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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효자도 상속" vs "상속 차별 완화"…'유류분 위헌' 소송 첫 변론

박찬근 기자

입력 : 2023.05.17 17:52|수정 : 2023.05.17 17:52


▲ '유류분 제도' 첫 공개변론 앞둔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는 오늘(17일) 민법 1112조 등 위헌소원 사건 공개 변론을 열고 '유류분 제도'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청구인과 피청구인 측의 입장을 심리했습니다.

양 측 공방은 두 시간 반 동안 이어졌습니다.

유류분은 고인의 유언과 관계없이 상속인에게 보장되는 상속재산의 일정 부분을 말합니다.

고인이 제삼자에게 유언으로 증여하더라도 확보되는 최소한의 상속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전 장학재단을 설립한 A 씨는 2019년 사망하면서 유언으로 모든 재산을 재단에 기부했습니다.

A 씨 자녀들은 자신 몫의 유류분을 돌려달라며 재단을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B 씨는 2017년 10월 사망하면서 아들 쪽에만 유산을 물려줬다가 가족 간 소송전이 벌어졌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오늘 A 씨의 장학재단과 B 씨의 아들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 건을 병합해 함께 심리했습니다.

청구인 측 대리인단은 "유류분 제도는 가산, 즉 가족의 재산이란 관념이 기반인데 가족이 함께 재산을 형성하는 게 현대 사회에서 과연 가능한지가 문제"라며 "전근대적으로 보이는 공익을 위해 피상속인의 재산권 행사를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패륜적인 상속인에게도 청구권을 인정하는 점, 자선단체에 대한 기부 등 공익적 증여까지 반환하도록 하는 점 등을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반면 유류분의 필요성을 옹호하는 법무부 측은 "이 제도는 유언의 자유와 친족 상속권 사이 타협의 산물"이라며 "가족 간 유대를 유지하고 상속 차별로 발생하는 갈등을 완화하는 완충 장치"라고 반박했습니다.

법정 유류분은 전체 상속재산의 일부에 불과해 재산권 침해 정도가 크지 않으며 청년 세대 등 상속인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논리도 펼쳤습니다.

양측은 유류분 계산에서 분모가 되는 '기초 재산'을 따질 때 생전 증여도 포함하는 것이 개인의 재산권 침해인지, 공동상속인의 공평을 추구하기 위한 것인지를 두고도 논쟁했습니다.

전문가 참고인들의 의견도 갈렸습니다.

현소혜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류분 제도의 정당성은 여전히 인정할 수 있지만 현행 제도는 지나치게 경직되고 유류분 반환 범위도 지나치게 넓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종희 연세대학교 법전원 교수는 "개별 제도의 보완을 통해 해결할 여지도 다분하다"며 "제도 자체의 위헌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유류분 제도는 2019년 가수 고 구하라 씨가 사망한 뒤 오래전 가출한 친모가 상속권을 주장하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상속권 상실 제도를 신설하는 이른바 '구하라법'이 발의됐지만 20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되고 21대 국회에서 계류 중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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