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2~3시간만 자며 연습했습니다."
대한민국 테너 김성호(33)가 세계 최고 권위 대회 중 하나인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 2023' 가곡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영국 BBC 방송이 생중계하는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는 1983년 영국 웨일스 카디프의 세인트 데이비드 홀 개관을 기념하기 위한 대회로 매년 2년마다 열리는데 아리아 부문(Main Prize)과 가곡 부문(Song Prize)에서 우승자를 가립니다.
BBC 카디프는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는 다른 주요 콩쿠르와 다르게 프로 성악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데다 초청을 받아야 참가할 수 있는 대회로 '성악 콩쿠르의 끝판왕'으로 불립니다.
최종 5인이 진출한 결선에서 김성호는 랠프 본 윌리엄스의 '렛 뷰티 어웨이크(Let Beauty Awake)', 로베르트 알렉산더 슈만의 '미르테와 함께 장미꽃을(Mit Myrten und Rosen)',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두 낫 싱 마이 뷰티(Do not sing, my beauty), 리하르트 게오르크 슈트라우스의 '모르겐(Morgen)', 김성태의 '동심초'를 불렀습니다.
자신의 이름이 우승자로 호명되자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표정을 짓다가 끝내 눈물을 쏟고 말았습니다.
김성호는 "상을 받으리라고는 정말 기대하지 못했다. (동심초를 제외하고) 5곡 중 4곡은 처음 불러보는 곡이라 매일 2~3시간만 자며 연습했다"며 우승 소감을 전했습니다.
특히 이날 김성호는 한국 전통의 회색 두루마기를 입고 무대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의 복장은 현지에서도 화제가 되며 SNS 상에는 김성호가 입은 회색 두루마기에 그려진 대나무, 매화, 두루미 등의 문양을 확대해서 찍은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김성호는 "다른 콩쿠르에서 보니 아프리카 출신 친구들이 전통 옷을 입고 나오더라. 1차 때 윤이상의 '고풍의상'을 불렀는데 한복을 묘사한 곡이라 한복을 입으면 관객들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우승으로 그는 상금 1만 파운드(한화 약 1천700만 원)와 부상으로 영국 런던 위그모어홀 공연 기회를 거머쥐었습니다.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를 통틀어 한국인이 우승을 차지한 것은 김성호가 네 번째입니다.
1999년에는 바리톤 노대산, 2015년에는 베이스 박종민이 가곡 부문에서 우승을 거뒀고 2021년 바리톤 김기훈이 아리아 부문에서는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김성호는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거쳐 독일 한스 아이슬러 국립음대에서 오페라과 석사 과정을 만점으로 졸업했습니다.
이후 2018년 벨베데레 국제성악콩쿠르에서 우승했고 2021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스위스의 베르비에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차지했습니다.
현재는 독일 도르트문트시립극장의 전속 테너 솔리스트로 활발하게 활동 중입니다.
(사진=BBC Cardiff Singer of the World 페이스북, BBC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