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12.29 12:00
수정 : 2023.12.29 12:00[복면제보] 계속 얹혀살아도 될까요? 재취업 준비생의 고민 제보
이인철|경제평론가
제보자 같은 케이스를 리터루족*이라고 합니다. 신(新) 캥거루족*의 일종인데 최근 리터루족이 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자녀들이 어릴 때는 그렇게 얘기해요. "독립할 거야. 엄마 아빠 잔소리 듣기 싫어서라도 나는 독립할 거야." 노래를 부르거든요. 막상 취업하고 독립해 보면 현실의 벽에 부딪힙니다. 더 큰 문제는 뭐냐면, 독립할 희망이 없다는 거예요.
"독립계획이 없는 캥거루족 청년 67.7%"
- 출처 : 국무조정실, 2022 청년 삶 실태조사
*캥거루족 : 결혼이나 독립을 미루고 부모와 동거하는 성인 자녀
*리터루족 : 리턴(Return)과 캥거루족의 합성어. 독립했다가 다시 캥거루족이 된 사람을 일컫는 표현
김태훈|행동심리학자
청년 캥거루족하고 중년 캥거루족하고 분리해야 하는데, 청년 캥거루족의 경우에는 아직 독립 준비가 충분히 되지 않았을 수 있기 때문에, 부모님 입장에서는 충분히 도와줄 수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멜 레빈 박사의 이론 중에 '워크 라이프 언레디네스(Work-Life Unreadiness)'*라고 일도 해야 되고, 삶도 살아가야 되는데 아직 준비되지 않은 세대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거든요. 저는 그게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그래서 부모 입장에서 조금 더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워크 라이프 언레디네스(Work-Life Unreadiness) : 소아정신과 의사 멜 레빈 박사의 이론, 일과 삶에 대한 준비가 충분치 않은 상태
심리학 연구를 살펴보면 이전에는 청소년 혹은 청년, 그다음에 중년이었는데, 이 사이에 이멀징 어덜트(Emerging Adult)*라고 해서 아직 성인이 되지 않았는데 성인이라고 안 부르기는 어려운, 그런 세대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거든요.
*이멀징 어덜트(Emerging Adult) : 재정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거나 직장 생활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신흥 성인'
이인철|경제평론가
문제는 캥거루족 중에서도 중년 캥거루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겁니다. 40대 캥거루족 가운데 일하지 않는 비중이 8만 7천여 명 정도로 5년 만에 55% 넘게 늘었고요. 50대는 더 심합니다. 78%가 늘었어요. 우리 경제의 주축이 돼야 할 4050 세대가 부모의 도움을 받고 산다는 자체가 우리 경제 허리가 굉장히 위태위태한 상황이라는 거죠.
이인철|경제평론가
캥거루족이 늘면 늘수록 부모의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어요. 특히나 베이비붐 세대는 '낀 세대'여서 위로는 부모님을 봉양해야 하고 아래는 자녀를 키워야 하는 마지막 세대라고 부르거든요. 이러다 보니까 자신의 노후 준비는 충분치가 않아요. 은퇴 후 적정 생활비, 최소 생활비는 월 230~240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노후 준비에 대한 설문 조사에서 노후 준비를 다 마쳤다는 대답이 8%가 채 안 됩니다. 100명 가운데 8명 정도만이고 나머지 가구의 경우에는 노후가 여전히 불안하다, 노후 준비가 잘 안 돼 있어서 불안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10명 가운데 6명꼴입니다.
김태훈|행동심리학자
캥거루족의 부모들은 일종의 양가감정 같은 걸 가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식을 볼 때는요, 장성한 자식이 다시 내 옆에 와 있으면 첫 번째로 걱정을 많이 하실 것 같아요. '내가 뭘 잘못했길래', '내가 얘를 어떻게 잘못 키웠길래', 혹은 '뭐가 문제가 돼서 다시 여기 옆에 와 있나, 내가 뭘 잘못했나?'라고 본인의 책임으로 많이 돌리잖아요. '충분히 준비를 시켜줬어야 되는데' 그런 생각을 자꾸 할 수 있을 것 같고 동시에 이게 언제까지 이어질까, 자식 부양의 끝이 안 보일 수 있잖아요. 종착점이 없을 때 사람들은 굉장히 불안을 많이 느낍니다. 언제까지 가야 할지 모르고, 얼마나 더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이 조금씩 지속되다 보면 어느 순간 좌절하고 무기력함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부모도 순간 주저앉게 되고요, 그다음에 자식들도 같이 주저앉을 가능성이 있어 보여요. 그래서 참 걱정이 많이 됩니다.
김태훈|행동심리학자
우리 어릴 때 보면 대부분 옷을 엄마가 골라주세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은 옷 고르는 것도 내가 혼자 하는 연습을 하지 못하는 겁니다. 게다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부모들은 자식을 '당연히 내가 아주 잘 돌봐줘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세요. 근데 부모님이랑 자식이랑 계속 같이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지금부터 우리 떨어져 살아야 해' 이건 불가능한 거거든요. 우리나라에서는 '심리적 분리'가 안 된 부모 자식 간이 너무 많아 보이고요. 언젠가 서로 독립을 해야 한다면 서로 심리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 연습이 돼야 합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조금 조금씩 시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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