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정치적 인간의 우화 ⑦] '혼자 다 할 수 없어' 네 가지 이야기가 전하는 지혜 (글 : 양선희 소설가)
#1
도도라는 새가 있는데 머리는 무겁고 꼬리는 굽어서 물가에서 물을 마시려고 하면 반드시 뒤집어진다. 그래서 누가 그 날개를 물어줘야 마실 수 있다.
도도처럼 혼자서는 물을 잘 마실 줄 모르는 사람도 있는데 그는 곁에서 도와줄 사람을 찾아야만 한다.
#2
관중과 포숙이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군주의 음란이 심하니 반드시 나라를 잃을 것이다. 제나라의 여러 공자 중 보좌할 만한 사람은 외국에 볼모로 가 있는 공자 규와 소백이 있다. 그대와 함께 각자 한 사람씩 맡아 먼저 성공한 사람이 서로 거두기로 하자."
그리하여 관중은 공자 규를 따랐고, 포숙은 소백(훗날 제환공)을 따랐다. 나라 사람들이 결국 군주를 살해했다. 소백이 먼저 들어가 군주가 되었다. 규를 따르던 관중은 노나라 사람에게 붙잡혀 소백에게 바쳐졌다. 그러자 포숙은 소백에게 말하여 관중을 재상으로 삼으라고 천거하여, 소백이 받아들였다.
그래서 옛말에 이런 말이 있다.
"용한 무당인 무함이 잘 빌어도 자기의 재앙을 없애지는 못하고, 진나라 의원이 병을 잘 고쳐도 자기 스스로에게 침을 놓지는 못한다."
관중도 포숙의 도움을 기다려야 했다. 이를 두고 시쳇말로 "노예가 갖옷을 팔면 팔리지 않고, 선비가 말솜씨로 자신을 미화해도 믿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다.
#3
관중과 습붕*은 제환공을 종사해 고죽을 정벌했다. 봄에 가서 겨울에 돌아오다 길을 잃고 헤맸다. 관중은 "늙은 말의 지혜가 쓸 만합니다"고 말하곤 늙은 말을 풀어 그 뒤를 따라가 마침내 길을 찾았다.
산중에서 물이 떨어졌다. 습붕이 말했다.
"개미는 겨울에는 산의 양지바른 곳에 살고, 여름에는 음지에 삽니다. 개미집이 한 촌이 넘으면 물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고는 이내 땅을 파서 물을 얻었다.
관중의 능력과 습붕의 지혜로도 할 수 없을 땐 늙은 말이나 개미를 스승으로 삼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은 마음이 어리석어 성인의 지혜를 스승으로 삼을 줄도 모른다. 어찌 잘못되지 않겠는가.
*습붕 : 관중이 죽기 직전에 군주인 제환공에게 차기 재상으로 천거했던 제나라 환공 시절의 현명한 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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