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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노부부 580만 원 되찾아준 역 직원들, 사례금도 모두 기부했다

김성화

입력 : 2023.09.20 16:35|수정 : 2023.09.20 22:11


"이 기부는 노부부께서 하신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서울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여자 화장실에서 수백만 원 현금다발이 든 가방을 역 직원들이 발견해 원래 주인인 노부부에게 돌려줬습니다.

노부부는 역 직원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사례금을 전했지만, 직원들은 이 돈을 인근 아동지역센터에 모두 기부하면서 아동들에게 잘 쓰였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직원들의 살뜰한 도움이 노부부의 감사한 마음으로, 그리고 기부로 이어지는 따뜻한 순간이었습니다.

지난달 14일 김창동 구파발역 역장(오른쪽)이 서울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인근 진관아동지역센터를 방문해 유실자가 남기고 간 50만 원을 기부하는 모습. (사진=서울교통공사 제공)
오늘(20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아침 7시 20분쯤 구파발역 여자 화장실을 청소하던 환경미화 직원 2명이 의문의 손가방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손가방 안에는 지폐 5만 원권 100여 장, 1만 원권 40여 장, 1천원 권 10여 장 등 모두 약 580만 원에 이르는 현금뭉치가 들어있었습니다.

직원들은 곧바로 역 고객안전실을 찾아 역 직원에게 손가방을 전달했고, 역 직원 역시 빠르게 인근 진관파출소에 이 같은 내용을 신고했습니다.

곧이어 고객안전실을 찾은 경찰관 2명은 역 직원과 함께 현금 액수를 확인한 후 가방을 가지고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15분 후, 경찰은 가방을 잃어버린 노부부에게 안전하게 가방을 돌려줬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가방 안에 있던 병원 진료 수첩에 가방 주인의 이름과 연락처가 적힌 것을 보고 곧바로 연락해 전달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노부부는 경찰에게 가방을 어떻게 찾을 수 있었는지 자초지종을 물은 뒤 역으로 찾아와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그리고 되찾은 현금의 약 10% 액수인 50만 원을 사례하고 싶다며 현금을 건넸습니다.

역장과 직원은 "물건을 찾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마음은 감사하지만 할 일을 했을 뿐 공공기관 직원으로 결코 받을 수 없다"며 한사코 거절했습니다.

답례를 하고 싶다는 노부부와 직원 사이에 따뜻한 실랑이가 한동안 이어지다 노부부는 "꼭 받아야 한다"며 돈을 내려놓고 그대로 역을 떠났습니다.

전화 연락도 받지 않았습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남겨진 노부부의 사례금을 놓고 머리를 맞댄 역 직원들은 바로 공사 감사부서로 신고해 협의를 했습니다.

감사부서는 "돈을 반환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지역사회 등에 기부하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안내했습니다.

이에 역 직원들은 지난달 14일 구파발역 2번 출구 바로 앞에 있는 진관아동지역센터를 방문해 노부부가 두고 떠난 50만 원의 사례금을 기부했습니다.

김창동 구파발역 역장은 "많은 고민 끝에 아동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해 공사 이름으로 기부했으나 이 기부는 노부부께서 하신 것이나 마찬가지다"라며 마음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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