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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자녀 미래 챙기다 내 미래는 놓치는 부모들, 어떻게 해야 하지?

심영구 기자

입력 : 2024.01.05 11:00|수정 : 2024.01.05 11:00

[복면제보] 아이 사교육비를 더 쓰는 게 맞는 걸까요? 40대 부부의 고민 제보


스프 복면제보
〈복면제보〉, 이번에는 사회적 고민을 제보합니다.
 
 

올해 중2, 초등학교 6학년 올라가는 아이들을 둔
아빠입니다.

아이들 교육 때문에 학군 좋은 동네에서
전세로 살고 있는데요.
이 동네가 교육열이 장난이 아니라
애들 주변 친구들 보면 학원을 엄청 다니더라고요.

그래서 와이프도 여기저기 알아보고 
좋은 데 찾아서 보내느라
애들 학원비를 아끼지 않습니다.

저희 부부가 맞벌이라 
수입을 합치면 650만 원 정도 됩니다.
근데 애들한테 들어가는 학원비, 과외비만
월 150만 원이에요.
여기에 집 대출금, 생활비 빠지면
한 달에 겨우 70만 원 정도 저축할 수 있어요.
                
그런데...
저희 애들이 공부 머리는 있어서 
첫째는 이번 방학 때 고등학교 수학 선행 반에 들어가게 됐고,
둘째도 초등 영재반에 올라갈 거라...
저축하던 돈도 탈탈 털어야 하는 상황이에요. 

다들 40대부터 노후 준비를 해야 한다고들 하는데...
앞으로 애들 대학 보낼 때까지는 어려울 것 같아요.

저희도 사교육을 받아봤으니
지금 이렇게라도 밥 벌어먹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이렇게 사교육비를 많이 쓰는 게...
정말 맞는 걸까요? 
 


사회학자 이원재 교수, 행동심리학자 김태훈 교수와 함께 고민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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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행동심리학자 
팬데믹이었던 2020년을 제외하고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사교육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2년에는 사교육비 총액이 26조 원으로 역대 최고액이었다고 하고요. 거의 한 10% 정도 증가한 수치라고 하네요. 근데 여기서 중요한 거는 학생 수는 줄고 있는데 사교육비는 증가하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1인당 들어가는 사교육비의 비중은 점점 더 높아져 가고 있는 거잖아요. 

“2022학년도 사교육비 총액 25조 9,538억 원, 전년 대비 10.8% 증가
총 학생수는 532만 명 → 528만 명 감소”

- 출처 : 통계청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이원재|사회학자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사교육 참여율도 역대 최고치라고 하네요. 학생 10명 중 8명이 사교육 중이고, 비용으로만 놓고 봤을 때는 처음으로 1인당 평균 52만 원이 됐다고 합니다. 50만 원을 넘은 게 처음이라고 해요. 특히 사교육비 지출이 가장 많은 게 고1인데 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70만 원 정도 된다고 합니다. 

“10명 중 8명은 사교육 중 (78.3%)
1인 당 평균 사교육비 52만 4천 원 
고1은 평균 70만 6천 원” 

- 출처 : 통계청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김태훈|행동심리학자 
작년 수치가 어느 정도일지 벌써 겁이 나기도 합니다. 물론 사교육비가 증가한 게 물가 상승의 영향도 있겠지만 또 코로나 영향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코로나 시기에 부모님이 아이들이랑 계속 같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뭔가를 더 시키려고 하는 거죠. 예전에 못 했던 것들을 지금이라도 보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부모님들은 이후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거고, 그러면 또 다른 부모님들은 ‘그래? 그럼 우리는 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해!’ 이렇게 서로 경쟁하면서 점점 상승효과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원재|사회학자 
이 과정에서 한국에만 일어난 되게 흥미로운 현상이 있어요. 코로나를 통해서 평균적인 학생들의 학력이 좀 떨어지고 이걸 회복하기 위해서 절치부심하고 노력하는 현상들이 각 나라에서 보일 거다라고 했는데, OECD에서 하는 PISA라는 학업 성취도 조사가 있어요. 국제 비교를 하는 굉장히 몇 안 되는 데이터 중에 하나죠. 조사를 해봤더니 한국이 굉장히 예외적으로 코로나 기간에 학력이 올라갔습니다. 

저희가 교육에 투자를 많이 하고 어떤 면에서 보면 이게 굉장히 비합리적인 행동이다라고도 염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인 비교를 해봤더니 일정 정도 또 성과가 있었다는 결론에 다다랐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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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재|사회학자 
우리나라가 코로나를 통해서 공중 보건이라든지 경제라든지 많은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의 결손이 없도록 하라는 요구가 가장 거셌던 것 같아요. 전 학생들에게 태블릿 PC를 한 대씩 나눠주기도 했죠.

아주 먼 과거로까지 한번 되돌이켜 보면, ‘부산 피난민 학교’라는 게 있는데 6·25 전쟁 때 전선이 낙동강 전선까지 밀려서 우리나라의 국토가 전쟁 중에 굉장히 일부만 남았을 때, 서울에 있던 대학교, 고등학교가 분교를 열어서 수업을 했단 말이죠. 이건 현재도 벌어지고 있는 국제적 분쟁 지역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는 얘기와 똑같은 겁니다. 교육에 관한 어떤 몰입과 집착 내지는 어떤 투자가 왜 한국에서 이렇게 유독 나타나는가? 이게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특징이거든요. 그러면 아마 이 교육에 관한 어떤 믿음이라든지 투자, 기대 같은 것들이 굉장히 뿌리 깊은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김태훈|행동심리학자
우리는 교육, 입시에, 시험에 진심인 민족이에요. 왜냐하면 예전부터 과거 시험을 통해서 인생 역전이 가능한 나라였거든요. 그러니까 그냥 귀족 사회에서 그대로 물려받는 게 아니라, 내가 시험을 통해서 이 레벨을 몇 단계 상승시킬 수 있는 그런 나라였잖아요. 물론 중국, 일본도 그랬고. 그러다 보니까 우리가 점점 역사적인 배경에서 시험에 진심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런 역사적 경험이 있고 지금까지도 사실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자녀 챙기다 정작 자신의 미래는 못 보는 부모

김태훈|행동심리학자 
사교육 그 이면에는 부모님들의 고통이 수반되어 있다는 걸 생각을 안 할 수가 없고요. 어쩔 수 없이 계속 학원을 보냈고 거기에 계속 사교육비를 투자한 거잖아요. 저는 어떤 생각이 드냐면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들이 공부하는 게 아니라 집안 전체가 같이 공부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아이들의 성적이 아니라 집안의 자존심이나 자부심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아이가 공부를 잘하지 못하면 그 아이가 부족한 게 아니라 부모님이 충분히 지원해 주지 못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생각하는 부모님들이 되게 많습니다. 
 
이원재|사회학자
제보자와 같은 40대라는 세대가 가진 어떤 특징에 관해서 저희가 좀 짚고 넘어가 봐야 합니다. 저희가 보통 직장을 다니면 호봉 때문에 연봉, 근로소득이 계속 늘잖아요. 

평균 사교육비로 자기 소득의 4분의 1가량을 고정적으로 지출하고 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만성적인 빈곤 상태로 내몰리고 있는 거죠. 하지만 언젠가는 은퇴를 하기 때문에 그때 소득을 0으로 잡는다면 그러면 은퇴해서 어떡할 것이냐? 자식들이 졸업하고 자기의 삶을 꾸리게 되고 이 부부만 남았을 때 자기가 어떤 자원을 가지고 나머지 여생을, 어떤 삶을 살게 될 것이냐 이런 염려들을 하고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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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애 중 근로소득 최고 연령, 40대
 평균 연봉 4,300만~4,400만 원”

- 출처 : 통계청, ‘2022 생애 단계별 행정통계’
 
김태훈|행동심리학자
노후까지 쭉 생각을 해야 하잖아요. 근데 사람들의 시선은 대부분 그렇지 않거든요. 당장 눈앞에 있는 게 제일 중요해 보이고요. 내가 주의를 기울이는 게 제일 중요해 보입니다.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내가 중요하니까 여기에 주의를 기울인다라고 생각하지만 대부분 내가 보고 있으니까 주의를 기울이니까 ’이게 중요한 거야‘ 이렇게 착각하거든요.

심리학에서 너무 유명한 실험인데 ’보이지 않는 고릴라‘에서 나온 것처럼, 우리는 무언가 하나에 집중하기 시작하면 다른 것들을 잘 보지 못하고 그 중요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무주의 맹시(Inattentional Blindness)라고 하는데요. 주변에서 다들 사교육을 시키고 있고 다른 아이들도 다 학원에 다니고 있는데 나는 어떻게 해야 되는 건가 하면 그게 눈에 들어올 때 나만 ‘아니야! 나는 그래도 미래를 위해서 내 노후를 위해서 투자할 거야.’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부모님이 과연 몇 분이나 되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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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행동심리학자
또 한편으로 보면 사교육비 때문에 과연 내가 아이를 낳아서 저 정도를 감당하면서 키울 수 있겠냐는 고민하는 젊은 세대들도 많거든요. 월평균 사교육비가 1만 원 증가할 때마다 합계출산율이 0.012명 감소한다고 합니다. 서울의 출산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은데, 아이 한 명당 드는 사교육비는 가장 높아요. 사교육비의 부담이 커지다 보면 출산을 미루거나 혹은 포기하는 일로도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월평균 사교육비 1만 원 증가
→ 합계출산율 0.012명 감소

서울 합계출산율 0.59 전국 최저 
서울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70만 7천 원 전국 최고”

- 출처 : 한경협, ‘사교육비가 저출산에 미치는 영향’
 

자유주의의 상징 X세대는 왜 자녀 교육에서 자유롭지 못할까?

“사회의 부조리함, 비판을 노래했던 1970, 80년대를 지나 
사랑, 개인의 고민을 다룬 문화로 전환된 1990년대”


이원재|사회학자
우리나라의 사교육도 몇백 년 동안 계속 됐습니다. 중요한 게 뭐냐 하면, 경제학자들은 ‘비합리적인 집단이 있니?’라고 물어보거든요. 집단의 결정은 돌이켜보면 항상 합리적이었다는 거예요. 개개인들은 비합리적인 결정을 한 것처럼 보이죠. 40대라는 우리 사회의 세대적 특성이랑 한번 연결해 보자면 안치환은 586세대, 과거에 저희가 386이라고 불렀던 세대를 대표합니다. 〈솔아! 푸르른 솔아〉 이런 노래를 부른 분이고, 1992년 015B가 부른 〈아주 오래된 연인들〉은 체제나 이념이나 역사를 노래하는 게 아니고 아주 개인적인 경험을 얘기하면서 심지어 ‘나의 연애가 너무 지겹다!’라는 가사가 처음 나왔던 것 같아요. 제가 그때까지 살면서 이전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개인의 또 다른 측면을 조명할 정도로 개인적인 문화로의 전환 이런 것들이 사실 1990년대에 일어났다고 볼 수 있는데 그걸 상징하는 세대라고 볼 수 있죠. 지금의 40대가 이전 세대와 다른 015B 세대냐, 안치환 세대와 다른 세대냐, 저는 좀 섞여 있다고 생각을 해요.
 
이원재|사회학자 
2003년과 2019년에 40대의 혼인율을 비교해 봤더니 결혼 숫자가 줄었어요. 저희가 지금 굉장히 염려하고 있는 거잖아요. 근데 동시에 결혼을 한 집안의 자녀 수는 늘었어요. 저는 이게 두 가지가 작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일단 결혼한 사람 수 자체가 줄었다는 건, 굉장히 개인주의적인 삶을 누리고 싶은 욕구까지가 함께 작용한 결과라고 생각을 하는 대신에 일단 결혼을 해서 자녀를 낳게 되면 (자녀에 대한) 투자라든지 과거의 경험, 자기 삶의 경험을 통해서 더 집중적으로 하는 세대가 지금 40대다. 제보자는 사실 두 가지 충동이나 방향성이 함께 공존하고 있는 세대다. 

“[2003~2019년]
40대 혼인 인구 감소
반면, 혼인 가정 자녀 수 증가”

- 출처: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 분석', 우한수 연구원
 
이원재|사회학자 
X세대가 가지고 있는 합리적인 기대라는 게 무엇이냐? 저희가 간과하고 있는 게 부자 부모는 항상 부자 자식을 낳느냐? 가난한 부모는 항상 가난한 자식을 낳느냐? 만약에 이게 사실이라면 사실은 사교육에 그렇게 투자 안 할 거예요.

너무나 놀랍게도 한국을 포함해서 현재 IMF가 선진경제*라고, 특히 과거에 선진국이라고 불렀던 20여 개 국가들이 있거든요. 이 국가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부모 자식 간의 지위라든지 계급 역전이 굉장히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한국의 교육에 관한 집착 자체가 굉장히 비합리적으로 보인다 하더라도 우리가 걱정하는 것보다 계급 간의 상하 이동은 부모 자식 간의 세대 간 시간이 지나면서 아직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많은 사람은 교육이 계급 이동을 해주고 있다라고 여전히 강하게 믿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의 40대가 그런 집단적 경험을 가지고 있는 어떻게 보면 마지막 세대일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선진경제 (Advanced Economy) : 고도의 산업 및 경제 발전을 이룬 국가로서 국민의 삶의 질이 양호한 경제
 
김태훈|행동심리학자 
시험에 진심인 건데, 예전에 비해서 지금 더 진심이 된 건 예전에는 그래도 조선시대까지 여전히 계급사회였잖아요. 근데 한국전쟁이 지나면서 우리나라의 계급이 거의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할 거고, 그러면 기존의 계급을 대체한 게 뭐냐? 그건 저는 학벌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그 이후에 학벌이 계급이 되다 보니까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를 조금 더 높은 수준으로 올리고 싶고 그러려면 교육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거고 꽤 오랜 시간 동안 이어진 게 아닐까 싶죠. 근데 이게 합리적 기대가 충족이 돼야 하거든요. 그러니까 현재로서는 굉장히 대책 없이 아이들한테 모든 걸 몰입하는 것 이면에는 자기 미래에 대한 합리적이지만 상대적으로 불확실성이 나름대로 공존하는 합리적 기대도 사실은 있다고 생각해봐야 할 거 같아요.
 
이원재|사회학자 
우리나라가 50, 60, 70년대 신화가 있어요. 자식을 좋은 대학 보내기 위해서 논 팔고, 밭 팔고, 소까지 다 팔았죠. 당시에 농촌 지역의 부모가 가지고 있던 대부분의 자산을 팔았다는 거거든요. 전체 비율로 보면 현재 부모들이 쓰는 돈보다 더 많이 쓴 거예요. 근데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뭐냐 하면 이 자녀가 대학을 졸업하고 일자리를 잡아서 근로소득을 충분히 받게 됐을 때 그 부모를 대신 부양 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고, 실제로 그것이 작동을 했기 때문에 어떤 세대 간 자산 이전이 일종의 투자처럼 작동한 측면이 있어요.
 
김태훈|행동심리학자
그게 부모와 자식 간의 대화에서도 나타나죠. 예전 세대는 부모님이 자식들한테 ‘우리는 너만 믿는다.’라고 하셨었고요. 지금 40대는 그런 얘기는 못 합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애들을 대학까지 공부시키면 서로 떠나보내는 걸로 생각해야 된다.’ 왜냐하면 자식들이 부모를 부양 안 할 거거든요. 미래는 충분히 예측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이거는 그냥 그만큼 투자하는 걸로 끝이어야지, 여기에 대해서 뭔가 돌아올 거라고 기대하는 건 굉장히 무리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원재|사회학자 
부모 자식 간의 대화가 ‘너의 미래가 잘 됐으면 좋겠다.’, ‘부모님이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라는 대화를 넘어선 새로운 차원의 대화가 이제는 시작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너한테 지금 투자한 돈이 이 정도고, 그게 초중고 대학에 이르기까지, 그럼 이것이 과연 부모가 은퇴했을 때 네가 어떤 식으로 나에게 리턴을 할 것이냐?’ 못한다면 최소한 어디, 그러니까 이거는 부모와 자식 세대 간의 어떤 책임의 문제고 그다음에 미래 설계에 관한 문제인 겁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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