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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억 대 리차드밀 시계 '짝퉁 바꿔치기'…설계자들 징역 8년

유영규 기자

입력 : 2024.03.22 08:03|수정 : 2024.03.22 08:03


▲ 범행으로 가로챈 리차드밀 시계

총시가가 무려 40억 원에 달하는 명품 시계를 사들이는 척하며 짝퉁으로 바꿔치기한 주범들에게 이례적으로 양형기준보다 높은 중형이 선고됐습니다.

오늘(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준구 판사는 특수절도·무고 혐의로 기소된 주범 A(29) 씨와 B(33) 씨에게 각각 징역 8년을, 공범 C(30)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습니다.

실행책 2명도 실형을 받았습니다.

재판부는 "사전 계획하에 조직적으로 역할을 분담해 치밀하게 이뤄졌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A·B 씨는 범행의 주된 책임을 C 씨에게 전가하는 등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워 양형기준의 상한(5년 6개월)을 이탈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8월 29일 서울 강남구 B 씨의 매장에서 태국인 시계 판매상을 만나 스위스 최고급 시계인 '리차드 밀' 총 6점(시가 39억 6천여만 원)을 사들이는 척하면서 미리 준비한 가짜 시계와 바꿔치기해 가로챈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 가운데 3점은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 라파엘 나달(스페인)을 위해 제작된 모델로, 1점당 시가가 8억 2천500만 원에 달합니다.

리차드 밀 시계를 차고 있는 라파엘 나달
범행의 시작은 지난해 7월쯤이었습니다.

A·B 씨는 함께 하면 빚 4천만 원을 탕감해 주겠다며 C 씨를 끌어들였습니다.

작업 대상은 이른바 '밴쯔'라 불린 태국인 판매상이었습니다.

텔레그램을 통해 리차드 밀 5점을 주문하면서 암호화폐 USDT(테더) 총 1억 6천500만 원어치를 계약금으로 보냈습니다.

앞서 두 차례 거래로 신뢰가 생겼다고 판단한 밴쯔가 물건을 가지고 한국에 입국해 B 씨의 매장에 도착하자 설계대로 범행이 개시됐습니다.

C 씨는 '사진을 촬영하겠다'며 시계 5점과 밴쯔가 손목에 차고 있던 1점 등 리처드 밀 총 6점을 매장 내실로 가져갔고, 그 안에서 미리 준비해 둔 같은 모델의 '짝퉁'과 바꿔치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실행책들이 밴쯔에게 말을 걸면서 바람을 잡는 사이에 '진퉁' 시계들은 사무실 밖으로 빼돌려졌습니다.

밴쯔가 외부와 연락하지 못하도록 '인스타그램 팔로잉을 하고 싶다'며 그의 최신형 아이폰도 받아 가로챘습니다.

뒤늦게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밴쯔가 항의하자, C 씨는 오히려 "명품 시계를 구입하기로 하고 계약금을 보냈는데 시계를 감정해 보니 가짜로 판정이 났다. 사기 거래로 처벌해 달라"며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결국 밴쯔는 사건 당일 현행범 체포됐지만, 이 모든 것은 A·B 씨가 사전에 설계한 범행인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재판에서 A·B 씨는 오히려 C 씨가 주범이라고 주장했지만 사건 직후부터 벌인 여러 행적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A 씨는 체포 직후 유치장에서 "지금부터 모든 걸 C의 계략으로 몰아넣어야 한다. 조사받을 때도 꼭!"이라는 내용이 담긴 쪽지를 B 씨에게 보내려다 들켰습니다.

여기에 범행 직후 시계 2점이 사라지자 C 씨가 가로챘다고 의심한 A 씨가 그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 폭행하고 협박한 점 등을 종합하면 A·B 씨가 주범이 맞다고 재판부는 판단했습니다.

A 씨 등은 40억 원에 달하는 시계 가액이 부풀려졌다며, 신품가인 18억 9천만 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역시 기각됐습니다.

재판부는 "고가의 명품 시계는 신품 수령에 시간이 오래 걸려 중고가 더 높은 금액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빈번해 신품 기준은 객관적 시세를 반영하지 못한다"며 '프리미엄'을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시계 2점을 태국인에게 돌려주라고 명령했습니다.

'라파엘 나달' 모델 등 나머지 4점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입니다.

거액의 시계를 국내에 밀반입한 태국인도 관세법 위반 혐의로 관세 당국에 적발돼 지난 1월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사진=관세청 서울세관 제공,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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