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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경제는 바이든에게 짐이 될까? 날개를 달아줄까?

심영구 기자

입력 : 2024.01.15 09:00|수정 : 2024.01.15 09:00

[뉴욕타임스 칼럼] Will the Economy Help or Hurt Biden ’24? Krugman and Coy Dig Into Data. by Paul Krugman and Peter Coy


스프 nyt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폴 크루그먼은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다. 피터 코이는 오피니언 뉴스레터 담당자다. 둘 사이의 대화 형태로 쓴 칼럼이라 경어체로 옮겼다.
 

피터 코이(이하 코이): 폴, 제 생각에는 경제가 2024년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가도에 큰 부담이 될 것 같아요. 대부분 경제 지표가 좋다고는 하지만, 유권자들이 현재 경제 상태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왔잖아요.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경제 상황은 아무래도 지금보다 더 나빠질 듯한데, 그럼 사람들이 바이든 행정부에 더 실망하게 되지 않을까요?

폴 크루그먼(이하 크루그먼): 경제가 정치에 정확히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 얘기는 조금 이따 해보기로 하고, 우선 지금 경제 지표가 얼마나 좋은지부터 살펴보는 건 어떨까요?

코이: 그러죠. 실업률은 1960년대 이래 최저 수준이고, 인플레이션도 잠잠해지고 있어요. 2023년 경제를 요약한다면 이 두 가지가 핵심이겠죠. 하지만 2024년은 또 전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두 가지에 주목하면 좋을 듯한데요, 우선 지금처럼 경제 지표가 계속 좋게 유지될지, 그리고 두 번째는 유권자들이 선거가 임박했을 때 경제 상황에 어떻게 반응할지겠죠.

크루그먼: 지난해 인플레이션에 관해 잔뜩 어두운 전망을 내놓던 이들을 포함해 요즘은 전문가 대부분이 이미 미국 경제가 (인플레이션) 연착륙에 진입했다고 말하고 있어요. 지난 6개월 동안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PCE deflator, personal consumption expenditures deflator)—너무 길지만, 연준이 실제로 참고하는 지표—는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1.9% 올랐어요. 연준의 목표치인 2%보다 오히려 살짝 낮았죠. 실업률도 3.7%로 여전히 낮고요. 미국 경제는 이미 연착륙했다고 봐도 무방해요.

코이: 과연 연착륙했다고 볼 수 있는지에 관해선 다소 의문이 들어요. 물론 지금 경제 지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아 보이긴 하죠. 다들 생활 물가가 너무 올랐다고 하지만, 임금도 최근 들어 분명 올랐고요.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고문인 라엘 브레이너드는 생산직, 비감독직 근로자의 임금이 인플레이션을 고려해 조정했을 때 코로나19 팬데믹 전보다 오히려 더 높다고 설명했어요.

그럼 왜 이렇게 좋은 상황을 유권자들은 느끼지 못하는 건지, 그 얘기를 해봐야겠죠? 바이든 대통령이 성과를 제대로 알리지 못해서 그런 걸까요?

크루그먼: 많은 사람이 이렇게 좋은 경제 지표와 너무 나쁜 체감 경기 사이의 괴리에 갸우뚱하며 우려하고 있어요. 사실 우리 경제에 이상한 조짐이 보인다는 경고를 가장 먼저 한 사람 중 한 명이 어쩌면 저인지도 몰라요. 2022년 1월에 그런 칼럼을 썼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우리가 실체가 뚜렷하지 않은 문제를 너무 부풀려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최근 제가 경제와 관련해 자주 참고하고 자료를 얻는 웹사이트가 백악관 참모 출신들이 운영하는 브리핑 북이라는 블로그인데요, 이 블로그에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 두 가지를 추적했어요.

하나는 정치적 성향이에요. 당파성, 즉 지지 정당에 따라 상황 인식이 갈렸는데, 특히 상대편 당 출신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을 때 체감 경기가 대체로 더 나빴어요. 브리핑 북의 분석을 보면, 이런 당파성에 따른 편향은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특히 강력하게 나타났어요. 그래서 어쩌면 지금 소비자 체감 경기가 이렇게 나쁜 이유는 공화당원들의 완고한 반응 때문일 수 있어요. 이 사람들은 민주당 대통령이 집권하는 한 실제 경기가 어떻든 간에 마치 경기 침체가 온 것처럼 삶이 힘들다고 말할 테니까요.

코이: 그건 정말 그래요. 그 당파성 효과라는 게 있다면 분명 요즘 더 크게 나타날 것 같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요즘 정치적 양극화가 더 심해졌으니까요.

크루그먼: 경제학자들과 소비자들이 물가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는 시기가 서로 다른 점도 중요한 요인이에요. 경제학자들은 상대적으로 최근의 인플레이션과 물가 동향을 살피고 상황이 좋아졌다 혹은 나빠졌다는 평가를 하는데, 반대로 소비자들은 아무래도 좀 더 먼 옛날의 물가와 지금 물가를 비교해요. 더 싼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이 당연히 더 비싸 보일 테고, 살기 팍팍하다고 느낄 가능성이 크죠. 마찬가지로 브리핑 북의 분석을 보면, 소비자들이 낮은 인플레이션에 주머니 사정이 좀 낫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는 데 보통 2년 이상이 걸려요. 2년 넘게 인플레이션이 낮게 유지되어야 체감 경기가 좋아진다는 말이에요.

바로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경제가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요. 아직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 만약 인플레이션이 정말로 꺾인 거라면, 지금부터 10개월 뒤인 선거 날의 체감 경기는 분명 다를 수 있어요. 경제의 펀더멘털이 지금보다 딱히 개선되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지금보다 상황을 긍정적으로 느낄 수 있죠.

게다가 최근 들어 발표된 소비자 체감 경기 조사들을 보면 놀랄 만큼 좋아지고 있거든요. 물론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수준인 거시경제 지표만큼 체감 경기가 좋아지려면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경제 지표와 체감 경기 사이의 괴리는 좁아지고 있어요.

코이: 그렇겠네요. 지금부터 10개월 뒤에는 사람들이 드디어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주던 공포를 좀 극복할 수 있겠죠. 한편, 제가 경제학자는 아니라 조심스럽지만, 올해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 않았나요? 저는 그게 걱정인데요, 제조업은 여전히 위축돼 있고, 지난 2022년 3월부터 연준이 쉬지 않고 올린 기준 금리가 시차를 두고 경제를 움츠러들게 하고 있잖아요. 팬데믹을 거치며 좀 쌓였던 저축도 이미 고갈됐고요. 크리스마스 이튿날 세인트루이스 연준의 발표를 보면, 신용카드 빚과 자동차 대출 빚을 갚는 데 어려움을 겪는 미국인의 비율이 대침체를 겪은 2007~2009년 수준으로 돌아갔더라고요.

게다가 지난 11월 일자리 보고서를 보면 고용 지표도 기대에는 못 미치는 것 같고요. 예를 들어 임시직 고용이 줄어들었는데, 이건 보통 노동 수요가 줄어드는 징조니까요. 이런 가운데 경제를 향한 중소기업의 신뢰도도 여전히 낮습니다.

크루그먼: 마침 중소기업 신뢰도 이야기 잘해주셨어요. 지난달에 제가 그에 관한 칼럼을 쓰기도 했는데요, 중소기업들의 고용 계획 같은 확고한 지표(hard indicators)들은 탄탄해요. 반대로 중소기업들이 미래에 관한 전망 등 이른바 연성 지표(soft indicators)들은 최악이죠. 그러니까 중소기업들도 소비자들과 마찬가지로 말과 행동이 모순되는 셈인데, “사업은 그럭저럭 괜찮게 잘 굴러가서 확장할 계획도 있긴 한데, 내가 볼 때 경제 전반은 끔찍한 것 같아.”라고 말하는 거나 다름없어요.

연준이 언제 다시 이자율을 내리기 시작할지 모르겠지만, 영원히 지금처럼 높은 금리를 유지할 수는 없겠죠. 다만 시장은 이미 연준이 이자율을 내리는 상황을 가정하고 움직이고 있어요. 실물 경기에는 결국, 시장의 인식과 반응이 영향을 미치니 이 점이 중요하죠. 저희가 대담을 나누는 시점 기준으로 10년 만기 실질 금리는 1.69%로 6주 전 2.46%에 비해 많이 낮아졌어요. 팬데믹 때와 비교하면 아직 높지만, 금융 상황이 꽤 나아졌어요.

혹시 이미 경기가 침체기에 접어든 건 아닐까요? 그런 측면도 분명히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완전한 경기 침체가 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해요. 한 달 전의 저보다 확신이 더 커졌죠.

코이: 이자율이 한꺼번에 많이 내리는 건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겠죠. 우선 경제에 다시 돈이 돌아 활기를 띠며 경제가 성장하는 신호라는 긍정적인 해석이 가능할 테고요, 반대로 채권시장이 내년에 경기가 둔화할 거로 내다보고 그에 따라 이자율이 내릴 것으로 예측했다는 뜻도 되죠. 또한, 정치적인 고려 사항도 있는데요, 경기가 둔화해도 연준에서 이자율을 급격히 내리기를 꺼릴 수 있어요. 왜냐? 도널드 트럼프가 중앙은행이 선거를 앞두고 경기를 부양해서 바이든을 도우려 한다고 공격할 수도 있기 때문에 빌미를 주지 않으려 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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