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만드는 물건이 단순한 소비재 이상이라고 믿는다. 그러니 소비자 만족을 최우선으로 여기지 않아도 된다. 소설가가 몸과 마음을 바쳐야 하는 대상은 작품이다. 돈벌이와 밥벌이 얘기를 해야지, 하고 시작한 연재 2년 4개월 만에, 나는 솔직히 털어놓는다. 돈하고 상관없이 이 직업 되게 뿌듯해요. 맞는 사람한테는 정말 잘 맞아요."
"그 직업의 어느 부분이 우습고 이상한가? 밥벌이이자 돈벌이인데 그렇지 않은 척 굴어야 하는 부분이 우습고 이상하다. 예비작가와 신인이 그런 인식에 가장 깊이 사로잡혀 있다. 그래서 금전 문제를 협상해야 할 때 주도권을 잘 잡지 못한다. 아예 말을 못 꺼내는 이도 흔하다. 그런 분위기는 업계가 우스워지고 이상해지는 데 한몫한다."
"소방관이라는 직업에는 그럴 가치가 있다고 인정한다. 그 가치는 높은 연봉과는 다른 무엇이다. 종사자의 영혼을 충만하게 하는 것.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해 주는 것. 퇴근 뒤에도, 심지어 퇴직 뒤에도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나는 소설가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프롤로그>에서
"근육, 식사, 커피, 술 등 관리해야 할 대상들을 적다 보면 거꾸로 내가 어떤 경주에 참여하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단거리가 아니라 장거리, 그것도 울트라 마라톤이나 투르 드 프랑스 같은 초장거리 경기다. 그렇게 관리를 해가며 내가 매달리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하고 내 업(業)의 본질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게 된다.
그래서 나는 '글쟁이'라는 말을 별로 안 좋아한다. 아무 글이나 쓰는 건 내 일이 아닌 것 같아서다. 책이 될 글을 써야 한다. 나는 '단행본 저술업자'라는 표현을 선호한다."
-<저술노동자의 몸 관리>에서
"'인터넷에서 내 이름을 검색해야 하나? 거기에 얼마나 신경 써야 하나?'
나는 헷갈린다. 작가는 동시대 독자들의 반응을 살피고 함께 호흡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동시에 대중의 평가가 절대적으로 따라야 할 지침이 아니라는 의견도 옳게 들린다. 좋은 작품을 쓰면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그게 좋은 작품임을 내가 혼자서 알아차린다. 동시에 얼토당토않은 말이라도 악평을 들으면 마음이 흔들리고 스스로에 대해 의심이 생긴다."
-<작가님은 이 글을 못 읽으시겠지만>에서
""요즘엔 별 걸 다 해야 돼요"라는 푸념 아래에는 그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불안이 깔려 있다. 나도, 편집자도, 마케터도, 서점 관계자도 그렇다. 우리가 점점 책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팔고 있는 것 같다는 존재론적 위기감. 애써 아닌 척해도 콘텐츠와 책은 다르고, 크리에이터와 작가도 엄연히 다르다. 책은 글자로 돼 있고, 작가는 글자로 작업한다. 책의 본질이 굿즈나 토크에 담길 리도 없다. 우린 다 책이 좋아서 이 일을 시작했는데,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요즘엔 별 걸 다 해야 돼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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