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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소수자 우대 정책이 더 나아지길 바라는 고등학생의 칼럼

심영구 기자

입력 : 2023.06.12 10:00|수정 : 2023.06.12 10:00

[뉴욕타임스 칼럼] By 소피아 람


스프 NYT 뉴욕타임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소피아 람은 매사추세츠주에 사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다.
 

대학 입시에서 소수인종을 우대하는 정책(affirmative action)의 운명을 가를 대법원 판결이 곧 나온다. 이 판결에 따라 바뀌게 될 입시 제도는 11학년(한국의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 처음 적용될 예정이다. 나를 포함한 11학년 학생들은 당연히 대법원 판결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아시아계 미국인이다. 지금의 소수인종 우대정책 때문에 나를 비롯한 아시아계 미국인 학생들에게는 명문대학의 문턱이 높아졌다. 입학사정관이 순전히 내 인종만 보고 내게 더욱 엄격하고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한다는 사실이 거슬리지 않는다면 분명 거짓말일 것이다.

동시에 나는 대학교에서 최대한 다양한 친구를 만나고 싶다. 그래서 나는 대법원이 (현행) 소수인종 우대정책을 폐지하라고 판결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야 대학들이 더 나은 시스템을 도입해 인종이라는 기계적인 기준 대신 정말 우대가 필요한 학생들을 찾아내 대학 캠퍼스의 다양성을 높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나와 생각이 같은 미국인이 많은 것 같다. 지난해 워싱턴포스트와 샤르스쿨이 함께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인종을 기반으로 한 대학교 입시 제도에 반대하는 미국인이 60%가 넘는다. 그런데 또 60% 넘는 미국인은 대학교 캠퍼스의 인종적 다양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지지한다. 나는 학업적 성취가 중요하다는 말을 꾸준히 들으며 자랐고,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공립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다만 내가 이룬 성취를 나처럼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는 환경에서 자라지 못한 친구들과 같은 잣대로 평가하는 건 옳지 않다. 한 학생의 성취를 정확히 평가하려면 거기에 오기까지 넘어야 했던 다양한 장애물과 역경을 두루 고려하는 게 맞다.

그러나 지금의 소수인종 우대정책은 이런 요인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백인과 아시아계 미국인 중에도 사회경제적으로 취약 계층에 속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들은 피부 색깔 때문에 마땅히 받아야 할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 집에서 불과 몇 km 떨어진 동네만 가도 이런 친구들이 많다. 부유한 가정에서 부족한 것 없이 자란 흑인 학생이 변변치 못한 가정환경 출신의 백인이나 아시아계 미국인 학생보다 더 많은 지원과 혜택을 받는 제도를 공정하다고 부를 수 있을까?

지금의 소수인종 우대정책이 폐지되면, 계속 다양한 학생들을 뽑고 싶은 대학들은 인종 대신 사회경제적 출신 배경을 고려해 입시에 반영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입시 제도가 지금보다 더 공정해지면서 인종적 다양성도 줄어들지 않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미시건을 비롯해 이미 아홉 개 주가 대학 입시에서 인종을 기준으로 삼지 못하게 법을 바꿨다. 대신 사회경제적 출신 배경을 기준으로 학생들을 뽑은 공립대학들은 소수인종 우대정책 없이도 학생들의 인종적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소수인종 우대정책 없이도 다양한 학생을 뽑을 수 있던 데는 몇 가지 전략이 주효했다. 어떤 대학들은 주에 있는 고등학교라면 어디든 최상위권 성적을 거둔 학생을 무조건 합격시켰다. 학생들에게 자기가 어떤 환경에서 공부하며 입시를 준비했는지 설명할 수 있게 한 대학들도 있었다. 학생들은 가족을 부양해야 하거나 다양한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학교에 못 가고 공부에 집중할 수 없었던 이유를 적어 냈다. 취약계층이 많이 사는 지역의 고등학교 출신 학생들을 더 많이 뽑거나 커뮤니티 칼리지 출신 학생들의 편입을 더 많이 허용한 대학교도 있었다.

이런 다양한 방법을 채택하고 적절히 활용하기까진 적잖은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불리한 환경을 극복하고 열심히 노력한 학생들을 우대하는 정책은 결과적으로 훨씬 더 공정한 소수 집단 우대정책으로 굳어질 것이다.

주요 명문 대학들이 기여입학제나 운동선수 특별 전형으로 뽑는 학생 숫자를 줄일 필요도 있다. 그렇게 하면 전체 캠퍼스의 인종 다양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내가 목표로 하는 대학교 중에는 우리 부모님이 다녔던 소위 명문 대학도 있다. 그런데 내가 그 학교에 합격했을 때 친구들이 내가 성적과 실력이 아니라 기여입학제로 받은 가산점 덕분에 여기 왔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미 대학교에서 수많은 소수인종 학생이 이런 편견 아닌 편견의 희생양이 돼 왔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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