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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김남국 코인 사태'는 어떤 의미일까, 또 어떤 과제를 남겼을까

안상우 기자

입력 : 2023.05.27 10:01|수정 : 2023.05.27 10:01

[뉴스쉽] '김남국 코인 사태' 사용설명서


스프 뉴스쉽
'김남국 코인 사태'가 유독 더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

수십억 원에 달하는 코인을 거래소를 옮겨가며 굴리던 국회의원과 이를 정조준한 수사 기관의 강제 수사, 전례 없는 일들이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등장하는 가상화폐들의 이름은 생소하고, '디파이'며 '클레이스왑'이며 용어도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생소하고 어려운 데다 이해도 안 되니 이 사안을 어떻게 봐야 할지 판단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기는 쉽지 않습니다. '코인=투기자산'이라는 정체성 때문입니다. 특히 여론은 자금 출처가 뚜렷한지, 투자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를 제공받거나 이용한 건 아닌지,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입법 로비에 응한 것은 아닌지 등등 각종 의혹이 명명백백하게 규명되길 원하고 있습니다. 백번 양보하더라도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가즈아'를 외치며 코인 판에 뛰어든 모습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못 믿을 코인과 투기꾼 국회의원'이라고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이번 사태는 코인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지난해 검찰은 금융 당국으로부터 김 의원의 코인 관련 첩보를 이미 전달받았습니다. 법원에 압수수색 영장까지 청구했지만 기각되면서 사실상 수사는 멈춰 있었습니다. 이렇게 제자리걸음을 하던 의혹 규명 절차는 다름 아닌 디지털 장부에 의해 판도가 바뀌었습니다.

코인 거래 기록은 권한과 책임을 독점한 누군가가 일괄해 관리하지 않습니다. 대신, 태생적으로 코인 거래 기록은 디지털 장부에 기록돼 참여자끼리 공유합니다. 이런 특성에 기초해 가상자산 커뮤니티 '변창호 코인사관학교'와 온라인 코인 전문매체 '디지털애셋'은 김 의원 명의의 코인 지갑을 특정했고 언제, 얼마를, 어떤 코인들에 투자했는지 밝혀냈습니다.

강제 수사권이 있는 검찰도 못한 일들을 민간 영역에서 며칠 만에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적어도 코인 거래 기록은 마치 스위스 은행 금고에 숨기듯 감추거나 첩보 영화에 나오듯 조작하는 일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어깨너머로 경험했습니다. 아이러니하지만, 투기자산으로서의 코인이 부각될수록 대안적 화폐로서의 순기능도 주목받고 있는 것입니다.

어쩌면 상반된 코인의 두 정체성이 이번 사태 내내 수시로 중첩한 탓에 더 어렵게 느껴졌던 것은 아닐까요? 두 정체성 사이에서 복잡하리만치 줄타기하며 흘러왔던 '김남국 코인 사태'를 코알못도 이해하고 직시할 수 있도록 사용설명서를 준비해 봤습니다.
 

왜 주식을 팔아 가상화폐거래소로 보냈을까?

지난 2021년 1월 김 의원은 보유 중이던 LG 디스플레이 주식 전량을 처분했고, 한 달 뒤인 2021년 2월에는 주식 처분 대금 9억 원을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로 입금했습니다. 주식에서 코인으로 갈아타려면, 당연히 가상화폐 거래소에 돈을 내고 상장된 코인 중에 원하는 것을 사야 합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입니다만 한 번 더 톺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은 2009년 처음 개발됐습니다. 이에 앞서 개발자인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이름으로 9페이지 분량의 논문 『Bitcoin P2P E-cash Paper』을 세상에 공개했습니다.(개발자의 정체는 아직도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비트코인 백서'라 불리는 이 논문에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새로운 금융 체계에 대한 제안이 담겼습니다.

시장에 A, B, C, D 네 명의 참가자가 있고 A가 자신의 계좌에서 B의 계좌로 10만 원을 이체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지금은 중간에 은행을 거쳐 돈이 이동하고, 거래 기록은 은행 장부에 기록‧관리됩니다. 설령 B가 A로부터 10만 원을 받은 기억이 나지 않더라도 은행 기록을 보면서 '아 받았구나'라고 깨닫게 됩니다. 그 이유는 은행이 오차 없이 거래내역을 기록하며, 누구도 이 기록을 조작할 수 없을 것이라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은행과 같은 제3자, 중앙통제기관 없이도 거래할 수 있는 화폐 체계입니다. 거래 당사자 모두가 장부[블록]를 갖고 있고 서로 연결[체인]돼 공동으로 거래 내용이 기록‧관리돼 변조 가능성을 원천 차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신뢰 대신 암호학적 증명에 기초한 전자 결제 시스템이면, 제3자 없이도 서로가 직접 거래할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때문에, 가상화폐는 영어로는 'Cryptocurrency'로 쓰여 암호화폐로도 불립니다.(이 글에서는 가상화폐로 통일)
스프 뉴스쉽 (김남국 코인)
그렇다면, 사토시 나카모토는 굳이 이런 시도를 왜 했을까? 이 비트코인 백서가 세상에 공개된 시점(2008년 10월)과 비트코인이 처음 개발된 시점(2009년 1월) 직전에 '2008년 금융위기'가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비롯된 당시 금융 위기는 금융자본주의 시스템이 총제적으로 실패한 결과였습니다. 잘못된 통화재정 정책으로 시장에 심각한 거품이 쌓였고, 그럼에도 시장의 참여자들은 거품이 꺼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고, 금융기관은 이들을 상대로 무분별하게 대출해 준 것도 모자라 파생상품 등으로 이윤을 극대화하는 데 천착했다가 거품이 꺼지며 연쇄적으로 위기를 맞게 된 것입니다.

정부와 시장, 은행의 실패는 이들에게 과도한 권한을 부여한 중앙집권적 금융 시스템에 대한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시장의 참여자 모두에게 장부를 공개하고 검증받는 탈중앙화기술인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의 등장으로 이어졌습니다. 덕분에 이번 사태에서도 검찰이 손을 쓰지 못하는 동안 분산된 거래 기록들로 진실의 조각들로 맞춰볼 수 있었습니다.

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김 의원은 가상화폐를 사기 위해 업비트 등 가상화폐 거래소를 찾았습니다. 업비트나 빗썸 등 우리가 한 번쯤 들어본 거래소들은 대표적인 중앙화거래소(CEX, Centralized Exchange)입니다. 권한과 책임을 독점하고 있는 제3자를 통해 거래가 이뤄집니다. 제3자에 대한 신뢰만으로는 조작이나 해킹, 정책 실패 등의 한계가 있어서 참여자끼리 직접 거래할 수 있는 화폐를 만들어놨더니, 김남국 의원을 비롯한 코인 시장 참여자들은 여전히 제3자(거래소)를 거쳐 거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스프 뉴스쉽 수정

"투자에서 투기로"

아무리 뛰어난 기능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가상화폐는 결국 화폐입니다. 즉, 유통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를 가질 수 없습니다. (비주류 이론이긴 하지만) 현대화폐이론에서는 화폐를 유통시키는 추동력은 조세라고 설명합니다. 현물이 아니라 오로지 나라에서 정한 화폐로 세금을 걷기 시작하면, 처벌이나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해당 화폐는 유통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강제성 없이는 화폐가 유효하게 유통되며 생명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가상화폐가 생존할 수 있는 이유는 거래소에 있습니다. 주식시장과 은행, 이 둘을 엉성하게 짬뽕시켜 놓은 가상화폐거래소에서 '디지털 금'이라 불리는 고위험 고수익 투자 대상으로 자리매김하며 활발히 유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탈중앙화를 외치며 태동했던 가상화폐들이 중앙화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되고 있는 이유도, 김 의원이 코인에 투자하기 위해 거래소로 돈을 보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가상화폐를 투자 대상이 아니라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결제기업 페이팔의 경우, 지난 2020년 11월부터 페이팔 앱에서 비트코인을 살 수 있도록 했고, 2021년 4월부터는 '체크아웃 위드 크립토'라는 서비스를 출시해 보유하고 있는 가상화폐를 이용해 상품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스프 뉴스쉽 (김남국 코인)
그러나 페이팔의 『가상화폐 이용 약관』을 보면 지금까지도 가상화폐를 사고파는 행위 자체가 본질적으로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투자 대상에서 결제 수단으로의 전환점에 도달했다는 언급이 무색할 정도로 가상화폐를 극도로 심각한 변동성 탓에 모든 걸 잃을 수도 있는 도박성 자산으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스프 뉴스쉽 (김남국 코인)
가상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탈바꿈하려던 시도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코인판 전체를 마치 도박판처럼 후끈 달아오르게 했습니다. 실제로, 페이팔이 가상화폐 매매 및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던 2020년 11월에는 개당 14,000달러 수준이었던 비트코인 가격이 이듬해 4월에 이르러 6만 달러를 넘어섰고, 전체 가상화폐의 시가 총액도 처음으로 2조 달러에 도달했습니다. (출처 : CoinGecko)

공교롭게도 김 의원이 우량주로 평가받는 LG 디스플레이 주식을 모두 처분하고 코인 판에 '올인'한 시점도 2021년 2월로 이 시기와 겹칩니다. 모든 걸 다 잃을 수도 있다는 시장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김남국 의원 스스로 투자에서 투기의 영역으로 돌아선 것입니다.
 

'김남국 코인 사태'

김 의원은 업비트나 빗썸 등 누구나 한 번은 들어봤을 거래소들을 주로 이용했습니다. 은행 계좌 내역을 직접 보지 않는 한 거래 기록을 알 수 없는 것처럼 이들 거래소도 내부를 들여다보지 않는 한 어떤 거래들을 했는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김 의원의 거래 기록 일부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거래소를 바꿔가며 거액의 코인을 옮기는 과정에서 이상 거래로 포착돼 금융정보분석원, FIU에 보고된 것입니다.

스프 뉴스쉽 (김남국 코인)
지난해 1월 31일과 2월 14일에 김 의원 소유의 위믹스 코인은 빗썸에서 업비트를 거쳐 개인 지갑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렇게 업비트를 경유했던 이유는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이 지난해 1월 말부터 사용자 정보 확인이 어려운 개인 지갑으로의 출금 지원을 막았기 때문입니다.

출금 길이 막히자 김 의원은 다른 거래소인 업비트를 '자금 이동 경로'로 이용했습니다. 거액의 코인이 하루도 머물지 않고 곧장 개인 지갑으로 이동하자 업비트의 이상 거래 탐지시스템에 포착됐습니다. 이상 거래 기록은 당국에까지 보고됐고, 이는 '2022년 초 국회의원 김남국이 위믹스 코인 80만여 개를 갖고 있었다.'는 언론 보도로 이어졌습니다.

김 의원은 주식을 처분한 돈으로 투자한 것이며 코인을 해외로 빼돌려 세탁한 게 아니라 개인 지갑으로 옮긴 것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는 해명을 내놨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김 의원의 개인 지갑을 찾아내면서 판이 뒤집혔습니다. 거래소 지갑과 달리 개인 지갑은 특정만 할 수 있다면 블록체인 기술에 기초해 거래 기록들을 조각조각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이모' 논란을 일으켰던 장관 인사청문회, 이태원 참사에 대한 현안 보고 날에도 코인 거래가 있었다는 추가 언론 보도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김 의원은 당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며 탈당을 선택했습니다.

스프 뉴스쉽 (김남국 코인)
탈당은 면죄부가 될 수 없습니다. 검찰은 탈당 하루 만에 김 의원의 코인이 거쳐 간 거래소와 개인 지갑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습니다. 강제 수사에 나선 만큼 60억 코인 자산의 출처와 미공개 정보 이용 여부 등 풀리지 않는 의혹들은 이제 검찰이 풀어야 할 질문들입니다.

대신, 이번 사용설명서에서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조금 다른 질문을 해보려 합니다. 돈을 잘 벌고 있던 김남국 의원은 갑자기 왜 거래소에서 코인을 몽땅 빼내 개인 지갑으로 옮겼을까요?
 

"코인계의 전주(錢主)로 거듭나다"

앞서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의 지적처럼 가상화폐거래소는 기존 금융 중개 시스템을 답습했습니다. 그래서 기존 시스템의 한계점들도 고스란히 재현됐습니다. 오히려 기존 금융 시스템처럼 각종 규제나 보호 장치를 적용받지 않아 어떤 경우에는 문제가 더 심각했습니다.

경영진이 고객 자산을 몰래 유용했다가 끝내 파산한 'FTX 사태'나 세계 최대 거래소였지만 해킹을 당해 파산을 피하지 못한 '마운트곡스 사태' 등이 그 예입니다. 이런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나온 가상화폐 생태계가 바로 '디파이'입니다.

디파이는 탈중앙화를 뜻하는 'Decentralize'와 금융을 뜻하는 'Finance'의 합성어입니다. (이름에서도 드러나듯) 디파이 생태계에서는 '언제, 어떤 조건에서, 얼마의 코인을 주고받는다.'라고 프래그램밍을 해놓으면 신뢰를 보증하는 제3자를 거치지 않고 거래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도 이런 디파이 생태계를 구축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있는데, 바로 '클레이스왑'입니다. 김 의원이 거래소에서 빼낸 코인들이 개인 지갑을 거쳐 향한 곳도 역시 이곳입니다.

때문에 '코인' '60억' 등의 단어들로 도배가 됐던 김 의원 관련 기사들에 '디파이', '클레이스왑' 같은 표현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뜻은 잘 모르겠으나 저런 걸 이용해서 더 큰 판에 뛰어든 거구나.'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막상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면 '금융의 미래', '세상에 없던 금융'과 같은 미사여구들이 쏟아져 나와 혼란스러웠을 수도 있습니다.

스프 뉴스쉽 (김남국 코인)
디파이를 금융의 미래로 꼽는 이유는 사토시 나카모토의 비트코인 백서부터 시작된 '탈중앙화'라는 이상에 가깝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김 의원이 디파이 생태계에 뛰어든 이유는 이상에 근접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빗썸이나 업비트 같은 거래소 없이 제가 비트코인 2개를 직거래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만약 거래소가 있었다면, 딱 제가 사려는 시점에 비트코인을 팔려는 사람이 없어도 저는 돈만 입금하면 살 수 있습니다. 제가 팔려는 시점에도 사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도 역시 팔 수 있습니다. 거래소가 지급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직거래를 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비트코인 2개를 사려해도 팔려는 사람이 없으면 살 수 없습니다. 반대로 팔고 싶어 시장에 내놔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면 팔 수 없습니다.

디파이 생태계에서는 이처럼 직거래를 하긴 하지만 일종의 '전주(錢主)'를 둬서 거래가 막힘없이 흐르도록 합니다. 아주 쉬운 예를 들어 보면, 누군가 'A 코인 4개를 주면, B 코인 2개를 준다'고 거래 조건을 설정해 놨습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 제가 가진 B 코인은 1개뿐입니다. 디파이 생태계에선 이런 경우에 전주들이 미리 B 코인을 예치해 놓은 '유동성 풀(Liquidity Pool)'에서 제게 B 코인 1개를 빌려줘 거래 조건을 맞춰줍니다.

대신 저는 빌린 B코인의 상환은 물론 거래 성사 수수료를 내야 하고, 전주는 빌려준 B코인을 돌려받고 추가 수익도 얻는 구조입니다.

거래소에서 나와 디파이 생태계로 옮겨간 김 의원은 이런 전주 역할을 자처했습니다. 전주라고 하면 불법적인 일에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자금을 댄 뒤 큰 이득을 챙기는 존재로 인식됩니다만, 그런 의미로 사용한 것은 아닙니다. 전문 용어로는 유동성 공급자, LP(Liquidity Provider)라고 합니다. 일부 보도에서는 김 의원이 '사설 중개소' 역할을 했다고 묘사하기도 했지만, 알고리즘에 기초해 설계된 디파이 생태계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대가를 얻는 '코인계의 전주' 역할을 했다고 보는 게 더 적확할 것입니다.
 

"디파이, 그기 돈이 됩니까?"

지난 2020년 1월 전체 디파이 생태계의 시가 총액은 17억 달러 수준으로 전체 가상화폐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도 채 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2년 만에 비약적으로 성장해 지난해 1월 기준 시가 총액은 1,50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전체 가상화폐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를 넘어섰습니다.

이러한 비약적인 성장세는 당연히 국내에서도 나타났습니다. 예치 금액 기준으로 디파이 서비스 국내 1위인 클레이스왑은 지난 2020년 11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지난해 1월에는 총 예치 자산이 약 17억 달러까지 치솟을 정도로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참 공교롭게도,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디파이 생태계가 정점을 향해 치닫던 이 시기는 (해명 자료에 따르면) 김 의원이 개인 지갑을 만들어 클레이스왑에서 거래를 시작했던 시점과 일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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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파이 생태계가 이처럼 각광받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기존의 성공 공식을 깼기 때문입니다. 코인 발행사 입장에서는 우선 온갖 노력을 통해 코인을 거래소에 상장시킨 다음 투자를 이끌어내 유동성을 확보해야 했는데, 디파이 생태계에서는 굳이 상장하지 않더라도 전주로부터 유동성을 확보해 다른 코인들과 활발하게 교환될 수만 있다면 충분히 생명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는 일부 공격적인 투자자에게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아 거래량이 적은 코인들에 대량의 유동성을 제공할 경우, 마치 거래소에 상장된 것처럼 거래량이 늘면서 가격 변동이 크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김 의원은 개인 지갑에서는 40종이 넘는 코인들에 투자한 기록이 남아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코인 전문가들에게도 생소한 코인이었습니다. 특히, 김 의원은 지난해 2월 자신이 보유 중이던 약 33억 원 상당의 위믹스 코인을 출시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클레이페이(KP)'라는 신생 코인과 교환해 해당 코인에 유동성을 공급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지나치게 공격적인 투자가 아니라면 내부자 거래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유동성 공급 투자는 코인의 변동 폭이 예상보다 커질 경우 오히려 손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잘못하면 투자금 30억 원을 다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투자를 했다는 건 투자 성향이 공격적이거나, 자신들이 만든 코인을 붐업시키기 위해 외부에서 유동성 공급 투자를 한 것처럼 들어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 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
 

'김남국 코인 사태'가 남긴 과제

이번 사용설명서의 추적 과정은 김남국 의원의 불분명한 해명 위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김 의원은 정확히 언제부터 코인 투자를 시작했고, 자신 소유의 코인이 무엇이며, 투자 경위는 어떻게 되는지 등을 명쾌하게 설명하는 대신 선택적인 해명만 내놓고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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