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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택시비 더 줄게" 목적지 3번 바꾼 승객, 무임승차 '수배범'이었다

신송희 에디터

입력 : 2023.09.11 17:22|수정 : 2023.09.11 21:36


인천에서 부산까지 택시를 타고 온 뒤 요금을 지불하지 않는 등 상습적으로 택시비 '먹튀'를 저지른 60대가 결국 구속됐습니다.

알고 보니 이 남성은 택시 기사들 사이에선 '수배령'까지 내려질 정도로 유명한 무임승차 상습범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부산 기장경찰서는 상습사기 혐의로 60대 A 씨를 붙잡아 구속했다고 오늘(11일) 밝혔습니다.

A 씨는 지난 8일 오전 4시 20분쯤 인천에서 택시를 타고 부산 기장역까지 이동한 뒤 택시요금(통행료 포함) 53만 3000원을 지불하지 않는 등 상습적으로 요금을 내지 않은 혐의를 받습니다.

A 씨는 사건 당일 새벽시간대 인천 남동구 구월동 모래내시장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부산 서부터미널까지 곧장 가자"고 했습니다.

택시 기사 B 씨는 약 1시간 정도만 기다리면 부산행 시외버스가 운행하는데 수십만 원의 요금이 나오는 택시를 타려는 A 씨를 이상하다고 여겼으나, 급한 일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곧바로 A 씨를 태워 부산으로 향했습니다.

B 씨는 5시간 넘게 택시를 몰아 다음날 오전 9시 40분쯤 부산에 도착했고, 고속도로 통행료까지 포함해 총 53만 3000원의 요금이 나왔습니다.

그때부터 A 씨의 행동이 수상했습니다.

당초 부산 서부터미널로 가자던 A 씨가 부산에 도착한 후 돈을 가져오겠다며 자신이 일하는 부동산 사무소와 집, 기장역 등으로 계속 행선지를 바꾼 것입니다.

특히 자신을 부동산업자라고 소개한 뒤 택시기사와 휴대전화 번호를 교환하며 "요금보다 더 많은 돈을 부치겠다"라고 속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식의 '뺑뺑이'가 이날 정오 넘게까지 이어졌고, 마침내 A 씨는 "동해선 기장역에서 돈을 찾아 요금을 지불하겠다"며 기장역으로 이동을 요구한 뒤, 자신의 휴대전화를 택시에 두고 역사로 들어갔습니다.

잠시 뒤 A 씨의 전화기가 울려 대신 B 씨가 전화를 받아보니 한 남성이 "어디냐. 당장 말하라"며 소리를 질렀고, B 씨가 대신 전화받은 택시 기사라고 설명하자 전화기 너머 남성은 "거기서 기다리라"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B 씨가 기장역사로 들어가니 A 씨는 역무원에게 '부산행 열차표를 끊어달라'며 억지를 부리고 있었고, 곧이어 조금 전 B 씨와 통화한 남성이 나타나 A 씨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 남성 역시 A 씨에게 속아 요금을 뜯긴 개인택시 기사였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결국 A 씨는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혀 상습사기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지난달 말부터 최근까지 모두 5차례에 걸쳐 택시 요금 120만 원 상당을 가로채는 등 상습적으로 택시 무임승차를 일삼았으며, 기사들 사이에선 '수배령'까지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A 씨는 동종전과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부동산은 폐업한 상태로 A 씨는 별다른 수입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라며 "벌금형 등 가벼운 처벌을 받자 계속해서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판단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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