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상담 전화벨이 울리고, 수화기를 들자 IT프로그래머 A 씨는 퇴사 압박을 받았다고 했다.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20명 정도 일하는 IT업체다. 대표가 그중 나이가 어린 7명을 한 명씩 대표실로 불렀다는 거다.
대표는 회사 직인이 찍혀있는 "권고사직서"를 보여주며 "다음 달부터 월급 주기가 어렵다.", "지금 여기 서류에 서명해서 실업급여받자.", "지금 바로 하고 나가라.", "왜 고민하는 거야?" 등의 말로 채찍을 들고, 중간중간에 여러 차례 반복해서 "지금까지 일이 힘들었으니 이제 실업급여받고 해외여행도 가고 푹 쉬어"라는 능수능란하고 달콤한 말도 곁들였다.
A 씨는 이런 경험이 처음이었다. 회사 다닌 지 4년째, 성장하는 회사의 모습도 봤고, 다른 직원들과의 관계도 나쁘지 않았다. 함께 고생하고 쌓인 정은 프로젝트 기한을 맞추는 밤샘 코딩의 길이와 비례했다. 회사에 애정도 있었고, 대표와 관계도 딱히 나쁘지 않았고, 회사에서 집까지 출퇴근도 30분 거리에 월급도 이 정도면 흡족했다. 그만둘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왜 나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A 씨가 고민하자 대표는 더 큰 채찍을 들었다. "월급도 못 받는데 일을 해야 되고", "여태 잘 해왔잖아" 라며 말재간을 부리니 버텨낼 방도가 없었다. 그리고 A 씨도 실업급여 한 번쯤 받아보고 싶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주에 막 끝난 프로젝트를 하느라 하루 10시간, 20시간까지 일을 했고 허리, 목, 손목, 어깨 어디 안 아픈 데가 없었다. 그만둘 이유는 없지만 이번 기회를 꼭 잡아야 한다는 마음 속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대표가 부추겼다. "정리해고 해야 돼. 그러면 실업급여 어려워져."라는 대표의 말장난에 속아, "알겠어요"라고 하며 쿨한 척하고는 권고사직서에 서명을 했다.
아참 정리해고 당하면 실업급여 못 받는다는 대표의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서명을 받은 대표는 권고사직서를 삼키듯이 쓰윽 챙기고는(마치 갯벌의 게가 마파람에 게 눈 감추는 줄) 뒤도 안 돌아보고 A 씨를 내보냈다. 그날 오후까지 권고사직서를 제출한 직원은 A 씨를 포함해 7명이었고, 그 7명은 이번 프로젝트를 함께 한 직원들이었으며, 모두들 나이 어린 직원들이었다. 그날 저녁 회사 카카오톡 채팅방에는 "2주간 출장 간다"는 대표의 메시지가 올라왔고, 출장을 마치고 대표가 돌아오기로 한 날은 A 씨와 동료 6명이 회사를 퇴사하기로 한 다음날이었다. 용무가 끝났으니 만나주지도 않겠단 거다.
A 씨의 "몰랐는데.."라는 말은 ▲ 권고사직서에 서명을 꼭 해야 하는 게 아닌 점, ▲ 해고를 당해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점, ▲ 권고사직서는 회사가 인건비를 줄이려는 대표적인 수법이라는 점에 모두 해당한다. 그리고 서명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닌데...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