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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끝없는 식탐이 아니라 그저 배고픔일 뿐이라면?

심영구 기자

입력 : 2024.01.08 10:00|수정 : 2024.01.08 10:00

[뉴욕타임스 칼럼] What if 'Food Noise' Is Just … Hunger?, By Kate Manne


스프 NYT 뉴욕타임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케이트 만 박사는 코넬대학교 철학과 부교수다. 비만 공포증에 관한 새 책이 곧 출판될 예정이다.
 

2022년 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에게 생소하던 "음식 소음(food noise)"이란 단어를 요즘은 소셜미디어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장 틱톡에 "음식 소음이란 무엇인가" 관련 영상들을 검색해 보면 알 수 있다. 영상들의 조회수를 다 더하면 18억 회에 이른다. 지난여름에 이 정도였으니, 지금은 숫자가 더 커졌을 거다.

"음식 소음"이란 음식 생각을 하거나 먹고 싶은 음식을 떠올리며, 이따가 뭘 먹을지 고민하는 일을 포함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 가운데 하나인 식욕, 배고픔, 식탐 등을 좀 더 세련되게 부르는 말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식욕이나 식탐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특징이라기보다 어딘가 고장 난 것, 잘못된 문제 취급을 받는다. 우리는 이런 평가와 시선에 저항해야 한다.

"음식 소음"은 위고비나 오젬픽처럼 체중 감량 효과를 유도해 최근 비만 치료제로 각광받는 약들과 함께 언급되곤 한다. 음식 소음이란 개념을 비판한다고 실제로 배고픔이나 식탐을 절제하고 통제하지 못해 고생하던 사람들이 새로운 비만 치료제를 먹고 식욕 억제 효과를 봤다는 사실 자체를 의심하는 건 아니다. 다만 무언가를 '소음'이라 부르는 것은 단순한 묘사를 넘어서는 규범적 판단이다. 그저 음식을 사랑하고, 맛있는 음식으로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즐거움, 배고픔에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일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셈이다. 자연스러운 본능에 이런 잣대를 들이미는 건 지나치다.

체중이 줄어야 더 건강해질 수 있는 환자들이 있다. 이들에겐 식욕을 억제하는 일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2형 당뇨병을 치료하는 데 식욕 억제 효과가 있는 약들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렇더라도 체중 감량이 무조건 건강과 직결된다는 주장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나는 비만 공포증(fatphobia)과 날씬한 몸매를 향한 끝없는 동경을 오랫동안 비판해 왔다. 그러면서 체중 감량이 흔히 얘기하듯 건강으로 가는 마법 같은 지름길이 아니라는 것을 보인 과학적 연구 결과들을 부지런히 소개하곤 했다. 그러나 당신이 이 문제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든 "음식 소음"이란 말을 씀으로써 식욕을 다분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취급하는 한 가야 할 길이 참으로 멀다.

배고픔의 신호를 무시해선 안 된다는 생각은 다이어트 문화를 비판하는 에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적어도 내가 볼 땐 배고픔 자체를 무시하고 억제하려는 생각도 문제다. 나는 오랫동안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보충제부터 처방 약까지 다양한 식욕억제제의 도움을 받아 배고픔을 달래 본 사람이다.

식욕억제제를 오래 먹었더니 내게는 단순한 부작용 외에 더 큰 문제가 생겼다. 배고픔을 억지로 참고 극복하려다 자기 소외를 자초한 것이다. 배가 고프면 우리 몸은 우리에게 온갖 신체적 명령을 동원해 무언가를 먹으라고 말한다. 음식이 필요하다는 몸의 부르짖음과 요구, 간청을 억누르고 무시하는 건 결국 동물의 본능을 거스르는 일이자, 인간성을 지워버리는 행위다.

우리가 인간답게 사는 데 있어서 음식이 주는 즐거움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다들 음식이 주는 편안함과 즐거움으로 충만한 연말연시를 보내셨을 거다. 바삭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라트케(팬케이크의 일종), 마지팬을 듬뿍 올린 슈톨렌, 잼이 가득 든 버터 쿠키는 죄책감이나 수치심, 자기혐오보다는 아무래도 따뜻함과 즐거움을 떠올리게 한다. 음식은 우리와 우리 자신을, 나아가 다른 이를 이어주는 연결 고리다. 이런 소중한 매개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기쁨을 약을 먹어가면서까지 억눌러야 할 중대한 문제라고 가르치는 문화는 분명 이롭지 못하다.

비만 치료제 가운데 하나인 위고비를 만든 제약회사 노보 노디스크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위고비를 복용한 사람의 81%가 여성이었다. 식욕을 부정적으로 여기는 시선이 특히 여성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평가절하하고, 여성의 식욕을 나쁜 것으로 그려 수치심을 유발하는 문화적 경향과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감각적인 촌평으로 유명한 영국의 음식 평론가 나이젤라 로슨은 트위터에 "음식 소음 없이는 도저히 살 수 없다"고 한탄했다. 여기에 누군가 이렇게 답했다.

"그래서 저는 이를 음식이 들려주는 음악이라고 부른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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