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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민 아들 사건 재판서 '수업 내용 몰래 녹음' 위법성 공방

유영규 기자

입력 : 2024.01.15 13:00|수정 : 2024.01.15 15:01


오늘(15일) 웹툰 작가 주호민 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의 재판에서 아들 외투에 녹음기를 넣어 수업 내용을 몰래 녹음한 파일의 위법성 여부가 쟁점이 됐습니다.

오늘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 심리로 열린 특수교사 A 씨의 아동학대 혐의 사건 6차 공판에서는 최근 대법원에서 판결한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 측의 상반된 주장이 오갔습니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 11일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초등학교 교사 B 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B 씨는 2018년 3월부터 5월까지 자신이 담임을 맡은 초등학교 3학년 학생에게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다"고 말하는 등 16차례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 사건과 '주호민 아들 사건'의 공통점은 피해 학생 모친이 아이에게 녹음기를 들려 학교에 보내 수업 내용을 녹음했고, 이 녹음 파일이 증거로 제출됐다는 점입니다.

B 씨 사건 1·2심 법원은 녹음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B 씨에게 유죄를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수업 시간 중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에 해당한다며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판시했습니다.

곽 판사는 "최근 대법원에서 녹음파일에 대한 증거능력에 관한 판결이 선고됐다.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검찰과 변호인 측 쌍방 추가 의견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서면으로 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검찰 측은 최후 의견을 통해 "상세한 의견은 그동안 제출한 의견서를 원용하겠다. 다만 최근 선고된 대법원 사건과 본 사건 간에는 차이가 있다"며 "피해 아동이 중증 자폐성 장애아동이라 피해 사실을 부모에게 전달할 수 없어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이 극히 미약하다는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이 사건 특성상 녹음 외 피해 아동이 자신의 법익을 방어할 수단을 강구하는 게 어렵다"며 "장애아동 교육의 공공성에 비추어 피고인의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발언이라고 볼지도 의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피고인에게 징역 10월 및 이수 명령, 취업제한 3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변호인 측은 최후변론에서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유죄의 증거가 없으며, 설령 일부 증거가 인정되더라도 정서적 학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섰습니다.

피고인 측 김기윤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는 수업 내용이 교실 내 학생들에게만 공개된 것이라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것이 아니라고 판시한 것"이라며 "이는 통신비밀보호법상 타인 간 대화에 해당해 (녹음파일을)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또 이를 기초로 한 녹취록, 사례 개요서 등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피고인 측 전현민 변호사는 "피고인의 발언으로 정신적 피해가 생겼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며 피고인의 심한 발언이 상당 기간 지속됐는지에 대해서도 입증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전 변호사는 "피고인에 대해 일부는 설리번이라고 부르고, 일부는 아동학대범이라고 주장한다. 피고인은 설리번도 아동학대범도 아니다. 평범한 일반교사가 되고 싶다"며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A 씨는 최후진술에서 "제가 애정으로 가르친 장애 학생의 학대 피고인이 된 사실이 너무 슬프고 힘들다. 부디 저와 피해 아동이 그동안 신뢰를 쌓고 노력한 과정을 고려해 저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이번 판결로 저와 유사한 일로 지금도 어려움에 처한 교사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기에 무죄를 판결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재판 말미에 재판장은 오늘 법정에 출석한 피해자 측 변호인들에게도 발언권을 제공했습니다.

피해 아동 측 변호인은 "이번 재판 과정에서 피해 아동을 비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점, 언론에 사건 관련 서류가 공개돼 2차 피해가 발생한 점 매우 유감"이라며 "피해 아동에게 '고약하다', '싫다' 등 감정적 단어를 사용한 것에 대한 사과나 양해, 유감을 표하지 않은 채 온전한 무죄만 주장한 것은 다소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A 씨는 2022년 9월 13일 경기도 용인의 한 초등학교 맞춤 학습반 교실에서 주 씨 아들(9)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아휴 싫어. 싫어죽겠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발언하는 등 피해 아동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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