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국제

러시아 사태 파장에…서방, 일단 '내부 다툼' 선긋기

조을선 기자

입력 : 2023.06.27 11:47|수정 : 2023.06.27 11:47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반란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리더십에 큰 흠집이 난 가운데 서방 국가들은 '내부 다툼'으로 선긋기를 하며 신중 모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반란이 하루 만에 중단된 뒤에도 여전히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은 데다, 푸틴 정권의 향방이 국제 정세에 어떤 파장을 불러 올지 예상하기 어려운 만큼 일단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는 분위기입니다.

일단 미국은 이번 사태를 러시아 내부 문제로 규정하며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현지시간 26일 푸틴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를 비난하는 등 이번 사태를 서방 탓으로 돌릴만한 핑계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데 유럽 정상들과 동의했다며 "우린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것은 러시아 체재 내에서의 그들 투쟁의 일부"라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 내 반란 사태에 대해 공개 언급한 것은 처음으로, 러시아 정보기관이 '서방이 반란 사태에 연루됐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한 공식 입장이기도 합니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혀 러시아 내 권력 구도가 급변하는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제임스 클리버리 영국 외무장관도 이날 의회 의원들을 상대로 한 발언에서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대응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계획하고 있다"면서도 "항공기를 동원해 러시아 내 영국인들을 대규모로 이송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러시아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를 두고 대체로 "불확실하다"는 목소리를 내면서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EU 외교장관들은 이날 룩셈부르크에 모여 바그너그룹의 반란이 가져올 수 있는 영향을 논의했다고 AP·dpa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습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푸틴 대통령에 대해 "바그너그룹으로 괴물을 만들었고, 그 괴물이 지금 그를 물고 있다"고 비판하고는 "러시아의 정치체계가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고 군부 권력에 금이 가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요한 결과"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와 같은 핵보유국이 정치적 불안정성에 접어드는 것은 좋지 않다"며 복잡한 속내를 보였습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부 장관도 러시아 내 권력 투쟁이 끝나지 않았다며 "러시아 내 다양한 행위자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다만 그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잔인한 전쟁을 벌이면서 러시아도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장 아셀보른 룩셈부르크 외무장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무기를 가진 국가가 무너진다면 유럽에 어떤 잠재적 결과가 있을지 모른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푸틴 정권을 비난하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핵 문제 등을 이유로 러시아 사태를 걱정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아울러 CNN은 반란으로 곤경에 빠진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더욱 잔인하게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여기에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 사태에 신중한 것은 푸틴 대통령뿐 아니라 바그너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손을 들어주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프리고진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측 선봉에 섰던 서방의 적인 데다 바그너그룹은 세계 곳곳에서 내전에 개입해 고문, 학살 등으로 악명이 높기 때문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