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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이재명 "시지프스 되겠다"…국민의힘 "시지프스? 죗값 치를 것"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입력 : 2023.08.17 18:20|수정 : 2023.08.17 18:20


0817 이브닝 브리핑
서울중앙지검의 반부패수사1,2,3부가 공교롭게도 동시에 민주당 관련 전면 수사에 나섰는데요, 이재명 대표가 포토라인에 서는 시간에 지난 대선 당시 이 대표 선거캠프 관계자들과 송영길 전 대표 전직 비서가 압수수색을 당했습니다.

이재명 대표 소환 조사와 민주당 관련 강제 수사가 동시에 이뤄진 건 이례적인 일입니다. '백현동 개발 의혹'으로 검찰에 출석한 이 대표는 "기꺼이 시지프스가 되겠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는데요, 국민의힘에서는 시지프스의 죄를 강조하면서 죗값을 치를 것이라고 맞대응했습니다. 그리스 신화 속 시지프스가 여야 공방의 소재로 소환됐네요.
 

이재명 "기꺼이 시지프스 되겠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당 대표 취임 후 4번째 검찰 출석했는데요, 이번엔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조사를 받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대표가 앞선 출석에서는 입장문을 검찰청사 앞에서 읽었는데요, 이번엔 달랐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앞 삼거리에서 미리 설치된 '마이크 단상'에 올라 지지자들과 교감하면서 14분 동안 선거 유세하듯 입장문을 읽어 내렸습니다.

입장문은 이 대표가 직접 작성했다고 하고 분량은 1천900자, A4 용지로는 2쪽가량입니다. 메시지는 '윤석열 정권'의 탄압으로 인해 자신이 수사받게 됐다는 주장, 윤석열 정권을 향한 경고 등이 주를 이뤘습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처지를 시지프스에 비유했는데요, "비틀어진 세상을 바로 펴는 것이 이번 생의 소명이라 믿는다. 기꺼이 시지프스가 되겠다"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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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만 한 부정이라도 있었다면 십여 년에 걸친 수백 번의 압수수색과 권력의 탄압으로 이미 가루가 되어 사라졌을 것입니다.

비틀어진 세상을 바로 펴는 것이 이번 생의 소명이라 믿습니다. 어떤 고난에도 굽힘 없이 소명을 다하겠습니다. 기꺼이 시지프스가 되겠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입장문)

시지프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인데요, 바위를 정상에 올려놓으면 떨어지고 또 올려놓으면 다시 떨어져도 바위 굴리는 일을 무한 반복하는 형벌을 받는 인물입니다. 끊임없이 검찰 수사를 받는 자신의 처지를 빗댄 거죠.

이 대표 주장의 중심에는 '정치검찰의 조작수사'라는 비판이 자리 잡고 있는데요, 오늘(17일)도 그런 주장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3차 출석 때처럼 이번에도 민주당 의원들은 동행하지 않았습니다. 이 대표 측이 '배웅 자제'를 당부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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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지지자들이 '검찰독재정권 반드시 이겨낸다', '윤석열 퇴진·김건희 구속'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모였는데요, 민주당은 500여 명으로 추산했습니다. 보수단체의 맞불 집회도 있었지만 별다른 충돌은 없었습니다.

국민의힘 "이 대표는 시지프스를 아는가"

이재명 대표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그리스 신화 시지프스에 빗대면서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자 국민의힘도 신화 속 시지프스 이야기로 맞받았습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그릇된 욕심으로 남을 속인 '시지프스'를 자처한 이재명 대표. 끝없는 죗값을 치르는 그 결말도 같을 것이다'는 제목의 논평을 냈습니다.

논평에서 강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는 알고 있는가? 시지프스는 애초에 욕심이 많았고, 속이기를 좋아했다. 이 대표와 참으로 닮은 시지프스, 끝없는 죗값을 받았던 그 결말도 같을 것"이라고 역공을 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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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대표는 그리스 신화의 '시지프스'를 언급하며, 마치 자신에 대한 수사가 '부조리'인 듯 항변했다. 이 대표는 알고 있는가. 시지프스는 애초에 욕심이 많았고, 속이기를 좋아했다. 이 대표와 참으로 닮은 시지프스, 끝없는 죗값을 받았던 그 결말도 같을 것이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논평)

강 대변인은 또 "(이재명 대표가) '당당히 맞서겠다'라며 허세를 부렸지만, 두려움과 조급함에 쫓기는 범죄혐의자 그 이상 그 이하의 모습도 아니었다"고 맹비난했습니다.

김기현 대표는 "권력형 토건비리 범죄 혐의자가 조사받으러 검찰청에 출석하는데 마치 무슨 영웅이 개선하는 것 같은 모습"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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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형 토건비리 범죄 혐의자가 조사받으러 검찰 출석하는데 마치 무슨 영웅이 개선하는 것 같은 모습입니다. 항일 독립운동한 것도, 민주화 운동한 것도 아니고, 대한민국 산업에 기여한 것도 아닌데 뭐가 그리 자랑스러운지 의아스럽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오늘(17일) 최고위원회의)

위키백과를 보면 "시지프스는 꾀가 많은 것으로 명성을 떨쳤는데 욕심이 많고 속이기를 좋아했다. 여객과 방랑자를 살해하기도 했다"면서 시지프스가 죄인으로 묘사돼 있습니다. 또 "저승에서 벌로 큰 돌을 가파른 언덕 위로 굴려야 했다. 정상에 올리면 돌은 다시 밑으로 굴러내려 가 처음부터 다시 돌을 밀어 올리는 일을 시작해야 했다"고 시지프스의 형벌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자신의 처지를 시지프스 형벌에 비유하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면, 국민의힘은 시지프스가 죄인이고 이재명 대표도 시지프스처럼 벌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와 국민의힘이 신화 속 시지프스를 놓고 바라보는 관점과 강조점이 완전히 다른 겁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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