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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샤워하니 30분 뒤 와라"…오히려 징계받은 구급대원

신송희 에디터

입력 : 2023.11.20 17:36|수정 : 2023.11.20 17:36


샤워를 해야 한다며 30분 후 구급차를 보내달라고 한 신고자가 소방관이 불친절했다며 악성 민원까지 제기한 사건과 관련해, 출동한 119 대원이 되레 경고 처분을 받자 소방노조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인천지부는 오늘(20일)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소방본부와 인천시는 악성 민원에 시달린 대원은 징계하면서 시민 안전을 위한 예산 확보는 외면하고 있다"며 "대원에게 내려진 징계를 당장 철회해달라"라고 촉구했습니다.

소방노조가 기자회견을 열어 악성민원 시달리는 소방관 징계 철회 및 시민 안전 위한 예산 확보 요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올해로 7년 차 소방공무원인 30대 A 씨는 지난 8월 7일 "열과 콧물 때문에 힘들어 병원에 가야 한다. 다만 샤워를 해야 하니 30분 뒤에 구급차를 보내달라"는 119 신고를 받았습니다.

당시 A 씨는 신고자가 요구한 시각에 비슷하게 맞춰 현장에 도착했지만, 정작 신고자는 8∼9분이 지나서야 집에서 유유히 걸어 나왔습니다.

이에 A 씨는 신고자에게 "구급차를 이런 식으로 기다리게 하면 안 된다"라며 "이러면 응급 환자가 구급차를 이용하기 어렵다"라고 말한 뒤 그를 병원으로 이송했습니다. 

이후 신고자는 "모멸감을 느꼈다"거나 "출동한 대원이 친절하지 않았다"는 등의 민원을 여러 차례 제기했습니다. 

계속된 민원에 대한 정신적 충격으로 A 씨는 단기 입원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인천소방본부는 A 씨에게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라 매사 친절하게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데도 불친절한 응대로 불필요한 민원을 야기했다"며 1년간 포상이 금지되는 경고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에 소방 노조는 "왜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구급대원이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한탄스럽다"며 해당 구급대원에 대한 징계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면서 "응급 환자가 아닌 신고자들의 구급차 이용 저감 대책과 악성 민원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119 구급 출동이 약 350만 건으로, 출동 건수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이 중 응급 상황이 아님에도 이용하는 환자들이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19법 시행령에 따르면 단순 치통, 자택으로의 이송 요청자 등 비응급 환자인 경우 구급 출동 요청을 거절할 수 있지만, 환자를 보지 않고 판단하기 어렵고, 이송을 거절했다가 민원이 들어오면 책임은 현장 구급대원이 져야 하기 때문에 거절이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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