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국제

'불바다 영상' 확산…이스라엘, 가자지구에 백린탄 쐈나

이종훈 기자

입력 : 2023.10.11 11:01|수정 : 2023.10.11 11:20


가자시티 북서부 주택가에서 촬영했다는 백린탄 영상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닷새째 무력 충돌 중인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주거지역에 국제적으로 금기시되는 백린탄을 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10일(현지 시간) 이타르타스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가자지구 외무부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스라엘 점령군이 가자지구 북부 카라마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을 향해 국제적으로 금지된 백린탄을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엑스(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쏜 백린탄이라고 주장하는 동영상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인권운동가 라미 압두는 중심 도시 가자시티 북서부 인구 밀집 지역에서 촬영했다며 곳곳에 채 꺼지지 않은 불티가 도로 곳곳에서 연기를 내뿜는 주택가 영상을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이스라엘군이 이번 충돌에 개입한 레바논 남부의 무장조직 헤즈볼라를 상대로도 백린탄을 쐈다는 주장과 관련 영상도 소셜미디어에 올라왔습니다.

인(P)을 주성분으로 하는 백린탄은 산소와 접촉해 불이 붙으면 대량의 열과 열기·섬광이 발생하고 소화하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인체에 치명적이어서 제네바협약과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CCW) 등에 따라 주거 지역이나 민간인 밀집 시설에서 사용이 금지돼 있습니다.

다만 조명·연막 목적의 백린탄 사용까지 막는 규정은 없습니다.

상황에 따라 사용 가능 범위가 모호한 데다 화염이 비처럼 쏟아지는 시각적 강렬함 탓에 무력 분쟁이 벌어질 때마다 백린탄 사용 여부가 논란이 돼왔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개전 초기부터 러시아가 민간 시설에 백린탄을 썼다고 비난했으나 러시아는 줄곧 "국제 협약을 위반한 적 없다"며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하마스와 교전 과정에서 백린탄을 사용했는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군은 2009년 1월 가자지구 내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RWA) 단지에 백린탄을 쏴 구호품을 태운 사실을 인정하고 고위 지휘관 2명을 징계한 적이 있습니다.

하마스가 점령한 가자지구에서는 이스라엘군이 과거와 달리 학교와 모스크·병원 등 다수 민간인 피해가 예상되는 지점을 경고 없이 폭격한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이 시작된 지난 7일 이후 가자지구 내 건물 168곳이 파괴됐고 이 가운데 병원이 7곳, 학교는 48곳이라고 팔레스타인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몇몇 고층 건물을 제외하면 사전에 이스라엘 측으로부터 구체적인 공습 경고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스라엘 측은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특정 지역을 떠나라고 경고했지만 과거처럼 구체적으로 알리지는 않은 사실을 인정했다고 NYT는 전했습니다.

(사진=엑스 캡처, 연합뉴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