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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계약 맺은 예비 집주인이 매수 실패했다면?…대법 "세입자 임차권은 보호"

박찬근 기자

입력 : 2023.06.08 14:14|수정 : 2023.06.08 14:14


주택 매수 예정인 집주인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후 예비 집주인이 주택 매수에 실패했더라도 세입자의 권리는 보호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세입자 A 씨가 집주인과 공인중개사 등을 상대로 낸 보증금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취지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분쟁은 임대인 B 씨가 공인중개사를 끼고 다세대 주택 매수와 주택 임대 계약을 동시 진행하면서 불거졌습니다.

2016년 11월, 임대인 B 씨는 경기 광주시의 한 다세대 주택 전체를 매수하기로 건물주와 분양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후 세입자 A 씨는 이 건물 302호에 대해 2017년 10월부터 2020년 3월까지, 보증금은 8천900만 원으로 하는 전세 계약을 B 씨와 맺었습니다.

임대차계약서에는 "본 건물 소유자가 바뀌는 경우에도 임대차 내용 중 임대차 보증금, 임대차 기간, 임대차 보증금의 반환책임은 최초 계약대로 절대 보장하며, 임대차 계약 내용은 새로운 소유자에게는 포괄적으로, 구 소유자에게는 면책적으로 승계하는 것을 인정한다"는 내용의 특약이 포함됐습니다.

B 씨가 아직 잔금을 치르지 않아 건물에 대한 소유권이 완전히 이전되지 않았기 때문에 집주인이 바뀌는 상황에 대비해 넣은 세입자 보호 조항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B 씨가 분양 대금을 제때 치르지 못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기존 건물주는 임대인 B 씨와의 분양 계약을 해제하고 새로운 매수인에게 A 씨가 임차한 호를 팔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세입자 A 씨가 임대인 B 씨와 맺었던 전세 계약의 승계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A 씨는 공인중개사와 기존 건물주, 새 집주인을 상대로 보증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그러자 새 집주인은 A 씨의 상대로 "무단 거주 기간만큼 월세를 지급하라"며 맞소송을 냈습니다.

1·2심은 전세 보증금을 보관하고 있던 공인중개사가 A 씨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고, A 씨는 새 집주인이 집을 산 시점부터 계산해 약 42만 원의 월세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A 씨가 주택 매수 예정자였던 B 씨와 맺은 전세 계약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은 겁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정반대 판단을 내렸습니다.

대법원은 당시 임대인인 B 씨에게는 적법하게 집을 빌려줄 권리가 있었다고 인정했습니다.

건물주와 분양계약을 체결하면서 주택에 관한 임대 권한을 부여받았고 잔금도 일부 치렀다는 이유였습니다.

따라서 A 씨는 적법한 임대차 계약을 맺었고 전입 신고까지 마쳤으므로 A 씨의 임차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A 씨는 전세 보증금 반환을 새 집주인에게 요구할 수 있고 무단 거주를 전제로 하는 월세를 낼 이유도 없다고 대법원은 판단했습니다.

민법 548조 1항에 따르면 계약을 해제해 채권·채무 등이 소멸하더라도 제3자의 권리를 침해할 수는 없다고 돼 있는데, 대법원은 주택 분양 계약 당사자 간의 계약이 해제되더라도 적법하게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제3자, 즉 임차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는 의미로 이 조항을 해석했습니다.

원고 측 대리인인 황귀빈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전세 사기 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상황에서 이른바 '동시 진행' 신축빌라 분양 관련 분쟁 사건을 비롯해 여러 임대차 분쟁 실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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