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사회

건설 현장 돌며 거액 뜯은 노조 간부들…법원 "부실 공사 악영향"

유영규 기자

입력 : 2023.11.16 08:37|수정 : 2023.11.16 08:37


수도권 일대 약 20곳의 건설 현장을 돌아다니며 건설사를 협박해 돈을 뜯어낸 노조 간부들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오늘(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김봉준 판사는 지난 10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공갈)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국연합건설현장노조 위원장 임 모(53)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지부장 황 모(39) 씨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임 씨 등은 2021년 1월부터 작년 8월까지 서울·경기도 일대의 건설 현장 여러 곳에서 공사를 방해하겠다고 협박해 건설사로부터 근로시간 면제자 급여 등의 명목으로 총 2억 2천841만 원을 뜯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들은 확성기가 설치된 차량과 하위 간부들을 동원해 건설 현장에서 집회를 열거나 안전조치 위반 사항을 신고할 것처럼 협박해 노조원 채용을 강요한 다음 건설사와 단체협약을 체결해 근로시간 면제자에 대한 임금 지급을 압박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근로자를 추가 채용하기 어려운 건설사의 경우에는 해당 회사의 근로자에게 가입 원서를 작성하게 해 조합원이 있는 것처럼 가장한 뒤 자신들 노조의 간부를 근로시간 면제자로 등록해 임금 명목으로 돈을 받아냈습니다.

검찰은 당초 이들이 총 33곳의 건설 현장에서 3억여 원을 뜯어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으나 재판부는 이 중 약 20곳에 대한 공소사실만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노조 활동을 빌미삼아 건설 현장을 찾아다니며 조합원 채용과 근로 면제비 지급을 요구하면서 위협했다"며 "이같은 범죄는 건설회사들에게 피해를 야기할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건설 비용 증가와 부실 공사로 이어져 우리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고 건전한 노동시장을 왜곡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전체 범행 횟수가 적지 않고 피해 회사가 다수인 데다 받은 돈 중 일부는 노조 활동과 관계없는 사적 용도로 사용한 정황이 있다"며 "기본적으로 죄질이 매우 좋지 않은 유형의 범죄"라고 질책했습니다.

다만 피고인들이 범행을 반성하고 있고 대부분의 건설사에 대한 피해 변제가 이뤄져 처벌을 원치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