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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소래생태공원 산책로 갑자기 막혀…토지주-주민 갈등

유영규 기자

입력 : 2024.03.13 08:31|수정 : 2024.03.13 08:34


▲ 산책로 가로막은 펜스

인천 대표 생태공원과 인근 주택가를 연결하는 산책로가 갑자기 토지주에 의해 가로막혀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오늘(13일) 인천시에 따르면 남동구 소래습지생태공원과 서창지구 사이 산책로 등지 5곳에 지난 5일부터 공사장 가림막 형태의 펜스가 설치됐습니다.

토지주인 부동산업체는 펜스에 부착한 안내문에서 "이 땅은 공원이 아닌 개인 사유지"라며 "인천시가 공원 편입 예정지라고 해서 무상사용 계약을 맺고 주민이 이용하게 했으나 시가 연장 의사를 표시하지 않아 계약은 해지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인천시는 지난 1월 10일에는 이 부지의 공원 조성은 '장기 검토 예정일 뿐'이라고 통보했다"며 "확실한 공원화 계획도 없는 상태에서 임의로 사유지 이용을 허용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펜스 설치에 따라 서창지구 주민들은 소래습지생태공원을 이용할 때 기존 산책로 대신 도보로 20∼30분을 더 돌아서 이동하는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주민은 "생태공원으로 갈 때 이용하던 길이 끊어지면서 도심 쪽으로 한참을 돌아갈 수밖에 없게 돼 산책하기도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주민 민원을 받은 인천시는 부지 소유 업체에 공문을 보내고 펜스 철거와 개방을 요청했습니다.

인천시는 생태공원 일대 22만 3천㎡ 땅을 소유한 이 업체가 공원 편입을 바라고 압박 목적으로 펜스를 설치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인천시 관계자는 "사유지를 당장 공원으로 편입하기는 어렵고 장기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하자 토지주가 펜스를 설치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주민 불편 민원이 계속해 들어오고 있어 개방을 요청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토지주 측은 인천시가 명확하게 공원 편입 계획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사유지를 개방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일부 펜스가 주민들에 의해 훼손된 상태라면서 다시 펜스 시설물을 보강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토지 소유 업체 관계자는 "인천시는 부지 무상 사용 계약이 해지됐는데도 연장 요청도 하지 않는 등 태만하게 땅을 관리했다"며 "재산권 보호를 위해 당장 부지 사용을 허용할 수는 없으나 인천시와 협의는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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