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사회

아파트 불나면 무조건 대피?…"복도에 퍼진 연기가 더 위험"

유영규 기자

입력 : 2024.01.19 08:02|수정 : 2024.01.19 08:02


아파트 이웃집에서 불이 나 현관문을 여니 복도에는 이미 검은 연기가 자욱하게 깔려 있는 상황에서 거주지에서 벗어나 대피해야 할까? 아니면 머물러야 할까?

18일 오후 부산 남구의 한 철거 예정인 4층짜리 빌라에서 화재 현장을 구현한 재현 실험이 열렸습니다.

이날 실험은 부산소방재난본부가 지난해 개정된 아파트 화재 피난 안전 매뉴얼을 홍보하고, 대피 시 현관문의 개방 여부에 따른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진행했습니다.

최근 큰 인명피해를 일으킨 아파트 화재가 잇달아 발생한 데 따른 것이기도 합니다.

아파트 화재 시 현관문을 열고 대피한 경우 화염이 밖으로 유출된다.
소방대원들은 화재가 발생해 대피할 때 현관문을 닫고 간 경우와 열어두고 간 경우를 가정했습니다.

현관문을 열어둔 경우 빌라 1층 안방에 불을 지핀 지 1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검은 연기가 현관문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검붉은 화염은 현관문 밖으로 나와 빌라 복도를 새까맣게 태웠습니다.

실제 1층에서 발생한 연기는 1분 20초 만에 4층 계단까지 올라왔습니다.

점화한 지 4분 50초가량이 지났을 때는 4층 계단에서의 일산화탄소 농도가 7천28ppm을 기록했는데, 이는 흡입한 사람이 10∼15분 뒤 사망에 이를 만큼 치명적인 수치입니다.

아파트 화재 시 현관문을 닫고 대피할 경우 연기와 화염이 빠져나오지 않는다.
반면 현관문을 닫고 나온 경우에는 적은 양의 연기만 복도로 빠져나왔고 더 이상 불이 번지지도 않았습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집 안에서 불이 나 밖으로 대피할 때 현관문을 열어두고 나오면 더 많은 공기가 집안 내부로 유입돼 연소가 빨라진다"며 "현관문을 통해 나온 유독가스는 복도를 통해 대피하는 다른 이웃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공동주택의 경우 이처럼 복도로 유입된 연기를 흡입한 탓에 다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소방청 화재 발생 통계에 따르면 2018년부터 5년 동안 발생한 아파트 화재는 1만 4천230건으로 사망자는 180명입니다.

이 가운데 연기흡입으로 인한 사망자는 127명으로 화상 13명, 뛰어내림 9명, 기타 31명과 비교해 독보적으로 많습니다.

화재 진압하는 소방관 (사진=연합뉴스)
소방당국은 이처럼 공동주택에 불이 났을 경우 무조건 대피하러 가기보단 상황을 먼저 판단하고 대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자기 집에서 불이 났을 경우 계단을 이용해 낮은 자세로 지상층, 옥상 등 안전한 장소로 대피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다른 집에서 불이 났다면, 자기 집으로 화염이나 연기가 들어오는 상황인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연기나 불이 보이지 않는다면 집 안에서 대기하며 화재 상황을 주시해야 합니다.

만약 자기 집으로 연기나 화염이 들어오려 한다면 밖으로 대피해야 합니다.

상황이 여의찮다면 화장실 등 화염과 먼 곳으로 이동해 연기가 들어오는 것을 젖은 수건으로 막는 등 대처를 해야 합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아파트 화재로 대피할 당시 복도에 깔린 연기를 흡입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며 "적절하게 대피하지 못했을 때는 무리하게 움직이는 것보다 오히려 집 안에서 소방당국의 구조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