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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생명수' 커피…5년 만에 나온 뜻밖의 결과 [뉴블더]

전연남 기자

입력 : 2023.08.21 16:29|수정 : 2023.08.2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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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한집 건너 카페가 있단 말이 있을 정도로, 커피를 정말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한국인 한 사람당 1년에 이렇게 350잔 넘게 커피를 마신다는 통계도 있는데요.

세계인 평균보다 3배 정도 많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수입량도 상당합니다.

지난 5년간 꾸준하게 증가해서요.

지난해엔 20만 톤 을 넘어섰고요.

커피 수입액도 13억 달러, 우리 돈으로 1조 7천억이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상황이 좀 달라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올해 7월까지 수입된 커피 양은, 10만 9천여 톤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수입량이 4%가량 줄었고, 액수로 따지면 9% 넘게 감소했습니다.

연말까지 이런 기세가 이어지면, 커피 수입 규모는 5년 만에 처음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그 이유는 날씨 탓이 가장 큽니다.

엘니뇨 현상 등 이상 기후로, 브라질 등 주요 커피 수출국 수확량이 지난 2020년부터 줄어든 겁니다.

커피 원료 가격이 오르면서, 국내 커피 전문점들도 줄줄이 커피 가격을 올렸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커피 한 잔의 휴식이 점점 부담스러워지고 있는 겁니다.

커피 품종별로 보면 전 세계 커피 소비의 60% 넘게 차지하는 아라비카 원두 가격의 등락이 특히 컸습니다.

지난 2020년 말부터 상승세였는데 지난해 크게 올랐습니다.

지난해 2월엔 약 450g당 2.58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그러자, 스타벅스가 크게는 400원씩 가격을 올렸고, 눈치만 보던 투썸플레이스, 할리스 등이 줄줄이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건, 최근 아라비카 원두 가격이 좀 잡히고 있다는 겁니다.

최근엔 최고가를 기록했던 지난해 2월에 비해서 이렇게 37% 가까이 가격이 내려갔습니다.

여기에다 정부가 물가 안정 차원에서 커피 원두를 수입해 올 때, 부가가치세를 면제해 주고 할당 관세 0%를 적용하면서 수입 가격 부담도 크게 완화 됐습니다.

당연히 커피 가격도 좀 내려가면 좋겠죠.

먼저 편의점 자체 브랜드 커피 제품 가격이 300원 내려갔거나, 대용량 커피를 저렴하게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달 들어 컵커피 제품 14종 가격도 내려갔는데요.

하지만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가격 인하 불가 입장입니다.

커피 한 잔 가격에서 원두 가격 비중이 10% 수준에 불과하고, 전기·가스비 및 물류비, 인건비 등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 원두값 하락만으로 가격을 내릴 수는 없다는 설명입니다.

또, 가격이 떨어진 아라비카 원두와 달리,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 생산되는 로부스타 원두 가격은 오히려 급등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서용구/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 : 아무래도 프랜차이즈 산업에 관여하는 여러 이해 관계자들이 많기 때문에 우리 유통시장에서의 소매 가격이라고 하는 건 인하 되기는 매우 어렵다. 원료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인하되기는 매우 어려운 하방 경직성이 강하게 존재하고 있다. 우리 커피 값이 지금 5천 원, 이렇게 되는 나라가 전 세계적으로도 몇 개 없는데 높은 커피 가격에 걸맞는 소비자의 만족감을 유지해야 하는 게 과제라고 봅니다.]

그럼 우리나라에서 어떤 연령대가 커피 소비량이 가장 많을까요.

조사해 봤더니, 10명 중 7명이 40, 50대 중장년층이었다고 합니다.

보통 하루에 두세 잔 마시는 경우가 가장 많았습니다.

커피를 왜 마시는 건지 물어봤더니요, 이유가 좀 슬펐습니다.

"맛을 음미하기보다 습관적으로 마신다"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던 겁니다.

피곤함에 찌들어서 습관적으로 커피 한 잔 하는 직장인들의 애달픈 현실이 그려지기도 하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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