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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살인자' 본색 나왔다…폭염에 북반구 응급실 초비상

김영아 기자

입력 : 2023.07.19 11:22|수정 : 2023.07.19 11:22


지구촌 북반구에 몰아닥친 폭염으로 사람의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록적으로 치솟은 기온을 이기지 못한 온열질환자가 밀려들어 미국과 유럽 곳곳 응급실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외신과 각국의 기상당국 발표를 종합하면 미국, 남유럽, 아시아 등지에서는 기상관측 이래 최고 기온 기록이 연일 쏟아지고 있습니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는 최고기온이 19일 연속으로 섭씨 43도를 넘어 기존 최장 기록인 18일을 넘어섰습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국 곳곳에서 나온 최고기온 신기록은 1만 2천 개가 넘습니다.

유럽에서는 이탈리아 로마의 기온이 41.8도까지 찍으면서 지난해 6월 40.7도를 넘어 역대 최고기온을 기록을 새로 썼습니다.

이탈리아 보건부는 로마와 피렌체를 비롯한 20개 도시에 폭염 경보를 발령했습니다.

스페인 카탈루냐 주, 아라곤 주, 마요르카 등지에서도 기온이 40도를 넘겨 폭염 경보가 내려졌습니다.

카탈루냐 기상당국은 다르니우스 마을에서 수은주가 45도까지 치솟아 이 지역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란 남부 부셰르주의 페르시안 걸프 국제공항에선 기온이 66.7도까지 오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는 사람이 견딜 수 있는 더위의 수준을 넘어선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습니다.

아시아에서도 중국 북부 신장위구르 자치구 저지대가 지난 16일 52.2도로 중국 신기록을 세우는 등 이상고온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폭염은 폭풍이나 폭우처럼 피해가 생생하게 목격되지는 않지만 그에 못지않은 인명을 앗아가기 때문에 '침묵의 살인자'로 불립니다.

일사병과 열사병, 실신, 경련, 탈진 등 생명을 위협하는 각종 온열질환을 초래하는 까닭에 중대한 공중보건 위협으로 꼽힙니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도 폭염을 가장 위험한 자연재해 가운데 하나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최근 기록적 폭염이 닥친 지역에서는 응급실이 비상이 걸릴 정도로 눈에 띄게 온열질환 환자들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탈리아 전역에서는 폭염 속에 응급실을 찾는 온열질환자의 수가 급격히 늘었고, 일부 병원에서는 열에 과도하게 노출돼 탈진 등 증세를 겪는 이들의 수가 20∼25% 증가했습니다.

미국에서 최고기온이 경신된 피닉스에서는 12명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했습니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도 폭염에 쓰러진 관광객 등이 급증하는 등 응급실 환자가 40% 정도 늘었습니다.

환경학계는 인체의 한계를 시험하는 이상고온 현상이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해 왔습니다.

국제사회는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인 폭염에 대한 대처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북미, 아시아, 북아프리카, 지중해의 기온이 이번 주에 40도가 넘을 것"이라며 폭염이 더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WMO는 "한낮 최고기온에만 관심이 집중되지만 특히 열에 취약한 사람들에게는 한밤중 고온도 건강에 큰 위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WHO는 살인적 폭염을 비롯한 극단적 기상을 이제 '새로운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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