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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공관위 외부 인사 대폭 기용, 물갈이 예고?…한동훈 "이기는 공천"

유영규 기자

입력 : 2024.01.11 13:23|수정 : 2024.01.11 13:23


▲ 부산 현장 비상대책위원회 참석하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오늘(11일) 총선 공천관리위원회 인선을 보면 외부 인사 비중을 높인 것이 특징입니다.

정영환 공관위원장을 포함해 10명 중 7명을 여의도 정치권과 인연이 없거나 거리가 있는 사람들로 채웠습니다.

법조·의료·경제 등 직능·분야별로 공관위원을 인선했고, 성별·세대별 기준으로도 위원들을 안배했습니다.

표면적으로 보면 중도·부동층 공략과 외연 확장이라는 선거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 위원장은 오늘 공관위원 인선 발표 직후 "이기는 공천, 설득력 있는 공천"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이 역시도 '대대적 물갈이'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풀이가 먼저 나옵니다.

당 관계자는 "외부에서 온 공관위원들은 의원들과 인연이 없으니 '칼질'에도 거리낄 게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한 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총선 승리를 위한 당내 헌신을 강조하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자, 대규모 공천 물갈이를 시사했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외부 인사를 대폭 기용한 이번 공관위는 다른 한편으로 자체적인 권한이 오히려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당내 사정에 밝지 않은 만큼 실질적으로 공천 과정에서 여권 수뇌부의 입김이 더 크게 작용하지 않겠냐는 것입니다.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으로 꼽히는 이철규 의원이 합류했다는 점도 시선을 집중시킵니다.

당무 전반에 대한 이해나 경험, 용산과의 '소통' 차원에서 이 의원이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에서 입니다.

그러나 한 위원장은 이 의원 인선에 대해 "과거에도 인재영입위원장이 공관위원으로 선임된 적이 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습니다.

그러면서 "공천과 지금 당을 이끄는 것은 나"라고 강조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유일준 공관위원의 경우에도 윤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공천 심사 과정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도 없지 않습니다.

검사 출신인 유 위원은 2003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에서 윤 대통령, 한 위원장과 함께 호흡을 맞춘 바 있습니다.

지난 2022년 11월 한 위원장 팬카페에는 세 사람을 포함해 수사팀 구성원들이 함께 등산 후 촬영한 기념사진이 올라온 적도 있습니다.

비주류에서는 당장 반발 기류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한 수도권 의원은 통화에서 "한 위원장은 바지사장일 뿐, 공천은 용산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당내 주류도 마냥 편한 기색은 아닙니다.

공천 물갈이 대상에 영남권, 중진들이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일부에서는 동요하는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특히 용산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의 '텃밭 출마 러시'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반발 목소리가 나옵니다.

5선의 조경태 의원은 오늘 라디오에서 "시민들의 의식 수준이 낙하산으로 내려와서 힘 있는 분의 반사이익을 누리려고 하는 데 대해서는 상당히 엄격한 편"이라며 "한동훈 비대위 체제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은 바로 불공정 공천에 대한 시빗거리가 없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TK(대구·경북) 초선 의원은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과의 당내 경선 경쟁 구도와 관련해 "영남권, 서울 강남 등 당세가 강한 지역구 의원들은 사실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공천 심사가 본격화하면 이런 갈등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의힘이 공천제도 개혁이나 인적 쇄신 측면에서 야당보다는 성과를 내야 중도 확장성을 이룰 수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자칫 '공천 파동'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16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개혁공천'을 주도했던 윤여준 전 장관은 오늘 라디오에서 "국민은 언제나 과감한 개혁을 좋아해서 유효성을 따지자면 (선거 전략으로서) 확신이 있지만, (국민의힘이) 그렇게는 못 할 것"이라며 "그렇게 하면 엄청난 파동이 생기는데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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