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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점점 더 커지는 남과 여 차이…수성에서 온 남자, 해왕성에서 온 여자

심영구 기자

입력 : 2024.03.11 09:05|수정 : 2024.03.12 16:09

[뉴욕타임스 칼럼] Men Are From Mercury, Women Are From Neptune, by David French


뉴욕타임즈 칼럼-점점 더 커지는 남과 여 차이... 수성에서 온 남자, 해왕성에서 온 여자
 

*데이비드 프렌치는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다.
 

지난주 나는 켄터키주 렉싱턴 교외의 작은 마을에 있는 기독교 대학 아스버리 대학교 채플에서 강연할 기회가 있었다. 기독교인이 공적인 부문에 건설적으로 참여하는 방법에 관한 즐거운 강연이었다. 그런데 강연이 끝난 뒤 이어진 학생 포럼에서 한 학생으로부터 다소 뜬금없는 질문을 받았다.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Z세대 안에서 남녀 간의 정치적인 성향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는 연구를 봤습니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시나요? 왜 우리 세대는 지금까지의 이전 세대와 다른 거죠?"

최근 갤럽의 발표를 염두에 두고 한 질문이었을 거다. 18~29세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성별에 따른 정치 성향 차이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젊은 여성이 급격히 진보적으로 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현상을 아주 쉽게, 간단히, 한 문장이나 몇몇 키워드로 설명하자면, 미투 운동,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임신중절권을 헌법이 보호하는 권리에서 빼버린 연방대법원의 돕스 판결 등을 원인과 배경으로 꼽을 수 있다. 하나같이 젊은 여성들에게만 정치적으로 커다란 영향력을 끼친 사건이다. 그러나 한 문장으로 단정 짓는 설명이 대개 그렇듯 이 설명도 허점과 맹점이 많다.

우선 젊은 여성의 정치 성향은 미투나 트럼프의 당선, 돕스 판결 전부터 이미 진보적으로 변해 왔다. 게다가 미국과는 엄연히 정치적인 경험이 다른 나라에서도 (젊은 여성이 대체로 가장 진보적인 성향을 띠는)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여성은 급격히 진보적으로 돌아서고, 남성은 대체로 중도 내지 보수 성향을 띠는 것은 전 세계적인 공통된 현상이다. (남성의 급격한 보수화가 두드러지는 한국은 예외다.)

학생의 질문에 나는 정치 자체보다 문화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답을 했다. 물론 현재 일어나고 있는 정치적인 논쟁이 전혀 의미 없어서 그런 건 아니다. 다만 젊은 세대가 자라나면서 점점 성별에 따라 분리된 삶을 사는 데서 비롯된 근본적인 문화적 변화에 비하면 지금의 정치적 논쟁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해 보일 뿐이다. 분리된 삶을 산다는 건 삶의 경험이 서로 다르다는 뜻이고, 살면서 형성되는 신념과 가치관도 달라진다는 뜻이다. 설상가상으로 분리된 삶을 살수록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지고, 서로 관계를 맺기는 더 힘들어진다. 친구가 되기도 쉽지 않은데, 사회의 번영에 필요한 관계, 즉 결혼해서 부부가 되거나 부모가 돼 아이를 낳고 기르는 건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여러 면에서 현재 Z세대 앞에 놓인 세상은 이들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진행되던 몇 가지 불행한 세태와 경향이 겹쳐 일어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 경향들이 지금 우리의 정치를 규정하고 바꿔놓았는데, 이 세태 자체에 맞서 싸우기는 매우 어렵다.

Z세대는 점점 더 원자화되고 고립되는 문화 속에서 나고 자랐다. 로버트 퍼트남이 2000년에 펴낸 책 "나 홀로 볼링"은 이런 경향을 정확히 내다보고 설명한 중요한 책이다. 지금 우리는 "나 홀로 볼링을 치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시민 참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교회에 다니는 사람도 줄었다. 친구의 숫자도 줄었으며, 대부분 미국인이 일터에서, 공동체에서, 더 넓게는 사회와 나라에 소속감보다 소외감을 느낀다고 답한다.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나 로터리클럽 회원이 줄어드는 것 외에도 고독과 소외는 다양한 분야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최근 데릭 톰슨이 애틀란틱에 쓴 칼럼처럼 미국인들은 서로 어울리는 행위 자체를 덜 하고 있는데, 이런 사회적 교류의 감소는 이제 막 성인이 된 젊은 세대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톰슨은 이 현상을 하나하나 나열했다.

"요즘 10대는 연애도 덜 하고, 스포츠도 예전만큼 하지 않는다.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도 줄었고, 아예 사귀는 친구의 숫자부터 적다."

다만 우리가 "요즘 어린 친구들"에게 우려의 시선을 고정할 때마다 잊지 말고 함께 살펴봐야 하는 대상이 바로 이들의 부모다. Z세대는 결국, 이들의 부모인 X세대가 키워낸 산물이다. X세대 부모들은 본인들이 자랄 땐 무제한에 가까운 자유를 누렸으면서 정작 자기 자식들은 철저히 계산된 과정과 계획된 틀 안에서 키웠다. 자유롭게 뛰어노는 건 어려서부터 금지됐고, 다툼이 있어도 자기들끼리 스스로 화해하고 해결하는 법을 배우는 대신 좋은 대학교에 가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것들로 스펙을 채우는 행위만 허락된 청소년기를 보내야 했다. 그 결과 아이들은 친구를 사귀고 함께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느끼는 즐거움을 맛보지 못한 채, 독립심을 기르지도 못한 채 어른이 됐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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