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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봄 프로그램 질 낮고 교실도 부족…새 학기 임박해 졸속 운영"

유영규 기자

입력 : 2024.03.12 10:58|수정 : 2024.03.12 11:04


▲ 지난달 29일 늘봄학교 범부처 지원본부 제1차 회의에서 발언하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새 학기가 임박해 긴급하게 늘봄학교 담당자를 배정하고 교실도 부족해 1학년 교실을 빌려줘야 합니다. 교육청에서 '컨설팅'을 나와서 (운영방식을) 학교 사정에 맞지 않게 수정했고, 신청도 다시 받아서 학부모님은 물론 학교도 모두 우왕좌왕입니다. 이렇게 긴급하게 운영해야 하는 이유를 정말 모르겠습니다"
 
"(늘봄학교) 단기계약직을 교육청에서 파견했는데, 이 학교 학부모입니다. 학부모가 본교에 재학하는 학생의 모든 정보 교육복지, 자유수강권 지원 여부 등을 접할 수 있게 됐고 에듀파인(회계정보시스템)에도 접근할 수 있어서 민감한 정보까지 바로 볼 수 있게 됐습니다"
 
"민원은 1학년 담임이 다 받고, 하교 지도 시 아이와 만나지 못한 학부모가 울고, 전화로 민원을 넣습니다. 부모는 돌봄으로 인식하는데 실상은 방과 후 특기 적성 수업이네요. 강사가 운영하는 프로그램 내용이 수당에 비하면 너무 질이 떨어집니다. 학생·학부모가 실망해서 이틀 만에 그만둔 아이들이 반에 2~3명입니다"


정부가 새 학기에 임박해 무리하게 늘봄학교 정책을 확대 시행하면서 교육현장 곳곳에서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오늘(12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늘봄학교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이달 4~11일 늘봄학교를 운영하는 611개 초등학교 관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정부는 늘봄학교 확대 계획을 발표하면서 교육지원청 늘봄지원센터를 통해 학교의 늘봄 강사 수급을 돕고, 행정업무를 맡을 기간제 교사도 채용해 교원들의 부담을 덜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늘봄학교 (사진=교육부 제공, 연합뉴스)
설문 결과 1학기 늘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강사의 유형에 대해 응답자의 53.7%가 교사(정교사·기간제교사 포함)라고 답했습니다.

나머지는 방과 후 강사 또는 돌봄 전담사 등이었습니다.

응답자의 17.3%는 행정업무를 맡을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기간제 교사가 채용되지 않은 이유로는 81%가 '채용 공고에 지원한 사람이 없음'을 꼽았고, 기간제 교사가 없는 경우 늘봄 행정업무를 맡은 이들은 상당수가 기존 교원(55.5%)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별도 인력을 채용했다는 경우는 27.0%에 불과했습니다.

초등교원 자격 소지자를 기간제 교사로 채용한 경우는 연령대가 '60대 이상'이라는 응답이 46%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습니다.

20~30대는 25.4%, 40~50대는 28.6%였습니다.

중등교사 자격 소지자를 기간제 교사로 채용한 경우는 연령대가 '40~50대'라는 응답이 55.3%였고, 20~30대도 37.0%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기간제 교사를 채용했음에도 늘봄 행정업무에 기존 교원을 투입한다는 응답률은 40%(초등 42.0%· 중등 39.1%)에 가까웠습니다.

교사들은 운영 공간이 부족하고 교사들이 늘봄 강사로 투입되면서 수업 준비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1학년 교실을 늘봄교실로 사용하면서 정작 해당 학급 학생에 대한 방과 후 보충 지도를 하기 어렵고, 과학실이나 도서관도 늘봄 공간으로 활용하다 보니 교육과정 자체를 변경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강사가 구해지지 않아 교사가 늘봄 프로그램 강사로 투입되는 경우는 흔합니다.

교사가 행정업무까지 떠안고 있다는 지적도 많은데 채용된 기간제 교사가 지나치게 고연령이어서 결국 업무를 기존 교사가 하고 있거나, 업무가 너무 많다며 기간제 교사가 개학 직후 그만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괄적인 예산투입으로 늘봄 대상자가 없는데도 늘봄 전담사가 배치되면서 다른 예산이 삭감되거나, 1학년 학생들이 긴 시간 늘봄에 참여하면서 피로를 호소해 담임교사에게 민원이 들어온 사례도 있었습니다.

전교조는 "정부는 아무 문제 없이 늘봄학교를 추진할 수 있을 것처럼 각종 홍보와 광고에 몰두했으나, 늘봄 실무를 도맡은 학교 현장은 각종 문제에 직면했다"라며 "늘봄학교 정책이 지닌 태생적인 한계를 인정하고 이미 존재하는 지자체 돌봄 기관들과 학교 돌봄을 연계할 방안부터 마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사진=교육부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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