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스피커] 방치된 노동 현장의 '펜스룰', 누군가에겐 다른 나라 법인 <남녀고용평등법>
"나는 한겨울을 빼고 골프장이 몰려있는 용인 양지 근처에서 콜을 잡기 위해 출근한다. 매일 이곳은 100여 명이 넘는 법인 대리운전기사들이 콜을 잡기 위해 서울에서 인천에서 몰려든다. 내가 곤지암에 도착하는 시간은 빠르면 오전 11시부터 늦어도 13시까지. 이때까지는 와 있어야 골프 치고 집에 가는 손님들의 낮 콜을 잡을 수 있다. 옆에서 핸드폰을 보고 있던 남성 기사들에게 오더가 왔다는 알람 소리와 진동이 울린다. 그러나 여성 대리운전기사에게는 아무것도 안 보이고 안 들린다."
-50세 여성 대리기사 A씨-
"원래는 다른 사업을 하다가 잘 안되게 됐어요. 그러면서 2009년에서 2010년도 사이에 제가 대리를 처음 시작했고요. 대리한 지는 지금 13년 차입니다. 여자로서 할 수 있는 게 저한테는 대리더라고요."
-50대 후반 여성 대리기사 B씨-
"3개월 정도 호프집을 운영을 했어요. 그래서 이제 사실 잘 안 된 거죠. 그래서 2003년도에 대리운전을 시작하게 됐어요. 술 마신 사람들 차를 여성이 운전한다는 게 처음에는 망설여졌어요. 근데 되게 나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그거를 한번 해보고 그다음부터 거기서 계속 일을 하게 됐는데 운전을 해보니까 저하고 적성이 딱 잘 맞는 거예요."
-50대 초반 여성 대리기사 C씨-
"몇몇 한두 분이 여성 기사가 오면 아마 전화해서 무지 화를 내시나 봐요. 몇몇 분들이 상황실에 전화해서 항의하는 것 때문에 콜을 잡아도 상황실에서는 '고객님들에게 여쭤보고 연락드릴게요' 이러는 거예요. 어제도 두 번 있었고, 하루에 한 세네 번씩 그런 일들이 생겨요."
-50대 초반 여성 대리기사 C씨-
"밤 시간대도 우리 기사들은 운행을 해야 되는데, 여자 기사들이 잡게 될 경우는 갑자기 배정된 콜을 빼버린다는 거죠. 그런 경우가 비일비재해요. 거기에 대해서 토를 달게 될 경우 상황실에서 좋은 경우에는 설명을 해주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거의 한 80% 정도가 '락'이라고 해서 회사의 콜을 운행 못하게끔 잠가버리는 거죠. 그러면 이제 거기에 대한 불이익이 또 많기 때문에 저희 대리기사 입장에서는 함부로 말을 못 하는 겁니다"
-50대 후반 여성 대리기사 B씨-
"고객님께서 뜬금없이 잘 가다가 '뽀뽀 한번 할까' 이제 이런 말씀을 하시는데, 저 같은 경우는 그거를 나쁘게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해요. 지금 이 상황을 벗어나야 되니까요. 고객님한테 이제 '저는 이런 말을 들어서 괜찮고 조금 이해는 하겠지만, 다음에 다른 여자 기사들을 만났을 때는 큰 문제가 될 테니 이런 발언은 좀 자제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을 하곤 합니다."
-50대 후반 여성 대리기사 B씨-
남녀고용평등법 제1조
'이 법은 고용에서 남녀의 평등한 기회와 대우를 보장하고 모성 보호와 여성 고용을 촉진하여 남녀고용평등을 실현함과 아울러 근로자의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함으로써 모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명숙 / 인권운동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
"여성 대리기사님들은 여성이라고 하는 소수자적인 위치와 '특고'라는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이중적 복합 차별을 받는 위치에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어려움에 더 취약하죠. 예를 들면 고객으로부터 어떤 성차별 혹은 성희롱성 발언이나 성추행을 당해도 이거에 대한 형법상으로는 할 수 있겠지만 사실 남녀고용평등법상의 성희롱 신고 대상은 되지가 않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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