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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가족 재산 압류하자 담당 판사 투서" (D리포트)

고정현 기자

입력 : 2023.06.20 17:12|수정 : 2023.06.2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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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황제노역 판결' 당사자인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

허 씨는 SBS에 2010년 2심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사위인 김 모 판사의 로비가 일당 5억 원 '황제노역 판결'을 받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폭로했습니다.

그런데 허 씨는 김 판사가 당시 대주그룹 법정관리를 하던 고위 법관이 좌천되는 과정에도 깊숙이 개입했다고 주장합니다.

바로 광주지법 파산부 수석부장으로 대주그룹 계열사 2곳을 법정관리하던 선재성 전 판사 이야기입니다.

선 전 판사는 2010년 당시 계열사 자금의 수상한 흐름을 포착해 허 씨에 대한 고발을 검토했습니다. 

[ 선재성 / 전 고등법원 부장판사 : (허재호 전 회장이) 의도적으로 돈을 빼돌려 가지고 이렇게 회사들을 망가뜨려 놓냐고. '손해배상 청구도 하고, 고발 응하지 않으면은 고발하는 것으로 해보자'라고 생각을 했던 겁니다. ]

그러나 얼마 뒤인 2011년 3월 초, 선 판사는 비위 의혹이 제기돼 사법연수원으로 좌천되면서 법정관리에서 손을 떼게 됐습니다.

동시에 법원행정처 감찰과 검찰 수사도 이어졌습니다.

대주그룹 계열사 공동관리인에게 친구인 B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도록 요청한 게 변호사법 위반으로 인정돼 벌금 300만 원이 확정됐고, 정직 5개월 징계도 받았습니다.

허 씨는 이 과정에서 사위인 김 모 판사가 선 판사에 대한 진정 투서를 직접 넣었다고 주장했습니다. 

[ 허재호 / 전 대주그룹 회장(지난 1월 지인 통화) : 진정 탄원을 김00이가 썼어. (선재성 판사를) 법정관리인 빼버리고, (사법)연수원으로 발령해버렸다고. 그 사람이 법원장까지 할 사람인데. ]

허 씨는 SBS와의 통화에서도 같은 취지의 주장을 했습니다.

[ 허재호 / 전 대주그룹 회장(SBS와 통화) : 정식 서류를 만든 것은 김00이에요. 대법원에 낸 건. 선재성 관계되는 서류가 대주건설 앞으로 왔어요. 그 서류를 보고 김00이가 거기에 대해 '선재성이가 여러 이런 문제가 있다' 해가지고, 긴 서류를.. ]

당시 선 부장판사가 김 판사 부인이 대표인 사실상 처가 소유의 가구 회사에 대해 압류 결정을 내린 것이 진정 투서를 작성한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 허재호 / 전 대주그룹 회장(SBS와 통화) : (김 판사 장모) 황00이가 뮤제오라는 (회사를 운영) 했어요. 이태리 수입가구 회사를 했어요. 그것을 갖다가 (법원이) 압류를 해버렸어요. (그래서) 황이 막 흥분하고 난리가 나니까. (사위) 김00 이라든지 딸들이 다 같이 흥분을 했죠. 선재성 판사를 혼내야 된다고. ]

선 판사 측은 압류 결정 직후 김 판사 처가로부터 거센 항의까지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 선재성 / 전 고등법원 부장판사 : (김 판사 장모 황 씨가) 아주 화를 내면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가압류를 했느냐. 니네들이 그런 식으로 하면은 광주에서 변호사를 할 수 있는 지 봐라.  ]

선 판사는 또 김 판사가 장인인 허 씨 관련 선처 요청도 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 선재성 / 전 고등법원 부장판사 : 김00 판사가 저한테 찾아와서 (장인 허 씨에 대한) 책임 추궁하라고 제가 지시를 내렸는데, '그걸 없었던 일로 좀 할 수 없겠느냐'고 저한테 부탁을 했어요. (하지만 거절했죠.) ]

지난달 26일 김 판사 해명을 듣기 위해 근무지를 찾아갔습니다.

[ 법원관계자 : 스마트워크라서 오늘 출근 안 하셨습니다. (스마트워크가 뭔가요?) 자기 자택 주변에 법원으로 출근하는 거예요. ]

집 근처 법원이 아닌 서울 자택에서 취재진을 만난 김 판사는 관련 의혹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김 판사는 대신 대리인을 통해 "허 씨가 한국에 있는 가족들을 상대로 근거 없이 형사고소를 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등 계속 괴롭히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선재성 전 판사 진정 의혹과 관련된 질문들엔 구체적인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 취재 : 고정현 / 영상취재 : 하륭 / 영상편집 : 오영택 / VJ : 김준호 / CG : 이재준, 김한길, 임찬혁 / 제작 : 디지털뉴스편집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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