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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개들의 사랑으로 구원받은 남자 이야기

입력 : 2024.02.10 09:03|수정 : 2024.02.10 09:03

[주즐레] "신은 불행이 있는 곳마다 개를 보낸다"…영화 <도그맨>


스프 주즐레
(SBS 연예뉴스 김지혜 기자)

'도그맨' / 감독 뤽 베송 / 15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115분

영화 '도그맨'은 "불행이 있는 곳마다 신은 개를 보낸다"라는 의미심장한 글로 문을 연다. 프랑스 시인 알퐁스 드 라마르틴의 시구다.

제목부터 강렬한 '도그맨'은 개들의 사랑으로 구원받은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프랑스 상업 영화의 거장인 뤽 베송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영화 도그맨
인간과 개의 교감을 그린 영화는 과거에도 많았다. 대부분 종(種)을 뛰어넘은 유대와 우정에 관한 이야기였다. '도그맨' 역시 큰 틀은 다르지 않다.

다만, 이 영화는 인간과 개의 유대를 넘어 두 종이 서로를 동일시하고 거울 같은 관계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조금은 다른 결이다. 개를 인간이 돌봐야 하는 대상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개도 인간을 돌보고 구원하는, 상호작용 측면의 '연대'가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더글라스(케일럽 랜드리 존스)는 투견을 길러내는 아버지와 형 밑에서 학대받으며 자랐다. 특히 소년기에 아버지 몰래 개에게 먹이를 줬다는 이유로 개들이 사는 철장에 갇히고 만다. 그런 그에게 유일한 위안은 자신의 상처를 핥아주는 개들이었다.

어느 날 예상치 못한 일로 아버지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더글라스는 아버지가 쏜 총에 의해 하반신 불구가 되고 만다. 걷는 자유를 잃고서야 비로소 지옥에서 벗어난 더글라스는 보육원에서 만난 연극 교사 셀마를 통해 셰익스피어 문학과 연극에 눈을 뜨게 된다. 보육원을 나온 뒤에는 유기견을 돌보며 브로드웨이로 진출한 셀마와 다시 만날 날을 꿈꾼다.

영화는 범죄 사건에 연루된 더글라스를 정신과 의사 에블린이 상담하하고, 더글라스의 고백이 플래시백으로 교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불행이 끝도 없이 들이닥치는 더글라스의 삶은 '불행 포르노'처럼 괴롭게 다가온다. 비현실적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가혹한 전개지만 완전히 지어낸 이야기는 아니다.

영화를 연출한 뤽 베송 감독은 4년간 어린아이를 철창에 가둬 키운 가족의 기사를 보고 작품을 기획했다.

불행으로 점철된 더글라스의 삶에서 100여 명의 개들은 친구이자 구원자다. 이들이 일군 삶의 터전은 문 닫고 방치된 고등학교다. 그곳에서 더글라스와 개들은 자신들만의 몸짓과 눈빛으로 소통하고, 가혹한 세상에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갈 방법을 터득한다.

개를 소재로 한 액션 영화라는 점에서 '존 윅'이 떠오르기 하고, 배우를 꿈꾸는 불안한 내면의 남자 주인공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조커'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도그맨'은 액션보다는 한 남자의 인생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세상으로부터 유기된 한 남자가 구원받는 과정이 처절한 드라마로 펼쳐진다.

'겟 아웃'(2017)과 '쓰리 빌보드'(2018)의 빼어난 연기로 할리우드의 주목을 받고 '니트람'(2021)으로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타며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케일럽 랜드리 존스의 연기는 '도그맨'의 8할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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