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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통 화살 관통' 천지, 1년여 만에 새 가족 찾아 뉴욕행

유영규 기자

입력 : 2023.11.29 10:52|수정 : 2023.11.29 10:52


일명 '화살 맞은 개'로 알려진 유기견이 1년여 만에 새 가족을 찾았습니다.

오늘(29일) 동물보호단체 '혼디도랑'에 따르면 몸통에 화살이 관통된 채 발견됐던 유기견 '천지'가 오늘 오후 8시 35분쯤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대한항공 KE081편을 타고 미국 뉴욕으로 떠납니다.

천지는 뉴욕에 살고 있는 30대 미국인 여성에 입양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여성은 과거에도 유기견을 키웠던 이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은주 혼디도랑 대표는 "입양 희망자가 2명 있었는데, 한 달간 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입양 보낼 곳을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천지는 그동안 경기지역 한 동물훈련소에서 학대 트라우마 극복 훈련 등을 받으며 새 가족을 맞이할 준비를 했습니다.

지난 22일 입양이 결정되고 나서는 23일 제주로 와 한 동물병원 측 후원으로 치과 치료도 마쳤습니다.

천지는 8세로 추정되며, 오랜 떠돌이 생활로 이빨이 모두 썩어 현재는 송곳니 한 개만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 대표는 "천지는 참 운이 좋다. 천지를 최초 발견한 주민은 모른 척하지 않고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학대한 피의자를 붙잡았다"며 "또 동물보호센터와 천지 소식을 접한 제주 지역 모 동물병원은 천지를 적극적으로 치료해줬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표는 "무엇보다도 천지 소식을 접한 많은 분들이 함께 마음 아파하고 관심을 가져주며 천지가 입양까지 가게 됐다"며 "이번 천지 사례를 계기로 동물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더욱 커졌으면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다양한 표정 짓는 천지
천지는 2022년 8월 26일 오전 8시 29분쯤 제주시 한경면 청수리 마을회관 인근에서 몸통 부분에 화살이 박힌 채 발견됐습니다.

이로 인해 '화살 맞은 개'라고 불려왔습니다.

구조 당시만 해도 사람을 무서워하고, 삐쩍 마른 채 가뿐 숨만 내쉬며 괴로워 했었습니다.

경찰은 약 7개월간 인력 약 480명을 투입해 지난 4월 천지를 향해 화살을 쏜 40대 남성 A 씨를 검거했습니다.

A 씨는 천지가 발견되기 전날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에 있는 자신의 비닐하우스 옆 창고 주변을 배회하던 천지를 향해 카본 재질의 70cm 길이 화살을 쏴 맞힌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A 씨는 이 사건 1년 전 개들이 자신이 운영하는 닭 사육장을 덮쳐 피해를 줬다는 이유로 개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범행 당시 천지가 닭에게 피해를 주던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A 씨는 지난 7월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사진=동물보호단체 혼디도랑 제공, 제주시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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