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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 가장 선호하는 도시가 왜 '꽃의 도시'가 됐을까 [스프]

심영구 기자

입력 : 2024.03.27 09:01|수정 : 2024.03.27 09:01

[종횡만리, 성시인문(縱橫萬里 城市人文) ②] 화려한 아열대 꽃들의 개화향연(開花饗宴), 화청(花城) - 광저우(廣州) (글 : 한재혁 전 주광저우 총영사)


한재혁 중국본색 썸네일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 길을 가라(讀萬卷書, 行萬里路)'고 하였던가? 장자(莊子)의 큰 새(鵬)는 아홉 개의 만 리(萬里)를 날아올랐다. 시성(詩聖) 두보(杜甫)가 가장 많이 쓴 두 자(字) 시어(詩語)는 '만리(萬里)'였다. 만리길은 무한한 상상(想像)의 영역인 동시에 현실이자 생활이었다. 20여 년간 중국 땅 위에서 일하고 살면서 시간과 공간의 들어가고 나옴 중에서 마주했던 같음과 다름을 지역과 사람, 문화로 쪼개고 다듬어 '종횡만리, 성시인문(縱橫萬里 城市人文)'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나누고자 한다.

3월 하순에 접어들면서 우리 주변에 봄기운이 완연하다. 봄이라 하면 떠오르는 것은 단연 꽃일 것이다. 봄볕과 함께 이제는 주위에 탐스러운 꽃봉오리들과 활짝 개화한 꽃, 기분 좋게 향긋한 꽃내음도 자주 접하게 된다. 여의도 봄꽃축제, 광양 매화축제, 소백산 철쭉제, 진해 군항제, 우리나라 곳곳에서 꽃 축제가 펼쳐진다.

중국 또한 꽃 종류도 많고 역사적으로 꽃과 관련된 이야기도 많다. 최근 중국의 한 전문사이트(國學寶典)에 따르면, 당나라 때 시를 모아놓은 전당시(全唐詩) 9백 권을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나온 한자는 '사람 인(人)'으로 21,022회, 그에 이어 '꽃 화(花)'가 11,355차례 등장한다고 한다. 자주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술 주(酒)'의 4,994회보다 두 배 이상 많다. 그만큼 전통적으로 중국인들은 꽃에 대한 관심과 감정이 많다는 반증이겠다. 오죽하면 이백(李白)은 명시 '춘야연도리원서(春夜宴桃李園序)'에서 '복숭아꽃, 오얏꽃 핀 향기 나는 정원에 모여서', 시간이 아까워 '옛사람들이 봄밤에 촛불까지 켜고' 꽃구경 놀이를 한 이유가 있다고 하였을까. 그런 경향은 세월이 지나도 크게 변하지 않아서, 실제로 중국에 살아보면 주변에서 봄이 되어 꽃구경 나들이를 하는 이웃들을 쉽게 만나게 된다.

한재혁 중국본색
중국에 오래전부터 꽃의 도시라는 뜻의 '화청(花城)'이라고 불리는 도시가 있다. 중국 남부 광둥성의 성도인 광저우(廣州)다. 중국 내에서 3대 도시를 꼽으라 하면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광저우일 것이다. 각각 역사, 문화, 사회, 경제적으로 중국의 북쪽, 동쪽, 남쪽인 화베이(華北), 화동(華東), 화난(華南)을 대표한다.

중국 저명 인문학자인 이중톈(易中天) 교수는 저서 '중국 도시 이야기(讀城記)'에서 베이징은 성(北京城), 상하이는 탄(上海灘), 광저우는 시(廣州市)라고 각각 도성(城), 해변(灘), 시장(市)의 한 글자로 도시의 특성을 압축하여 개괄하였다. 사람이 많이 모이고 상업이 발달한 의미의 시(市) 자 한 글자로 광저우를 표현한 것이다.

한국인들에게 광저우는 상대적으로 익숙지 않은 도시이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심지어 시안(西安)이나 항저우(杭州), 칭다오(靑島), 선전(深玔)보다도 낯선 경우가 많고, 거주하거나 방문한 경우가 아니라면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이나 영어 이름인 캔톤(canton)을 들어본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 정치경제, 사회문화 모든 면에서 광저우는 과거와 현재 매우 영향력이 크고 중요한 도시이다.

광저우를 중심으로 한 광둥성은 중국의 30여 개 성(省) 중에서 인구가 가장 많고 경제가 가장 발달한 지역이다. 2022년 말 현재 인구는 1억 2,656만 명이다. 광둥성의 경제 규모는 1989년 이래로, 대외무역액은 1986년 이래로 30여 년 넘게 줄곧 중국 내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발전의 기관차(火車頭)이자 선도양(領頭羊)이라고 불리는 이유이다. 대외교류와 개혁개방의 선구 지역이자 중국의 남대문이라 불리기도 한다.

양의 도시(羊城, 양청)라는 별칭도 있는데, 주(周) 나라 때 광저우 일대에 가뭄과 기근이 들었을 때 남쪽 바다에서 신선이 다섯 마리의 양들을 이끌고 나타나 백성들에게 벼 이삭을 나눠주어 기근을 해결케 하고 사라졌고 양들은 석상으로 변해 남게 되었다고 고서(廣州府誌)는 전설을 전한다. 이 이야기는 우양카이타이(五羊開泰)라는 단어로 축약되었고 실제 석상으로 조각되어 시내에 광저우를 상징하는 조형물로 서있다. 사실 우양카이타이(五羊開泰)라는 말은 주역의 금, 목, 수, 화, 토 5가지 양기(陽氣)가 모두 모여 길함과 번영을 기원하는 우양카이타이(五陽開泰)에서 온 말로 양(陽)과 발음이 같으면서 친근한 동물 양(羊)으로 단어를 대체하여 쓰게 된 것이다.

현재에도 광저우는 중국의 대학생들이 졸업 후 취업 및 정주에 가장 많이 선호하는 지역 중 하나이기도 하다. 조사에 따르면 베이징, 선전, 상하이 등과 함께 선호도 최상위권에 속한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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