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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온난화는 이제 돌이킬 수 없나? 현대사에서 가장 더웠던 해, 2023년

심영구 기자

입력 : 2024.02.05 09:00|수정 : 2024.02.05 09:00

[뉴욕타임스 칼럼] How Hot Was It Last Year?, By David Wallace-Wells


스프 NYT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데이비드 월러스웰스는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다.
 

세계 각지의 모든 기상 관측소 데이터를 종합해 지구 온난화를 측정하는 것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작업이지만, 2023년의 관련 프로젝트가 모두 완료된 시점에서 보건대 그 결과는 하나같이 암울하다. 2023년은 현대사에서 가장 더운 한 해였으며, 그것도 매우 큰 차이로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다. 종래의 기후 과학으로는 충분히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빅데이터 수집이 완료된 가운데, 지난주 버클리 어스(Berkeley Earth)가 발표한 데이터는 2023년이 기록적으로 더웠던 해였다는 사실을 알고 보더라도 눈이 튀어나올 만큼 충격적인 수치를 담고 있다.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 이상 높아졌다. (다른 곳들에선 이보다는 조금 낮은 수치를 발표했다.)

2015년 파리기후협정이 지구 온난화 억제를 위한 야심 찬 목표를 설정하고,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지구 온난화 1.5℃ 특별보고서'가 1.5℃의 위험을 경고한 이래, 기후 과학자나 활동가들은 거의 집착에 가깝게 이 숫자를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이들이 말한 1.5℃는 최근 보고서에 나온 수치와는 다르다. 지금까지는 과학자들이 경고한 것은 오랜 기간에 걸친 기온 상승 1.5℃의 위험성이지, 단 1년 안에 1.5℃가 오르는 이례적인 현상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러나 지구 온도 상승치는 여러 해에 걸친 평균을 나타내기 때문에 항상 일이 벌어진 후에야 나올 수밖에 없고, 전 세계 기온 상승치가 1.5℃를 넘어선 정확한 순간은 그 순간이 지난 다음에야 알 수 있다. 올해 들어 몇몇 저명한 과학자들은 그 시점이 2023년이 될 수 있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기온 상승을 1.5℃ 아래로 억제한다는 야심 찬 기후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이미 가망 없다는 주장에 많은 반론이 따랐다. 그러나 기후 활동가들이 "1.5℃ 사수(1.5℃ to stay alive, 살아남으려면 1.5℃를 지켜야 한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대규모 집회를 주도한 것도 이미 꽤 오래전의 일이다. 아마도 많은 활동가들이 더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몇 년간 1.5℃라는 목표는 비공식적으로 이미 달성 불가능한 과제 취급을 받으면서도 공식적으로는 기후 및 탈탄소 현황에 대한 모든 논의의 중심에 계속 남아 있는 기이한 존재였다. 어쩌면 올해는 이제 이 낡은 목표를 정식으로 포기하는 원년이 될지도 모른다.

그게 과연 중요한 문제일까? 일각에서는 1.5℃ 목표를 폐기하는 것을 환영할 수도 있다. 애초에 그 자체로 문제가 많은 수치였기 때문이다. 평균 기온 상승치는 현재 상황을 파악하는 데 유용한 지표일지 모르지만, 실제 기온과 그 영향은 지역마다 크게 다르므로 기후변화 문제에서 가장 좋은 지침은 아닐 수도 있다. 또한, 평균 기온은 인간의 활동과 그다지 밀접한 연관이 없다. 일정량의 배출로도 상대적으로 넓은 범위의 온난화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 민감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우려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기후 안전의 임계치가 훨씬 낮았던 초기 계산에 따라 1.5℃라는 목표가 애초에 다소 자의적으로 설정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준점이 되는 시기는 현대사에서 가장 파괴적인 재난과 기근이 많았던 시기이기도 해 기후 낙원과는 거리가 멀다. 기온이 인류의 운명을 결정하는 유일한 요인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키는 대목이기도 하다. 또 각국 정부가 가장 후하게 예산을 배정한다고 가정해도 2015년 파리 협정에 명시된 목표를 달성하기란 애초에 불가능에 가까웠을지 모른다. 이후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은 계속 증가해 1.5℃로 가는 길은 매우 가파른 우상향 그래프의 모습을 보인다. 사실 '길'이라는 표현보다는 추락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대기 중의 탄소를 제거하는 일 없이 2/3 정도의 가능성이나마 살리려면 2030년까지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현재 400억 톤에서 0톤으로 줄여야 한다. 이는 많은 기후 활동가가 적응 기간을 거쳐 기후 회복력을 가진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위해 좀 더 현실적인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럴듯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면 이는 물론 타당한 주장이다. 그러나 기후가 1.5℃라는 목표를 달성할 가망이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면 인류도 이제는 이 목표를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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