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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용병단 바그너, 헤즈볼라에 무기 대준다"

이종훈 기자

입력 : 2023.11.03 10:47|수정 : 2023.11.03 10:47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이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방공 시스템을 보낼 계획이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WSJ에 따르면 미국 관리들은 첩보를 토대로 바그너그룹과 헤즈볼라가 관련된 방공망 논의를 주시하고 있다며 바그너그룹의 방공 시스템 지원이 커다란 걱정거리라고 말했습니다.

바그너그룹이 지원하는 방공 시스템이 헤즈볼라에 전달됐는지 미국 정부에 의해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 미국 관리가 전했습니다.

미국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이와 관련한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고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도 논평을 거부했습니다.

팻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바그너그룹에 대한 헤즈볼라에 방공망 지원 가능성과 관련해 공유할 정보가 없다면서도 "사실이라면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바그너그룹이 헤즈볼라에 제공하려는 방공 시스템은 러시아의 'SA-22'(일명 판치르)라고 WSJ이 전했습니다.

군용 차량에 탑재된 대공미사일과 방공포로 항공기와 드론(무인 항공기), 정밀유도탄을 요격할 수 있습니다.

WSJ의 보도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주변국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주목됩니다.

이슬람 시아파 무장조직 헤즈볼라는 최근 이스라엘 북부를 향해 간헐적으로 로켓과 대전차 미사일을 쏘면서 긴장 수위를 높여왔습니다.

헤즈볼라 최고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오늘(3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처음 언급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헤즈볼라의 참전 여부를 가늠하는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WSJ은 러시아와 이란의 관계가 강화되는 상황도 짚었습니다.

작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이란이 공격용 드론을 러시아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양국은 더욱 가까워진 분위기입니다.

일부 외교정책 전문가들은 바그너그룹이 헤즈볼라에 방공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은 드론 지원과 관련한 이란의 보답 방식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바그너그룹은 민간기업으로 설립됐지만 지난 8월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뒤 러시아 정부는 바그너그룹 자산을 몰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습니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와 이란의 밀착 행보가 중동 안보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의회에서 "우크라이나 분쟁과 중동 분쟁은 분명히 관련이 있다"며 러시아가 이란에 선진 군사기술을 제공하면서 이스라엘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바그너그룹은 그동안 러시아 정부를 대신해 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행사했고 중동에서는 시리아의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정권 유지에 도움을 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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