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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환전책 "체포 당시 압수한 3천만 원 돌려줘" 소송

유영규 기자

입력 : 2024.01.24 09:30|수정 : 2024.01.24 09:30


보이스피싱 환전책이 체포 당시 경찰이 압수해 간 3천600만 원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습니다.

2021년 10월 A(49) 씨는 이름도 모르는 조직원의 제안을 받고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범행에 가담했습니다.

이들은 은행원 역할 조직원이 "저금리 대출을 받으라"며 피해자를 속이고,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 공범이 "대출금의 30%를 신용보증금으로 내야 한다"며 돈을 받아 챙겼습니다.

A 씨는 '중간 전달책'이 건네주는 피해자 돈을 환전상에게 전해주는 이른바 '환전책'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가 환전상에게 넘긴 피해자 돈은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어갔습니다.

이듬해 3월 10일 A 씨는 중간 전달책한테서 넘겨받은 피해자 돈 1천500만 원을 보관하고 있다가 경찰에 긴급 체포됐습니다.

경찰은 피해자 돈을 포함해 A 씨가 사무실 금고에 넣어 둔 현금 3천600만 원을 압수했습니다.

조사 결과 A 씨는 4개월 동안 환전책 역할을 하면서 전달 액수의 0.2%를 수수료로 받아 1천5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결국 A 씨는 사기미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인 징역 2년을 선고받아 복역했으며 항소심에서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풀려났습니다.

그러나 그는 석방 후 7개월 만인 지난해 9월, 경찰에 압수된 현금 3천600만 원을 돌려달라며 국가(대한민국)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냈습니다.

A 씨 변호인은 "수사 단계에서 압수된 물품은 재판에서 몰수 선고가 없으면 압수가 해제된 것으로 본다"며 "국가는 압수물을 (애초) 소지자에게 돌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압수물 소유자는 원고가 명백한데도 검사는 '소재 불명으로 돌려줄 수 없다'며 허위 내용을 관보에 공고했고 (3천600만 원이) 국고로 귀속됐다"며 "압수물을 돌려받지 못한 원고의 손해를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A 씨의 보관 현금을 압수한 뒤 국고로 귀속한 처분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인천지법 민사3단독 강주혜 판사는 A 씨에게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오늘(24일) 밝혔습니다.

강 판사는 손해배상금 3천600만 원을 요구한 A 씨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 비용도 모두 부담하라고 명령했습니다.

강 판사는 "A 씨는 압수 당시 '(피해자 돈 1천500만 원과) 같은 방식으로 여러 사람한테서 받은 돈'이라고 했고, 검찰 조사에서도 중간 전달책으로부터 받았다고 진술했다"고 전제했습니다.

이어 "당시 압수물 기록에 제출자와 소유자가 A 씨로 표기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A 씨 진술을 토대로 살펴보면 (1천500만 원 외) 나머지 돈도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금이어서 장물로 판단할 근거가 충분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강 판사는 "압수물은 보이스피싱 피해금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에 A 씨가 아닌 피해자에게 환부돼야 한다"며 "압수물 인도를 청구할 권리는 명백하게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갖는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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