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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미 유조선 나포"…홍해 이어 '원유 동맥' 호르무즈 위기

민경호 기자

입력 : 2024.01.11 23:46|수정 : 2024.01.11 23:46


이란이 현지 시간으로 오늘(11일) 걸프 해역과 이어진 오만만에서 미국 유조선을 나포했습니다.

예멘 후티의 홍해상 선박 공격으로 세계 주요 교역로가 위협을 받는 가운데 에너지 수송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에서도 항행 위기가 동시에 발생한 겁니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이란 해군이 오늘 오전 오만만 해역에서 미국 유조선 '세인트 니콜라스호'를 나포했다"며 "법원 명령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타스님뉴스는 "해당 유조선이 올해 이란의 석유를 훔쳐 미국에 제공했다"고 전했습니다.

걸프 해역과 오만만을 잇는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이라크,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산유국의 해상 진출롭니다.

전 세계 천연가스의 3분의 1, 석유의 6분의 1이 이곳을 지납니다.

세인트 니콜라스호를 운용하는 그리스 선사인 엠파이어 내비게이션은 이 배에 그리스인 1명과 필리핀인 18명 등 모두 19명이 승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마셜 제도 선적의 이 배는 지난해 제재 대상인 이란산 석유 밀수에 연루된 적도 있습니다.

당시 선명이 '수에즈 라잔'이었던 이 선박은 제재 대상인 이란산 원유 98만 배럴을 싣고 있다가 미 당국에 적발됐습니다.

엠파이어 내비게이션은 지난해 9월 혐의를 인정하고 240만 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이 벌어진 뒤 예멘 반군은 하마스를 지원한다는 이유로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30차례 가까이 공격·위협했습니다.

이에 세계 주요 해운사가 '홍해-수에즈 운하-지중해' 항로를 기피하면서 그 여파로 해상 운송이 타격받고 있습니다.

이란은 부인하지만 예멘 반군이 사실상 이란의 지시를 받거나 공조하면서 홍해상 군사 행동을 감행하는 만큼 이란이 글로벌 교역의 통로인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동시에 과시한 셈입니다.

이란이 가자지구 전쟁을 비롯해 헤즈볼라 지휘관 폭사, 시리아 친이란 시설 폭격 등에 대해 강경한 대응을 경고한 만큼 이번 나포가 '보복'의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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