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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전지 원주갑·을…정권 심판 속 절묘한 여야 균형

유영규 기자

입력 : 2024.04.11 06:53|수정 : 2024.04.11 06:59


강원 원주시 갑·을 선거구는 4·10 총선 도내 최대 격전지라는 예측대로 피를 말리는 접전 끝에 오늘(11일) 새벽에야 승부가 갈렸습니다.

정권 심판이라는 거센 물결 속에 유권자들은 갑 선거구에서는 국민의힘 박정하(57) 후보를, 을 선거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송기헌(60) 후보를 각각 선택했습니다.

두 후보 모두 여야 현역의원이라는 점에서 유권자들은 정권 심판과 거야 견제라는 절묘한 균형을 맞춰 준 셈입니다.

특히 갑 선거구는 수도권에서 가장 가깝다는 지리적 특성상 역대 선거에서 수도권 민심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습니다.

2년 전인 2022년 제20대 대선 직후 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박정하 후보가 당선될 때도 대선의 여파가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다만 올해 총선에서는 박 후보에게 불과 1천400여 표, 득표율 1.4%라는 아주 근소한 차이의 신승을 안겨줌으로써 정부 여당 중앙선대위 공보단장인 박 후보에게 정권 심판에 준하는 옐로카드를 준 셈입니다.

역대 총선에서도 원주 갑은 보수와 진보가 교차하는 격전지 양상을 보였습니다.

한쪽만의 '롱런'을 유권자들이 좀처럼 허용하지 않는 곳입니다.

제16대(2000년)∼18대(2008년)까지 단일 선거구였던 원주는 2012년 제19대 총선 때부터 갑과 을로 나뉘었습니다.

분구 전까지는 옛 새천년민주당 이창복 의원(16대)과 옛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17·18대)으로 이어지는 동안 진보와 보수의 깃발이 번갈아 펄럭였습니다.

분구 후에는 제19대와 20대(2016년) 연거푸 옛 새누리당 김기선 의원이 당선돼 보수가 롱런하는 듯 보였습니다.

이처럼 보수 정당의 아성으로 자리 잡아가던 원주 갑에 민주당의 깃발을 내리꽂은 것은 '원조 친노' 이광재 후보였습니다.

당시 미래통합당 박정하 후보를 꺾고 당선된 이 후보에게 2020년 제21대 총선은 오랜 정치적 공백을 깨고 9년 만에 정치 일선에 복귀한 무대였습니다.

하지만 원주 갑에서 진보 진영이 내건 파란 깃발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2년 뒤인 2022년 제8회 지방선거에서 이광재 의원이 도지사 선거에 차출되면서 공석이 된 갑 선거구는 보궐선거를 통해 국민의힘 박정하 후보가 3선 원주시장을 지낸 민주당 원창묵 후보를 누르고 재수 끝에 재탈환했습니다.

2년 만에 원 후보를 리턴매치로 다시 만난 박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 6%포인트 뒤지는 상황을 역전하며 신승을 거뒀지만, 혹독한 민심의 회초리를 경험해야 했습니다.

이를 인식한 듯 박 후보는 당선 인터뷰에서 "민심의 회초리로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민심을 통해 확인된 정부 여당의 책임감이나 대통령실의 신뢰 회복을 위해 여당 의원으로서 역할을 찾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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