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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김치 프리미엄' 노리고 4조 원 해외 송금…일당에 "무죄"

한성희 기자

입력 : 2024.02.10 08:55|수정 : 2024.02.10 08:55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의 시세가 해외 거래소보다 높게 형성되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리고 4조 원 대 외화를 해외로 불법 송금한 혐의로 기소된 일당에게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는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 등 14명에게 지난 6일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A 씨 등은 2021년 1월∼2022년 8월 256명의 계좌에서 돈을 모아 은행 9곳을 통해 약 4조 3천억 원을 해외로 송금한 혐의를 받습니다.

이들은 금융당국의 눈을 피하려고 해외에 무역대금을 보내는 것처럼 꾸몄고, 거액을 원활히 송금하기 위해 무역회사로 위장한 페이퍼컴퍼니를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렇게 보낸 돈으로 중국, 일본 등 해외 코인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사들인 뒤 국내 거래소로 전송해 김치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에 팔았습니다.

검찰은 이들이 정부에 등록하지 않은 채 외국환 업무를 해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했고 은행의 외환 송금 업무를 방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A 씨 등의 행위가 외국환거래법에 규정된 '대한민국과 외국 간 지급'이라고 볼 수 없다"며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A 씨 등은 은행에 송금해달라고 신청했을 뿐 실제로 송금을 실행한 주체는 은행"이라며 "송금 사무처리를 위임한 행위는 송금 그 자체와 구별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A 씨 등의 행위를 굳이 외국환업무로 보고 규율할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이는 입법을 통해 해결할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A 씨 등이 실제 물품을 수입한 사실이 없는데도 허위로 작성한 증빙자료를 첨부해 은행에 외환 송금을 신청한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다만, 은행이 이런 신청을 받아들인 것은 결국 직원의 불충분한 심사 때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A 씨 등이 위계, 즉 거짓 계책로 은행의 외환 송금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 역시 무죄로 봤습니다.

검찰은 A 씨 등이 금융정보분석원장에 신고하지 않고 가상자산거래업을 해 특정금융정보법도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A 씨 등이 특정금융정보법에서 규정한 '가상자산사업자'라기보다는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해 대규모 가상자산을 반복해 거래했을 뿐이라며 이 주장 또한 기각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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