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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년생부턴 담배 못 사게…영국서 '비흡연 세대 법' 1차 관문 통과

유영규 기자

입력 : 2024.04.17 09:45|수정 : 2024.04.17 09:45


영국에서 단계적으로 담배 판매를 제한해 비흡연 세대를 만들기 위한 법안이 의회에서 1차 관문을 통과했습니다.

영국 하원은 16일(현지시간) 오후 '담배 및 전자담배 법안'에 대한 2차 독회에서 찬성 383표 대 반대 67표로 법안을 하원 심사의 다음 단계로 넘겼습니다.

정부가 '흡연 없는 세대'를 만들겠다면서 발의한 법안에 따르면 해마다 담배를 살 수 있는 연령이 1년씩 상향 조정돼 2009년 1월 1일 출생자(현 15세)부터는 평생 영국에서 합법적으로 담배를 구입할 수 없게 됩니다.

특정 연령 미만에 대한 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것입니다.

당국은 법정 연령이 되지 않은 사람에게 담배를 판매한 상점에 100파운드(약 17만 원)의 벌금을 현장에서 부과할 예정입니다.

정부는 새 제도를 2027년까지 시행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전자담배에 대해 일회용 제품은 금지하고 청소년이 좋아할 만한 향이나 포장, 판매방식을 제한하는 조항도 법안에 담겼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법안이 집권 보수당 수십 명의 반대 표결 속에 첫 관문을 통과했다면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금연 규제를 부과하려는 수낵의 구상이 집권 보수당 일부 인사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고 전했습니다.

AP통신도 이번 법안을 획기적인 흡연 금지법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 법안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으로 꼽힌 뉴질랜드의 금연법 모델을 벤치마킹한 것입니다.

다만 이후 출범한 뉴질랜드 보수 연정은 올해 초 해당 정책을 폐기했습니다.

리시 수낵 정부는 이번 법 제정으로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비흡연 세대를 만들면 금세기 말까지 심장질환과 폐암 등 4만 7천 건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당국에 따르면 영국에서 흡연자는 인구의 약 13%인 640만 명이며, 매년 8만 명이 흡연과 관련된 질병으로 사망합니다.

18세 미만은 전자담배 구입이 불법인데도 미성년자 약 20%가 전자담배 흡연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빅토리아 앳킨스 보건장관은 하원 토론에서 "너무 많은 사람이 흡연 때문에 수명이 단축되거나 돌이킬 수 없는 인생의 변화를 겪는다"며 "중독에는 자유가 없다. 다음 세대를 보호하는 것은 우리의 책무"라고 강조했습니다.

제1야당 노동당은 이 법안에 찬성하지만, 집권 여당인 보수당 내 자유주의 성향 의원들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보수당답지 않은' 정책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는 지난주 캐나다 방문 중에 "(시가 애호가였던) 윈스턴 처칠의 당이 시가를 금지하다니 미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리즈 트러스 전 총리도 이 법안의 지지자들은 "보건 경찰"이라며 반대 의사를 지속해서 밝혔습니다.

실제로 이날 하원 표결에서 보수당 의원 57명이 반대표를 던졌고 기권한 보수당 의원도 106명에 달했습니다.

내각에서도 반대표가 나왔습니다.

케미 베이드녹 산업부 장관은 이 법이 평등의 원칙에 어긋나며 법 집행 부담이 민간 사업체에 전가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노동당은 표결 직후 "수낵 총리가 보수당 내 리즈 트러스파에 맞설 힘이 없어 자유 투표를 허용함으로써 이 법안을 위험에 빠뜨렸다"며 "법안 통과는 노동당 의원들 덕분"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앞으로 법안은 위원회 심사와 전체 회의 보고, 3차 독회를 거쳐 하원을 최종 통과하면 상원으로 이송됩니다.

상원 최종 표결은 6월 중순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간 가디언은 보수당 내 반대파가 법안 심사 과정에 많은 수정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통과를 늦출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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