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정치적 인간의 우화 ⑧] 조짐이 보이면 도망쳐라! 나쁜 예상은 적중한다 (글 : 양선희 소설가)
#1
은나라 폭군 주왕이 상아 젓가락을 쓰자 그의 신하인 기자는 두려워했다.
상아 젓가락을 쓰려면 필시 질그릇에 국을 담아 먹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고, 서각이나 옥으로 만든 그릇을 쓸 것이다. 옥그릇에 상아 젓가락이면 필시 콩잎 국을 담지는 않을 것이고, 털이 긴 소나 코끼리와 표범의 새끼를 담을 것이다. 털이 긴 소나 코끼리와 표범의 새끼는 반드시 짧은 베옷을 입거나 띠로 만든 지붕 아래에서 먹지 않을 것이며, 반드시 아홉 겹의 비단옷을 입고 고대광실에 앉아 먹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 어울리는 것을 구하려면 천하에 있는 것으로 부족할 것이다.
성인은 미미한 것을 보고 그 맹아를 알며, 시작을 보고 그 끝을 안다. 그러므로 상아 젓가락만 보고도 불안해한 것은 천하에 만족함이 없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2
공자가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자서(초나라 영윤으로 있던 공자 신)가 저렇게 명성을 얻고자 하는 것에 대해 누가 충고할 수 있겠는가?"
자공이 말했다.
"제가 할 수 있습니다."
그러고는 그에게 충고했지만 자서는 개의치 않았다.
공자는 말했다.
"관대하여 이익을 좇지 않고, 고결한 성품은 변치 않아 굽은 것을 굽었다 하고, 곧바른 것을 곧바르다 한다. 하지만 자서는 재앙을 면키는 어렵겠다."
그리고 백공의 난이 일어났을 때 자서는 죽었다.
그래서 이런 말이 있다.
"행동이 곧은 사람이라도 명예욕이 앞서면 굽는 행동을 한다."
#3
이웃이 사나워 집을 팔고 피해 가려는 사람이 있었다.
이에 주위 사람이 "그자의 죄는 곧 가득 차서 관이 알아서 처리해 줄 것 같으니 좀 기다려 보는 것이 어떻겠는가?"하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나는 그것이 나를 가지고 가득 차게 될까 봐 두렵다"고 말하곤 떠났다.
그래서 이런 말이 있다.
"어떤 일이든 기미가 보이면 지체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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