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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매장서 계산 깜빡했다가 '절도' 기소유예…헌재서 구제

한성희 기자

입력 : 2024.02.10 09:06|수정 : 2024.02.10 09:06


과로와 과음한 상태에서 무인 매장에서 상품을 실수로 결제하지 않고 가져간 사람이 절도죄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으나 헌법재판소에서 구제받았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이 모 씨에게 내린 기소유예 처분을 지난달 25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취소했습니다.

이 씨는 지난해 3월 25일 아침 9시쯤 안양시의 한 무인 매장에서 총 1만 200원어치의 샌드위치 4개를 계산하지 않고 가져갔습니다.

업주의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CCTV 추적을 통해 이 씨를 피의자로 지목했습니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누적된 과로와 전날 과음으로 피곤한 상태에서 주의가 산만해 실수로 계산하지 않았을 뿐이고 훔칠 고의는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그는 뒤늦게 물품값을 치렀고 피해 업주의 처벌불원서도 제출됐습니다.

경찰은 그러나 이 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고, 검찰은 추가 수사 없이 지난해 6월 이 씨에게 절도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했습니다.

기소유예란 혐의가 인정되지만 검사가 여러 정황을 고려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는 않는 처분을 말합니다.

형사 처벌은 면할 수 있지만 수사기관이 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것이어서 징계 등 인사상 불이익이 따르기도 합니다.

헌재는 이 씨가 청구한 헌법소원을 심리한 뒤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며 검찰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헌재는 이 씨가 사건 당시 얼굴을 가리지 않았고 샌드위치 4개를 하나하나 계산대에서 스캔했으며, 매장에 방문하기 전 커피를 구입하면서는 대금을 정상적으로 계산한 점을 근거로 "청구인에게 절취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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