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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북 전주의 한 마을에는 연말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성금을 놓고 사라지는 얼굴 없는 천사가 찾아옵니다. 20년 넘게 계속된 기부는 올해도 이어졌는데요.
성금이 도착한 순간을 최승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오늘(27일) 오전, 주민센터 직원에게 발신자 번호를 가린 전화가 걸려옵니다.
[이레 교회 표지판 뒤요? 예, 알겠습니다.]
내용을 전달받은 직원들이 다급하게 움직입니다.
[세 분이 갔다 와. 일단은 가서 사진 한 번 찍고.]
전북 전주시 노송동에 '얼굴 없는 천사'의 성금이 도착한 겁니다.
300m 떨어진 교회로 걸어가니 표지판 뒤에 붉은색 상자가 보입니다.
안에는 5만 원권 돈다발과 동전을 채운 돼지 저금통이 들어 있습니다.
모두 8천6만 3천980원입니다.
![전북 전주의 한 마을, 24년째 기부하는 얼굴 없는 천사의 메시지](https://img.sbs.co.kr/newimg/news/20231227/201875503_700.jpg)
쪽지에는 "올 한 해도 고생 많으셨다"며 "어려운 이웃을 도와달라"고 적혀 있습니다.
천사의 선행은 지난 2000년 4월, 58만 4천 원이 든 돼지 저금통으로 시작됐습니다.
매년 얼굴 없는 선행이 이어졌고 24년째인 올해까지 기부금은 모두 9억 6천여만 원에 달합니다.
어려운 이웃들이 쓸 연료와 쌀을 사거나 학비가 부족한 학생들을 지원하는 데 쓰였습니다.
도움을 받은 가구는 6천500세대가 넘습니다.
주민들은 천사가 누군지 궁금해하면서도 애써 찾아내지 않습니다.
[송해인/전북 전주시 노송동장 : (그분의) 어머니가 처음 시작했대요. '남을 도울 때는 보이지 않게 도와라' 주민들이 '그분의 마음을 존중해 주자…'.]
4년 전에는 천사가 두고 간 성금 6천여만 원이 도난당했다가 경찰 수사로 되찾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결정적인 제보를 한 시민은 포상금 200만 원 전부를 익명으로 다시 주민센터에 기부하기도 했습니다.
[이길순/전북 전주시 노송동 주민 : 일반 사람은 상상도 못 할 돈이고. (저도) 항상 마음뿐이지 실천은 어렵더라고요.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러울 뿐이에요.]
노송동 주민들은 매년 10월 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해 나눔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주용진, 영상편집 : 김종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