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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삼성 합병 반발' 메이슨에 배상"…법무부가 밝힌 이유

한성희 기자

입력 : 2024.04.12 20:00|수정 : 2024.04.12 20:08


9년 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해 우리 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에 800억 원가량을 지급하라고 판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가 당시 정부의 개입으로 합병이 승인되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법무부는 오늘(12일) "중재판정부가 청와대 및 복지부의 관계자 등이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에 개입한 행위는 국가책임의 근거가 되는 한미 FTA 협정상의 '국가가 채택하거나 유지하는 조치'에 해당해 우리 정부에 귀속된다고 판단했다"고 판정문 요지를 전했습니다.

또 "정부의 국민연금에 대한 개입 행위와 메이슨의 삼성물산 주식 관련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와 손실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인정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메이슨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2015년 7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양사의 합병안을 가결한 과정을 문제 삼으며 2018년 정부를 상대로 2억 달러, 약 2,737억 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투자자 국가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메이슨은 합병 당시 삼성물산 지분 2.18%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와 보건복지부 등이 삼성물산 주식 11%를 가지고 있던 국민연금에 압력을 행사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한 합병 조건에 찬성하도록 함으로써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는 겁니다.

합병은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주식 약 3주를 바꾸는 식으로 이뤄졌는데, 찬반이 갈리는 상황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이 찬성하며 진척됐습니다.

이후 특검 수사를 통해 청와대와 보건복지부가 합병 과정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고, 문형표 당시 복지부 장관은 2022년 4월 대법원에서 직권남용 등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확정받았습니다.

법무부는 "중재판정부가 합병 관련 국내 형사 확정 판결에서 인정한 사실관계를 인용해 한미 FTA 협정상 '최소기준대우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고도 짚었습니다.

어제 중재재판소는 우리 정부가 메이슨에 약 3,200만 달러, 우리 돈 438억 원가량을 메이슨에 지급하라고 판정했습니다.

지연이자와 메이슨의 법률 비용 등도 지급하라고 했는데, 정부가 메이슨에게 줘야 할 돈은 8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재재판소는 지난해 6월에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제기한 같은 취지의 소송에서 배상원금과 지연이자 등 1,300억 원가량을 정부가 지급하라고 판정했습니다.

정부는 판정에 불복해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취소 소송을 낸 상태입니다.

참여연대는 어제 판정에 대해 정부가 배상에 드는 국민 혈세에 대한 책임이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국제통상 전문인 송기호 변호사도 엘리엇 판정 뒤 정부의 대응에 대해 "소송을 낼 것이 아니라 삼성 등에 대한 배상 책임을 검토해야 한다"고 공개 지적했습니다.

법무부는 이번 사건 중재지인 싱가포르 법원에 취소 소송을 제기할지 등 여부에 대해서는 "판정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 대응하겠다"며 "국익에 부합하는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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