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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2024년에도 '5%성장률' 목표…이건 중국의 마지노선일까, 최선일까

심영구 기자

입력 : 2024.03.13 09:05|수정 : 2024.03.13 09:05

[중국본색] (글 :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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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째 똑같은 경제목표, "복지부동"인가 "도광양회"인가?

중국의 연례행사로 우리로 치면 국회 격인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와 자문회의 성격의 정협(정치협상회의), 두 개의 회의라고 불리는 양회(两会)가 지난 11일 폐막했다. 이번엔 폐막 하루 전날 시진핑 주석의 거처인 중난하이 신화문으로 반 정권 성향의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돌진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마무리됐다. 전인대는 중국 최고지도부가 총출동하고 중국경제의 한해 청사진이 공개되는 자리라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다. 전인대 첫날 9시에 발표되는 총리의 정부업무보고가 하이라이트다. 전년도 경제에 대한 평가와 올 한 해 계획을 담고 있다.

2023년 한 해 동안 중국은 경제위기설에 시달렸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리창(李强) 총리가 준비한 국무원의 2024년 정부업무보고 계획을 보면 6개 주요 경제지표의 목표치가 2023년과 동일하다. 관료주의에 빠진 중국 공무원의 복지부동(伏地不動)인가 아니면 미국과 2018년 이후 6년간의 경제전쟁으로 다시 정신 차린 중국이 등소평의 가르침대로 다시 도광양회(韜光養晦)의 모드로 돌아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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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경제전쟁을 시작한 이후 미국에 사사건건 당한 중국은 정보 노출을 삼가는 태세 전환을 하고 있다. "계획의 나라" 중국이 계획을 철저히 세우지 않은 것이 아닌데 발표자료만 두리뭉실하게 발표하는 것이다. 중국 경제정책의 기본이 되는 역대 경제공작회의 공보를 보면 2020년 이후 그 분량이 대폭 줄어들고 있다. 중국이 뭘 하고 있는지를 외부에 알리지 않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미국을 추월할 거라고 큰소리쳤지만 막상 붙어보니 생각과는 많이 달랐고 특히 미중전쟁이 무역전쟁일 때는 견딜 만했지만 기술전쟁으로 전쟁터가 바뀌자 미국의 벽과 중국의 실력을 처절하게 실감했다. 2021년 바이든 집권 이후 중국의 대외발표에서 몸 사리기는 일상화되고 있다.
 

2024년 중국은 "닥치고 성장(先立后破)"?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에 중국의 발표는 액면대로 믿으면 안 된다. 코로나 3년간과 그 이후 1년간 중국은 "잃어버린 4년"을 보냈다. 중국의 잠재성장률은 대략 5-5.5%로 추정되는데 지난 4년간 중국은 "코로나"로 인한 과도한 이동통제와 "공동부유(共同富裕)"라는 정치 어젠다에 몰입되어 기업에 대한 통제를 심하게 하는 바람에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사고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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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가 죽었고 실업이 높아지고 외국인이 투자를 줄이는 불상사가 생겼다. 그런데도 2024년 목표를 2023년과 같이 가져간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그래서 2024년의 중국 경제성장 목표 5%는 "최선(最善)의 수치"가 아니라 중국이 달성해야 할 "최저(最低)선 마지노선"으로 봐야 한다.

2024년의 표면상 신중모드는 액면으로 보면 안 되고 2023년 12월에 개최된 경제공작회의 문건을 보면 답이 있다. 2019년 이후 중국정부는 경제정책기조를 내리 4년간 "안정성장(稳中求进)"으로 정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부의 의도와 달리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불안정한 성장"을 했고 이로 인해 많은 사회문제가 생겼다.

2023년 12월에 개최된 경제공작회의에서 결정된 2024년 경제정책의 기조를 보면 기존에 반복했던 안정성장은 그냥 장식으로 붙여두고 뒤에다 "성장을 촉진함으로써 안정을 도모한다는 이진촉은(以进促稳)", "먼저 성장하고 후유증은 나중에 수습한다는 선립후파(先立后破)"라는 키워드를 내세웠다. 이는 3년간 지속했다 실패한 안정성장 같은 소극적인 모드가 아닌 "성장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닥치고 성장" 모드로 간다는 얘기를 둘러 얘기한 것이다.

이유는 첫째, 고용부진으로 인한 사회불안이다. 사회주의 중국의 GDP는 고용지표다. 어떤 나라든 먹물 실업자가 많아지면 나라가 위험해진다. 정부 업무보고에서 리창(李强) 총리가 2024년 대졸자 수를 언급했다. GDP 1%당 240만 명의 고용을 하는 중국은 2024년에 1,179만 명의 대졸자가 나온다. 최하 5% 성장은 해야 대졸자의 고용을 수용할 수 있다. 중국정부의 2024년 1200만 명 고용 목표는 대졸자 수용률 98%선이다. 3년간 코로나 봉쇄로 인한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는 성장률을 높이는 것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

둘째, 중국의 2035년 장기성장 목표와 일치다. 중국은 2020년 소강사회건설 목표 달성 이후 2035년까지 2020년 GDP의 2배를 달성하고 1인당 소득도 2배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달성하려면 2023-2035년까지 연평균 4.6%는 달성해야 하고 2023-2049년까지 연평균 5.6%의 성장을 해야 가능하다. 해당 기간 연평균이라서 초기 연도의 성장률은 연평균보다 당연히 높아야 하기 때문에 중국의 2024년 성장률은 5% 이상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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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지난 4년간의 정책 헛발질을 만회하려고 하는 것이다. 1990년 이후 중국의 GDP 목표와 실적을 보면 전형적인 사회주의의 특성이 나타난다. 계획 대비 실적이 초과 달성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2013년 시진핑 집권 이후 목표를 과도하게 낮게 잡아 오차가 크게 나는 것을 줄였다.

그런데 2020년 코로나 이후 중국의 4년간의 정부 목표는 모두 과대추정 혹은 과소추정으로 오차가 크게 났다. 이는 공산당의 정책신뢰도에 영향을 주는 일이다. 2024년의 GDP 목표는 보수적으로 작성해 목표치를 초과 달성해 지난 4년간의 정책 헛발질을 만회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5% 이상 GDP 성장률 도달 방법은 적극적인 재정 정책이다. 2023년에 중국은 5.0% 성장 목표에서 5.2%를 달성했다. 2024년 들어 수출, 내수, 부동산 등에서 2023년보다 더 악화될 분야는 없고 모든 분야에서 회복세로 들어섰다. 그래서 여기에 재정 정책을 강하게 쓰면 성장 목표는 5.0%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024년 총리의 정부업무보고에서 주목할 것은 재정 부문이다. 2023년 대비 예산 증가, 지방정부 전용채권 발행, 특별국채 발행 등을 통해 2.2조 위안의 지출을 늘린다는 것이다. 정부의 영향력이 센 중국의 특성을 감안하면 중국의 표면상의 재정 적자는 3%지만 실제 적자율은 2023년 6.5%에서 2024년에는 7.2%로 높아질 전망이고 이는 GDP의 0.5%p에 달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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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창 총리 말고 경제담당부총리 "허리펑의 입"을 봐라!

2024년 전인대에서 정부 목표를 안 바꾼 것도 특이하지만 2024년부터는 전인대 폐막일에 총리가 전 세계 언론과 일문일답을 하는 기자회견을 폐지했다. 전인대 폐막일 기자회견은 1991년 리펑(李鵬) 총리가 처음 시작한 뒤 1993년부터 정례화되었고 이후 주룽지(朱鎔基) 총리,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진행해 왔다.

통상 2시간가량 진행되는 기자회견은 총리가 내외신 기자들과 일문일답하는 형태로 진행되는데 외국의 중국특파원들 중국어 실력을 볼 수도 있고 총리의 순발력도 볼 수 있는 자리였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북경대 출신의 엘리트로 손에 서류 한 장 없이 나와 어떤 질문에도 수많은 숫자를 인용하면서 술술 답변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리창(李强) 총리는 지난해 처음으로 총리 기자회견에 참석해 중국 경제, 대만·인구·식량안보·미중 관계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지만 밋밋했고 리커창(李克强) 총리만큼 강한 인상을 주지는 못했다.

이번 총리 내외신 기자회견 폐지를 두고 중국의 폐쇄성이 심해졌다는 서방의 논평이 넘치지만 리커창 때도 실제 총리회견에서 새로운 정책이나 답을 얘기하는 경우는 없었다. 단지 총리의 입으로 직접 얘기를 듣고 답변하는 총리의 표정, 손짓, 목소리 등에서 정책의 신뢰성을 더 높이는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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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치는 역대 총리와 현 리창 총리의 업무 성격과 배경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역대 총리는 전형적인 경제전문가이고 총리 임명 전에 부총리로 5년간 중앙정부에 들어와 총리를 보좌하면서 총리 업무를 익힌다. 그러나 리창 총리는 중앙정부 경험이 전혀 없는 시진핑 비서 출신의 관리형 총리다.

그래서 2024년에 중국은 총리 기자회견을 없애는 대신 장관들의 도어 스텝핑을 회기 중에 3회를 실시해 직접 실무를 담당하는 장관들이 국내외 기자들에게 경제, 사회, 민생, 외교문제를 답하게 만들었다.

지금 중국 시진핑 3기 정부는, 저장성 출신 인재들인 저장방이 장악했던 2기와 달리, 시진핑이 1985년에 2002년까지 17년간 근무했던 복건성 출신의 복건방들이 장악하고 있다. 특히 샤먼대학 출신의 허리펑(何立峰)이 경제정책 결정의 중심에 있다.

역대 총리는 경제문제를 주도하고 총괄하는 역할이었지만 시진핑 3기 정부에서 총리는 국무원을 관리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어 과거 총리가 담당했던 경제 문제는 경제담당 부총리 허리펑의 일이다. 중국경제는 시진핑 1,2기 정부에서는 국무총리인 리커창의 입을 지켜봤지만 이제는 경제담당 부총리 허리펑의 입을 지켜봐야 될 것 같다.
 

표의문자의 나라 중국, 숫자 말고 행간을 읽어라!

중국의 2024년 정부업무보고서는 31페이지 분량으로 리창 총리가 51분간 쉬지 않고 읽어 내려갈 정도로 방대한 분량이다. 그런데 이 방대한 계획에 도표 하나가 없고 3개의 장에 걸쳐 소논문의 형태로 줄줄이 글로만 서술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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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발표가 나오고 나서 중국 연구기관들은 이를 도표로 만들고 해석하는 것을 보면 표의문자에 익숙한 나라의 특성이 적나라하게 나온다. 서방 표음문자 나라의 사람들이 중국과 중국의 정책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여기에 있다.

중국은 말로는 대충대충, 어중간하게 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31페이지의 자료를 만들어 내기 위해 분야별로 수십 수백 페이지의 세부계획과 자료로 세밀하게 정책을 입안한다. 하지만 이를 발표할 때는 추상적인 단어와 중요 제목만 두리뭉실하게 나열하는 것이다. 중국의 이러한 특징 때문에 중국의 발표는 행간의 의미를 읽어내야 한다.

서방세계에서 얘기하는 중국경제 위기설, 내수부진, 경제개혁, 수출, 민생, 디플레 함정, 부동산 위기, 청년실업 위기, 양안관계, 미국의 기술봉쇄, 외국인의 차이나 런 등의 문제에 중국은 어떻게 인식하고 어떻게 대응하는지는 그냥 정부업무보고서를 봐서는 제대로 알기 어렵다.

중국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는 대신 정부정책의 중요도 순위를 키워드의 반복으로 암시한다. 그리고 정책의 중점은 절대 빈도 수보다는 전년도 대비 빈도 수의 순증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빈도 수 상위 19개 핵심 키워드의 최근 5년간 빈도수의 변화와 2023년 대비 출현 빈도 수의 차이를 보면 2024년 중국정부의 정책 방향이, 그리고 서방세계의 우려와 중국정부의 판단에서 무엇이 다른지를 선명하게 알 수 있다.

2024년 정부업무보고에서 고질량, 혁신, 위험, 산업현대화의 빈도 수가 크게 증가했고 이는 중국 정부가 경제성장률의 둔화와 미중의 경제전쟁에 대비해 양적성장보다는 기술혁신을 통한 질적 성장과 리스크 관리에 정책의 중점을 둔다는 의미다.

서방세계에서 중국에 대해 2023년 내내 우려했던 경제성장, 경제안정과 실업문제, 고용, 개혁은 그 빈도 수가 대폭 줄었다. 이들 문제들에 대해 서방세계의 우려와 달리 중국정부의 판단은 이미 최악은 지났다고 보는 것이다. 이들 키워드의 빈도 수가 대폭 줄었다는 것은 성장과 실업문제는 자신있고 정치 어젠다를 실현하기 위한 개혁조치도 2024년에는 무리하게 진행할 생각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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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저 5% 성장 목표" 정말 심각한 저성장인가?

중국의 2024년 정부 경제성장 목표 5%는 장쩌민 주석 이래 최근 30년 중 역대 최저 성장률이다. 그래서 중국과 경제전쟁하고 있는 미국과 같은 정치 스탠스를 취하는 영국, 일본의 언론에서는 중국은 끝났고 중국의 미국 추월도 끝났다고 한다.

"돈을 앞에 두고서는 적(敵)을 미워하지 마라"는 말이 있다. 흥분하면 사리분별력을 잃어 정확한 판단을 못해 일을 그르칠 가능성을 경계하라는 의미다. 중국의 미래는 미국과 서방언론의 레토릭이 아니라 데이터를 보고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첫째, 서방언론의 중국 피크론은 중국경제 사이즈를 고려하지 않은 절대성장률만 가지고 얘기하는 것이다. 5% 성장을 목표로 하는 중국의 시진핑 시대 1% 성장은 두 자릿수 성장을 하던 장쩌민 시대의 1%와 비교하면 경제규모가 31배나 커졌다. 시진핑 시대 1%의 경제규모는 장쩌민 시대 31%와 맞먹는 규모다.

둘째, 중국의 현재 절대 규모, 상대 규모의 경제 사이즈를 미국과 일본이 같은 규모였을 당시 1981년, 1992년, 2005년, 2016년의 미국과 일본의 성장률과 비교하면 현대 중국의 성장률은 미국과 일본보다 월등히 높다.

중국 1인당 GDP가 일본과 비슷한 시기인 1985년 일본의 GDP 성장률은 5.2%로 중국의 현재 성장률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1985년 당시 일본의 세계 GDP비중은 11.4%였지만 2024년 현재 중국의 세계 GDP비중은 16.9%로 당시 일본의 비중보다 1.5배나 큰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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