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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보닛 밟은 자폐 장애인…헌재 "책임능력 인정 못해 기소유예 취소"

박찬근 기자

입력 : 2023.08.15 09:14|수정 : 2023.08.15 09:14


다른 사람의 자동차 보닛을 발로 밟아 찌그러뜨렸다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자폐성 장애인이 헌법재판소에서 구제받았습니다.

헌재는 27살 A 씨가 낸 헌법소원을 받아들여 서울남부지검의 기소유예 처분을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취소했습니다.

A 씨는 2020년 7월 길을 걷던 중 서울의 한 아파트 앞 주차된 아반떼 차량을 보고 보닛 위에 올라가 발로 두 차례 강하게 밟은 뒤 다른 쪽으로 뛰어갔습니다.

다음 날 오전 보닛이 찌그러진 것을 발견한 차주는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은 인근 장애인복지관을 탐문해 A 씨를 피의자로 특정했지만 A 씨는 자폐성 1급 장애인으로 의사소통이 어렵고 타인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경찰은 A 씨 대신 동석한 모친의 진술을 받았습니다.

모친은 A 씨의 장애에 관해 진술했고 차에 올라탄 경위는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A 씨의 재물손괴 혐의를 인정해 같은 해 8월 기소유예 처분했습니다.

헌재는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이 부당하다고 보고 취소했습니다.

헌재는 "재물손괴죄가 인정되려면 A 씨가 차량의 효용을 침해하겠다는 인식을 미필적으로나마 가져야 하고 사물을 변별할 능력과 의사결정 능력도 갖춰야 한다"며 "수사 기록의 증거들만으로는 A 씨에게 재물손괴의 고의와 책임능력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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