 취소했습니다.
곽 씨는 "지난해 행사 참가 연령을 '65세 이상'에서 '70세 이상'으로 올렸음에도 부담이 커져서 어쩔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고령화로 인해 아파트 단지 등 민간 영역의 경로 행사에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노인 주민이 늘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대상 연령을 높이거나 아예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것입니다.
경기 부천시의 한 아파트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입주민 단체가 주관하는 고령층 식사 대접 행사의 참여 연령 기준이 기존 65세에서 올해 75세로 껑충 뛰었습니다.
700여 세대로 이뤄진 이 아파트에 65세 이상만 150여 명에 달하자 인원을 줄이기 위해 기준 연령을 높였다고 합니다.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20대 박 모 씨도 최근 어버이날을 기념한 아파트의 도가니탕 제공 행사 대상이 '75세 이상'이라는 안내방송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전했습니다.
박 씨는 "노인 인구가 폭증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피부로 느낀 순간"이라며 "그나마도 1천600세대가 넘는 아파트 단지인데 선착순으로 120명만 받는다고 해서 씁쓸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973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9.0%를 차지했습니다.
이 비율은 2015년 13.2%, 2020년 16.4%, 2022년 18.0% 등 매년 높아지는 추세로, 내년에는 20%에 도달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전망입니다.
유엔(UN)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 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 사회로 구분합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총선에서는 한 정당이 65세 이상 지하철 무상 이용 혜택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해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민간 영역에서 경로행사 등으로 이뤄지는 노인 복지가 줄어드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업의 대상 자체가 많아지면 아무래도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을 먼저 지원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우대 문턱이 높아지면 노인 복지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며 "민간 영역에서 채워주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대해선 공공에서 적극적으로 메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