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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물을 뿌려라"…순직 추정 소방관들 끝까지 임무 다해

유영규 기자

입력 : 2024.02.02 08:26|수정 : 2024.02.02 08:26


"소방관 네 분이 이쪽으로 오시길래 길을 안내해드렸습니다."

1일 경북 문경시 신기산업단지의 한 두부공장에서 만난 박 모 씨는 "이쪽도 불이 심해서 소방관들 4명께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보니 '계속 물을 뿌려라'라고 하더라"며 "그분들 손에 다 도구를 쥐고 있어서 구조팀이라고 생각해 '고맙다'고 인사했었다"고 전했습니다.

이 두부공장은 화재가 난 육가공 제조업체 바로 옆에서 운영 중입니다.

두부공장 박 씨 부자(父子)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마련해뒀던 두부공장 내 자체 고압호스로 옆 공장에서 난 불을 진화 중이었습니다.

건물 외부에 LP 가스통과 액화가스 저장고가 있었기에 화재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두부공장 박 씨 부자는 계속 고압호스를 이용해 분사하며 가스통을 보호했다고 했습니다.

두부공장 측에서 공개한 폐쇄회로(CC)TV 영상은 불이 난 육가공 제조업체 외부를 촬영한 모습입니다.

영상 속 소방대원들은 어깨에 산소통을 메고 손에는 쇠 지렛대로 보이는 장비를 든 상태였습니다.

시간과 정황상 이들 중 2명이 순직한 구급대원으로 추정만 될 뿐 공식적으로 신원이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

건물 밖에는 소방차가 출동하거나 경찰관들이 현장 상황을 통제하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이들이 건물 내부로 자취를 감추자 곧이어 화염과 불꽃이 공장 건물 안에서 외부 바닥으로 여기저기서 떨어졌습니다.

순직한 구조대원들은 육가공 제조업체 공장 내부에 인명이 있을 수도 있다는 판단 아래 공장 내부로 진입을 결정했습니다.

지난달 31일 저녁 경북 문경 육가공공장 화재 현장 진입로를 찾고 있는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구조대원들 (사진=연합뉴스)
배종혁 경북 문경소방서장은 "최초 도착 시 건물 내부에 인원(사람)이 있는지에 대해 계속 번복이 있었다"라며 "다 탈출했다고 했는데 육가공 제조업체 관계자 1명이 나왔고, 안에 5명이 다시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우리 대원들이 직접 올라가서 인명 검색을 하게 됐다"라고 말했습니다.

연합뉴스가 인근 복수의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화재 당일 오후 7시 45분쯤(CCTV에 기록된 시간 기준) 전후 화염과 불길이 치솟는 장면이 처음으로 포착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초 119 신고 접수 시각인 오후 7시 47분보다 2분 빠릅니다.

이에 대해 장찬익 경북경찰청 문경시 육가공 제조업체 화재 수사전담팀장은 "진술상으로는 최초 신고보다 약 10분 전에 발화한 것으로 보이나 현장 감식 등 정밀 분석을 해야 정확한 발화 시점이 나올 수 있다"라며 "CCTV상으로는 외부로 불길이 치솟는 장면이라서 부정확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달 31일 밤 문경시 신기산업단지 육가공 제조업체 공장에서 난 불로 문경소방서 119 구조구급센터 소속 김수광(27) 소방교와 박수훈(35) 소방사가 순직했습니다.

출동 지령을 받고 8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이들은 건물 안에 공장 관계자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건물 내부로 진입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내부 진입 당시까지만 해도 인명 검색 상황이 나쁘지는 않았다고 소방당국은 전했습니다.

3층에 있던 튀김기에서 발화한 것으로 잠정 추정됐습니다.

(사진=두부공장 측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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