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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중국은 말과 행동 달라" 필리핀 장교에 면박당한 중국

홍영재 기자

입력 : 2023.06.19 16:59|수정 : 2023.06.19 16:59

싱가포르 '샹그릴라 대화' 美·中 극한 대립 속 한국은?


스프 벙커버스터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안보 이슈를 정밀 타격하듯 풀어드리는 벙커버스터입니다.

지난 2018년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첫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 만남을 가졌죠. 트럼프와 김정은의 첫 악수는 그 자체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죠.

과연 두 정상의 만남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 안보 정세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많은 관심을 끌었지만 다음 해 연이어 열린 2차 회담은 끝내 결렬됐습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동아시아는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갈등과 북한 핵개발 등 또 다른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카펠라 호텔에서 약 7KM 떨어진 한 호텔에선 한국과 미국, 일본 그리고 중국의 국방 장관이 한 곳에 모이는 국제 행사가 열렸습니다.
 

美·中 어색한 악수가 끝 "만나자" vs "안 만난다"

바로 아시아안보회의가 열리는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입니다. 샹그릴라 대화라고도 불리는 아시아안보회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안보 수장들이 모여 주제별 연설을 하고 또 서로 만나 주요 회담을 하는 행사입니다.

이 회의장에서 가장 어색한 국가 둘을 꼽으라면 단연코 미국과 중국일 겁니다. 샹그릴라 대화 첫날 미중 국방장관이 개막 만찬에서 악수하는 장면조차도 SNS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다소 어색하기까지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미국 오스틴 국방장관은 다음날 연설에서 악수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중국을 겨냥했습니다.
 
로이드 오스틴 | 미 국방장관
언제든지 대화의 적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매 순간순간이 대화의 적기입니다. 바로 지금이 대화의 적기입니다. 저녁 식사를 하면서 진심 어린 악수를 하는 것은 실질적인 약속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중국도 가만히 있을 수 없죠.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은 누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화를 어지럽히고 있는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맞받았습니다.
 
리상푸 | 중 국방부장
누가 지역 평화를 방해하고 있습니까? 혼돈과 불안정의 근본 원인은 무엇입니까?

샹그릴라 대화에 모인 김에 만나자는 미 국방장관의 제안을 중국 국방부장은 거절하기까지 했습니다.
 

미국의 '동맹 구애' vs 직격탄 맞은 중국

샹그릴라 대화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와 영국 프랑스 등 유럽까지 39개국이 참가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은 이 회의를 조금이라도 더 많은 참가국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장으로 활용했죠. 미국은 특히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을 견제하는 단일대오를 만드는 게 미국의 목표이기 때문이죠.
 
박원곤 |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미국 국방장관이 인도·태평양에서 가장 중심적으로 하고 있는 개념은 통합 억제입니다. 인도·태평양을 하나의 전구(戰區)로 만든 거죠. 태평양의 핵심 미국 동맹국가나 그런 모든 전력들을 다 같이 합쳐서 그걸 이제 '승수 효과'라는 얘기를 하는데 그렇게 해서 기존의 억제 태세, 대비 태세를 훨씬 더 증가시킨다는…

반면 중국은 미국을 겨냥해 타이완 문제에 외세는 개입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얘기합니다. 그러면서 타이완 해협에 대한 상호 존중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정작 인접 국가로부터 앞뒤가 다르다며 면박을 당하기도 했죠.
 
제이 트리스탄 타리엘라 | 필리핀 해안경비대 참모차장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에 묻습니다. 필리핀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단순 조업을 하던 필리핀 어부들이 중국 해안경비대로부터 위협을 받고 쫓겨났습니다.

이는 국제법을 위반한 행위입니다. 중국은 대화를 이야기하는 동안 중국의 행동은 대립을 보여줍니다. 도대체 왜 중국의 말과 행동은 다른 겁니까?

샹그릴라 대화에선 연설에 나선 미중 국방장관에게 타이완 해협을 둘러싼 질문이 쏟아졌는데, 양측은 해묵은 갈등 상황을 반영하듯 상대를 분쟁의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정찰 풍선'부터 시작된 갈등..다른 시그널도?

미국과 중국의 본격적인 신경전은 올해 초부터 이어져왔습니다. 지난 2월 미국이 자국 영토 상공에 떠있던 무인 풍선을 세계 최고 전투기로 불리는 F-22를 띄워 격추했죠.

5월 말 남중국해에선 중국 전투기가 미국 정찰기에 120m 근처까지 접근하며 위협 비행한 영상을 미국이 공개했죠. 얼마 전엔 타이완해협에서 중국 군함이 미국 군함 코 앞을 가로지르기도 했습니다.
 
마상윤 |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중국 배가 오고 미국 배가 가고 그러면서 또 거의 의도적으로 기싸움을 하고 하면서 부딪칠 뻔하고. 이런 사고들 가능성이 있고 하니까. 그런데 우발적인 사고를 과거에는 서로 그런 걸 피하려고들 했거든요. 그런 방지책을 위한 메커니즘 같은 것도 만들어 놓고 근데 이제는 그게 잘 안 지켜지는 상황이 돼 버렸어요.

그런데 대화 없이 군사적 긴장감만 배가되던 미중 관계에 다른 시그널도 보입니다. 5월 초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앙정치국 위원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났고,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 대표와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도 회담을 가졌습니다. 최소한의 소통 창구는 열어놓겠다는 겁니다.
 
마상윤 |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채널이 없어서 지금 그걸 다시 구축을 하겠다는 거고요. 충돌이 커질 수가 있으니까 그런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는 경쟁을 하더라도 우리 서로 이게 뭔지 서로 얘기할 수 있는 문제가 있으면 문제도 제기하고 내 의도는 이런 거다. 이런 걸 좀 밝혀가면서 할 수 있게끔 하는 그런 소통채널을 만들자….

미국이 갑작스럽게 입장을 바꾼 건 아닙니다. 지난 4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에 대해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 추구한다는 새로운 표현을 언급했습니다.
 

디커플링(De-coupling) VS 디리스킹(De-risking)

대중국 전략에서 디리스킹이란 표현이 처음 나온 곳은 유럽이었습니다. 희토류 리튬 등 핵심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유럽이 중국과의 모든 교류를 단절할 수 없지 않느냐는 현실 인식에서 비롯한 거죠.

중국과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미국은 유럽과 상황이 많이 다르죠.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디리스킹'을 한 국가에 대한 의존을 넘어선 탄력적 공급망 확보, 군사용 최첨단 기술 보호, 그리고 자국 산업 원천에 대한 투자로 정의합니다.

그러니까 대중국 리스크를 군사, 경제, 산업 등 전 분야에서 줄이겠다는 건데 '디리스킹'이란 개념을 자신들의 상황에 맞게 차용했다는 평가입니다.
 
박원곤 |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중국과 경쟁이 계속되고 특히 (설리번이) 세 번째 얘기한 것이 저는 우려가 되는데 자국 우선주의도 여전히 보여요. 다시 온쇼어링(onshoring)을 하겠다는 것도 결국 자국 우선주의가 반영이 돼 있고, 설리반이 아예 대외 정책으로 만든 게 중산층을 위한 대외 정책이라는 게 핵심인데 미국의 중산층이 살아야 민주주의가 회복되고 미국이 다시 세계의 선두 국가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커트 켐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인도태평양조정관 역시 최근 미국 싱크탱크와의 대담에서 "미중 관계의 지배적인 프레임은 확실하게 경쟁이며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며 "신냉전을 피하고 싶다는 신호를 보낼 가드레일을 설치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과거에도 대중국 정책에서 가드레일이란 표현을 종종 써왔는데 양국이 수면 위 또 수면 아래에서 군사적으로 부딪히지 않기 위한 명시적, 암묵적 합의를 뜻합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 양대 기관차가 평행선을 달리며 폭주하다 둘 다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참사를 막겠다는 겁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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